[금요칼럼] 노인복지정책 공약 실천 서두르지 말아야
[금요칼럼] 노인복지정책 공약 실천 서두르지 말아야
  • 관리자
  • 승인 2013.01.18 11:31
  • 호수 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보건복지부장관

 다음 달 2월 25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다.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다. 20세기 중반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해놓은 경제발전의 초석 위에 21세기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국가의 집을 완성해주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21세기 고령사회의 도전에 대응해 노인복지정책의 올바른 방향설정을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우선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공약한 노인복지정책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그 과제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에 소득보장정책으로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제도로 전환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의 연금을 매달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부조방식의 노인복지연금을 전체 노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체 70%에 해당하는 노인에게 월 9만원 정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없애고 그 대상 범위와 지급액을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향후 필요한 재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모든 노인에게 정부재정으로 일정액을 공공부조방식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앞으로 노인인구가 1700만 명까지 증가하는 초고령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20세기 세계 선진국 중 부자 나라에서도 이같은 사회부조제도를 시행하다가 모두 후퇴한 경험이 있다. 일설에는 국민연금과 통합해 재원을 조달 한다는 말도 있다. 그것은 훨씬 더 위험한 일이다. 국민연금 기존 가입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이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을 명확하게 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초연금제도를 시행하려면 현행 국민연금제도 안에 포함시키는 법률을 새롭게 제정하고, 새 법 시행시 그때부터 사회보험방식의 기초연금 가입자에게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순리다. 그리고 현행 기초노령연금제도는 새로운 기초연금제도가 완전히 성숙할 때까지 유지하고, 그 적용대상자는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기존 연금제도의 수혜자는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에 노인이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암, 심장병, 뇌질환, 난치병 등 4대 질환에 대해 그 진료비를 건강보험(국가)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인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도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돈 걱정을 먼저 해야 한다. 노인이 흔히 겪는 이들 질병의 진료비를 본인 부담 없이 더군다나 비급여 부분까지 건강보험에서 다 부담하게 되면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너무 커질 우려가 있다. 해당 질병을 앓는 노인들이 모두 건강보험에 의존하고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는 사회적 입원(社會的 入院)이 보편화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전체 11% 정도의 노인들이 건강보험재정의 33%를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면 노인의료비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이미 예견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4대 질환진료비를 모두 건강보험재정에서 부담하면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이 돈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노인의료보장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한편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성을 유지하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진료비의 일정 부분을 본인이 부담하는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 많은 선진국에서 노인의료비 무료 제도를 실시했다가 몇 년 안 가 후퇴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지금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저출산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인구고령화로 노인인구의 비중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다가오는 저출산 고령사회에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국가의 부를 계속 키워나가면서 동시에 노인 삶의 질을 향상시켜나가는 노인복지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성장과 노인복지의 상호보완적 균형발전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노인복지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노인복지에 필요한 재정 책임을 나눠 분담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고령사회에서 노인복지를 위한 재정이 크게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인복지재정에 대해 국가책임은 강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책임과 가족책임이 전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계 선진제국의 동향을 보더라도 20세기 노인복지정책으로 연금, 의료보험, 장기요양서비스, 노인복지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오면서 국가의 책임과 함께 개인의 책임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에는 시장경제원리에 의한 개인책임을 더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노인복지재정에 대한 책임은 정부재정, 국민보험료, 자기부담 등으로 나눠 분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21세기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를 바라면서 노인복지정책도 초고령사회의 백년대계를 담는 내용으로 완성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