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로봇, 영화 속에서 튀어나와 현실로”
“반려로봇, 영화 속에서 튀어나와 현실로”
  • 안종호 기자
  • 승인 2013.02.28 21:37
  • 호수 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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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스마트에이징’ 선도할 10대 유망기술 선정

2025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게 된다.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1000만 노인시대가 도래할 날이 불과 10여년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인상 등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이 고령자 지원에 집중되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고령 사회에 근접한 1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인구고령화 속도만큼 의학·과학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건강, 안전, 편리성을 갖춘 다양한 미래 신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스마트 에이징을 선도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을 토대로 2020년대 대한민국을 상상해보자.

 

▲ 신경줄기세포 치료기술

유전자·세포공학 접목… 치매치료·질병진단 빨라져
말하는 컴퓨터·로봇슈트·케어로봇 등 신기술 ‘주목’


#은퇴 후 아내와 사별하고 작은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는 김노년(가상·75) 어르신. 그의 하루는 오전 7시, 반려로봇의 모닝콜로 시작한다. 반려로봇 ‘해피’는 식단에 맞춰 아침식사를 야채죽으로 준비해 놓았다. 식사 후에는 운동, 산책 스케줄과 약 먹을 시간까지 챙겨준다.
무엇보다 ‘라이프 케어 서비스 로봇’인 해피는 김 어르신께 둘도 없는 친구다. 틈틈이 말벗이 돼 줄뿐만 아니라 간단한 심부름, 요리, 청소, 정원가꾸기 까지 척척 해낸다. 오후 2시가 되면 신경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도 함께 동행한다.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매 등으로 손상된 뇌를 치료하고, 반려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일이 앞으로 10년이 지난 2023년에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 미래유망기술이 실현되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 TEP)은 10년 내 한국사회에 가장 파급효과가 큰 핵심 트렌드로 ‘인구고령화’를 선정하고, 이에 대비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했다. 선정된 미래기술을 자세히 살펴보면 크게 ‘노후의 건강 유지’를 위한 기술, ‘일상생활의 편리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인 및 국가의 경제적 안정 지원’을 위한 기술 등 3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획기적인 질병진단 기술은 물론 정신적 활력, 노년기 사회성 유지기술 등이 포함돼 특히 눈길을 끈다.
이번에 발표한 ‘스마트 에이징을 선도할 10대 미래유망기술’은 △신경줄기세포 치료기술 △나노바이오 의료센서 △대화형 자연어처리기술 △생체신호 인터페이스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 △무인자율주행자동차 △분자영상 질병진단기술 △라이프 케어 서비스 로봇 △근력지원 로봇 수트 △실감형 스마트워크 등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선정된 미래기술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건강의료 분야에서는 ‘나노바이오 의료센서’가 가장 눈에 띈다. 이는 ‘나노바이오’를 활용해 효소·항체·세포·DNA 등 특정 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거나 감지할 수 있는 기술로, 피 한 방울만으로 각종 질환 유무나 진행 상태 등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시 혈액검사만으로 질병을 파악,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초고속 유전체 해독기술’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또한 유전체를 낮은 비용으로 좀 더 빨리,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의학기술이다. 이는 유전자 변이 등을 찾아내는 것으로, 환자 유전자형에 따른 ‘맞춤형’ 진단과 치료 시대를 앞당기는데 필수적이다.
이밖에 세포 안에서 발생하는 분자 및 유전자 수준의 변화를 동위원소를 이용해 영상으로 제시하는 ‘분자영상 질병 진단 기술’도 고령사회 의료 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진단기술은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난치성 신경질환을 조기에 발견, 치료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기술의 상용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볼 수 있는 ‘근력지원 로봇 수트’도 이름을 올렸다. 이는 신체 골격과 비슷한 형태의 ‘입는’ 로봇으로, 고령자나 장애인이 몸에 착용하면 근육이 받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작동한다. 로봇 수트를 입으면 무거운 물건도 가볍게 들 수 있어 신체 기능이 약한 고령자나 장애인의 사회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 센서와 카메라,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갖춰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교통수단이다. 고령의 운전자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환자들이 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기술은 향후 자동차 산업을 이끌 혁신기술로 예상된다.
노인들이 스마트 기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음성을 인식하는 ‘대화형 자연어처리기술’도 주목받는다. 기계가 사람이 말하는 단어뿐 아니라 문장 전체를 인식하는 기술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의 언어를 이해하거나 생성하는 장비다. 노년이 돼도 각종 IT기기를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사람 간 의사소통과 유사한 방식으로 독거노인의 대화 상대로 활용돼 노인 계층과 정서적 소통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7년 후인 2020년쯤에는 모든 스마트기기의 50%가 대화형 자연어 처리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이와 함께 동작으로 기기를 작동할 수 있는 ‘생체신호 인터페이스’도 미래기술 중 하나로 손꼽혔다. 생체신호 인터페이스는 노약자나 장애인이 생체신호나 신체 동작만으로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눈에 반응하는 컴퓨터가 개발단계에 이르러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본에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로봇개발도 빠뜨릴 수 없다. ‘라이프케어 서비스 로봇’은 빠른 고령화와 가족구조 변화에 대응할 기술로 지목되고 있다. 이 로봇은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동작하기 때문에 재활치료·간병·청소 등을 지원하는 데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3D 홀로그램 화상 회의를 가능케 할 ‘실감형 스마트워크’도 흥미롭다. 사이버 공간과 실제공간이 융합하는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사무실과 동일한 근무환경을 집에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보다 많은 노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통신 네트워크가 발전한다면 가장 빨리 실현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KISTEP 손병호 미래전략본부장은 “이번에 발표한 스마트 에이징 선도 기술은 향후 기술의 발전이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찾아내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기술발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 해결에 과학기술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ISTEP은 이번 10대 미래유망기술 트렌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올해 처음으로 빅 데이터 분석 기법을 도입해 적용했다. 이들은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 net)의 검색 쿼리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미래 한국사회의 주요 트렌드 10개 중 ‘인구구조의 고령화’를 최종 핵심 트렌드로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미래 이슈를 분석한 뒤 대응 기술 75개 중 최종 10개 기술을 추렸다.

사진=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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