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우대와 노인차별
노인우대와 노인차별
  • 관리자
  • 승인 2007.01.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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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이 65세 이상의 국내선 노인승객들에게 실시하던 항공요금 10% 할인제를 폐지했다가 대한노인회 등 노인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두 달 만에 취소한 일이 있다.

 

서울시의 정책연구기관인 시정개발연구원은 얼마 전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지하철 경로우대제를 폐지하고, 60세 이상의 생활보호대상 노인들에게만 혜택을 주자는 의견을 냈다가 노인단체들의 반발을 사서 유야무야됐다.

 

일이 이렇게 마무리 된 것은 그만큼 노인 파워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비교적 우대하는 곳은 아마도 골프장일 것이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75세 이상의 회원들에게 그린피를 할인해 준다. 다만 최근까지 70세 이상의 회원들에게 적용하던 시니어우대제를 75세로 축소한 것은 골프장 경영상의 이유다.

 

과거와 달리 시니어 회원들이 나날이 늘어나기 때문에 70세부터 우대제를 적용하다가는 해당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데 골프장에 비하면 많은 유명 헬스클럽에서는 노인들을 차별하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언론보도(조선일보 2006년 9월 19일자)에 의하면, 서울 시내의 7개 특급 관광호텔(무궁화 5개)에서 운영하는 헬스클럽(피트니스클럽)은 60세 내지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회원 가입을 불허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프라자·롯데·르네상스서울·리베라가 60세부터, 신라가 65세부터, 팔레스가 70세부터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을 각각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듣기에는 이들 7개 호텔 이외에 서울지역의 다른 무궁화 5개급 특급 관광호텔도 비슷한 제한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강북지역의 모 광광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는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외부의 회원권거래소에서 회원권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클럽 측과 협의하라고 한다. 일단 희망자를 면담한 다음 적격자에게만 회원권을 구입해 오라고 권유한다는 것이다.


현재 특급호텔의 피트니스클럽 회원권은 500만원에서 400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모두가 외부의 회원권거래소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어느 클럽이든 회원 가입 희망자는 먼저 회원권을 구입한 다음 클럽에 100~200만원 정도의 명의개서료를 납부하고 신규 회원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따라서 노인들은 외부 거래소에서 회원권을 샀더라도 클럽 측으로부터 명의개서를 거부당하는 곤경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노인들에게 헬스클럽 회원 가입을 불허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노인차별이다. 보도에 의하면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노인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있는 모 대학 교수는 “호텔 피트니스클럽 신규 회원 가입에 나이 제한을 두는 것은 명백한 노인 차별”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현재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헬스클럽에서의 노인차별도 법적으로 금지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그러면 유명 헬스클럽에서 노인들을 차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클럽 측은 나이 제한을 두는 가장 큰 이유로 ‘노인들이 헬스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급사하는 등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노인들이 하기엔 격렬한 운동이 많고, 매니저들이 있어도 모든 회원을 다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제대로 하자면 클럽 매니저나 상주 간호사를 더 많이 확보해서 고령 회원들의 사고 발생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옳지만, 우리 수준으로는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텔 측이 노인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는 건강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 지배인은 “노인들이 클럽에 나타나면 젊은 회원들이 눈치를 본다.

 

또한 우리는 손님들이 부대시설을 많이 이용하기를 원하는데, 노인들은 (돈을 아끼느라고) 운동이 끝나면 물만 딱 드시고 간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노인회원들의 급사 위험성이나 젊은회원들과의 분위기 문제 그리고 매장 이용 저조 따위의 구실은 우리 사회가 노인을 공경하고 우대해야 하는 당위성에서 보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문제는 이 보다 훨씬 딱한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노인회원은 치매기가 있어서 클럽에서 일반 손님들이 사용하는 수건을 모조리 자신의 소지품 보관함에 넣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탕 안에서 이상한 노래를 불러 다른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정도는 약과이다. 노인회원이 요실금으로 탕 내에서 오줌을 싸는 것은 보통이고, 어떤 오래된 회원은 변실금으로 욕조 안에서 대변을 흘리는 바람에 다른 손님들이 기겁을 하고 비명을 지른 일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회원들은 정상적인 회원이 아닌, ‘환자’라고 해야 할 상황이므로 그들의 나이에 관계없이 회원 자신 또는 그 가족이나 친지들이 헬스클럽 출입을 삼가토록 할 일이지, 노인의 회원 가입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노인회원들의 경우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정부가 헬스클럽의 노인차별 문제를 다룰 때 일도양단 식의 결정을 하기 보다는 헬스클럽 안에 노인들이 젊은이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헬스를 즐길 수 있는 별도의 안전한 욕조 등의 시설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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