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 소장의 우리문화 마중가기(1)
김영조 소장의 우리문화 마중가기(1)
  • 관리자
  • 승인 2013.02.18 22:20
  • 호수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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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처음 서는 장에서는 키를 사지 마라

‘우리문화 마중가기’를 연재하는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김영조 소장은 2004년부터 지난 9년 동안 매일 인터넷 한국문화편지를 작성해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구독자는 1만여 명에 달하며, 2013년 1월 31일 현재까지 2457회의 편지를 썼다. 그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등의 언론매체에 <김영조의 민족문화 바로 알기> 등을 800여회 연재하며 한국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한편, 일본 속의 한국 문화에도 꾸준한 관심을 둬 오사카·교토·나라·도쿄 등지에 산재한 한국 문화 유적지를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한국인에게 알리는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다. 저서로는《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하루하루가 잔치로세(2012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아무도 들려주지 않는 서울문화 이야기》,《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등이 있다. 연재에 소개되는 내용은‘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엮어서 출간한《키질하던 어머니는 어디 계실까?》의 내용이다.

 

키는 탈곡이 완전히 기계화되기 전까지 농가에선 없어서 안 되는 도구였습니다. 곡물을 털어내는 탈곡 과정에서 곡물과 함께 겉껍질, 흙, 돌멩이, 검부러기들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로 곡물을 까불러서 이물질을 없앴지요. 키는 지방에 따라서 ‘칭이’ ‘챙이’ ‘푸는체’로도 부르는데 앞은 넓고 편평하고 뒤는 좁고 우굿하게 고리버들이나 대쪽 같은 것으로 결어 만들지요.
나이 드신 분들 가운데는 어렸을 때 오줌을 싸면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던 기억이 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키를 쓰고 간 아이에게 이웃 아주머니는 소금을 냅다 뿌려댑니다. 그리곤 “다시는 오줌을 싸지 마라”라고 소리지르는데 그렇게 놀래키면 오줌을 싸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을 보면 그리 신통한 방법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경상남도에서는 정초에 처음 서는 장에서는 키를 사지 않는데 키는 곡식을 까부르는 연장이므로 복이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르고 사온 경우라면 집안어른이 키를 부수어 버립니다. 또 제주도에서는 섣달 그믐날 키로 점을 칩니다. 부엌을 깨끗이 치우고 키를 엎어두었다가 새해 아침에 그 자리를 살펴봅니다. 쌀알이 떨어져 있으면 쌀이, 조가 떨어져 있으면 조가 그 해에 풍년이 들 것이라고 했지요. 또, 윤달에 주부가 마루에서 마당 쪽으로 키질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대문에서 집을 지켜
주는 문전신(門前神)을 키질로 내쫓는 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민속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키, 키질하던 어머니 모습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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