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에 태극기 꽂는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태극기 꽂는다
  • 관리자
  • 승인 2007.01.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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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세계 최초 실버원정대 5월 정상공격 앞두고 맹훈

“암벽등반은 기본!”

지난해 10월 15일 북한산 인수봉에서 다부진 표정으로 암벽등반 훈련을 하고 있는 대원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하는 루트에서 부딪치게 될 빙벽에 대비, 안전벨트와 로프에 의지해 가파른 암벽에 오르는 훈련을 수없이 반복했다. <사진제공·월간 산>

해발 8848m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네팔과 티베트 사이에 자리한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 이미 수많은 산악인들의 도전을 불허, 목숨을 앗아간 지구 최고봉. 그러나 여전히 젊은 산악인들의 가슴을 불태우고 있는 에베레스트. 그 정상을 60세 이상으로만 구성된 실버원정대가 도전한다.


정해년 새해 460만 어르신들께 힘찬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실버원정대의 제한 연령은 60세 이상. 실버원정대를 꾸린 한국산악회(회장 최홍건)는 지난해 6월 모집 당시 1947년 4월 30일 이전 출생자로 나이를 제한했다.

 

실버원정대를 통해 새로운 산악문화를 창조하는 한편 고령화시대를 맞아 어르신들의 경륜, 지식, 경험, 지혜 등 실버에너지를 다시 가동시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자는 취지였다.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서류 접수한 결과 모두 49명이 응모했고, 체력 및 고소적응능력과 산행능력을 검증, 최종 7명을 선발하게 된다. 오는 3월 28일 출국하는 실버원정대는 4월 중순 에베레스트 중턱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5월말까지 한달 보름여에 걸쳐 정상공격을 위한 사투를 벌인 뒤 오는 6월 5일 귀국한다.


서류전형과 체력 및 고소적응능력 등 기본테스트를 거쳐 1차로 선발된 대원은 21명. 이들은 지난해 9월 16일부터 11월 5일까지 북한산, 한북정맥(동쪽으로 화천·가평·남양주로부터 서쪽 철원·포천·양주로 이어지는 산줄기) 등 높고 가파른 산악에서 6차례에 걸친 가혹한 시험을 치렀다.


6차 훈련 끝에 2차 선발된 인원은 14명. 한국산악회 실버원정대 김종호 기획단장은 “대원들의 체력은 물론 열의와 도전정신이 워낙 강렬해 회갑을 넘긴 어르신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며 “대원들을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진한 인간적 고뇌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무게훈련을 위해 20kg짜리 배낭을 메고 북한산에 오를 때는 3시간 동안 단 한번도 쉬지 않고 가뿐하게 정상에 올랐던 실버원정대. 젊은이들도 고개 젓는 암벽등반도 거뜬히 통과한 노익장들이다.

 

실버원정대 촬영을 맡아 훈련에 동참하고 있는 이동규씨(32)는 “실버원정대를 쫓아 산행하다 세 번이나 쓰러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이는 실버원정대의 강한 체력과 집념을 따라잡지 못하고 호된 고역을 치르고 말았다.


14명의 2차 선발 대원들은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5일까지 24박 25일 일정으로 히말라야 아일랜드피크(임자체·6189m) 원정등반도 마쳤다. 이 과정에서 다시 9명의 대원이 추려졌다. 3차 선발 대원들의 평균연령은 64.8세.

 

고희를 훌쩍 넘긴 최고령 차재현(74) 대원은 세계 최고령 등반기록을 위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다. 현재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반기록은 일본인 아라야마 다키오씨가 갖고 있는 70세 7개월(2006년)이다.


산행경력 40년의 차재현 대원은 “지금껏 고된 훈련을 거쳤지만 힘들다거나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기충천, 에베레스트 정상을 넘어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한 정열이었다.

10명의 대원들은 앞으로 설악산과 수락산, 한라산, 지리산 등 국내 태산준령(泰山峻嶺)을 쉼 없이 타고 넘으며 혹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웬만큼 산을 탄다는 젊은이들에게도 숨 가쁜 일정과 코스가 실버원정대를 기다리고 있다.


산행훈련이 있을 때마다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상경하는 이남진(68) 대원은 “아일랜드피크 원정등반 때 체력의 한계를 느꼈지만 도를 닦는 심정으로 극복했다”며 “에베레스트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으므로, 고통과 한계에 굴하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거머쥔다는 각오로 반드시 정상을 밟겠다”고 투지를 다졌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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