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급증… ‘봄철이 위험하다’
노인 우울증 급증… ‘봄철이 위험하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3.08 10:42
  • 호수 3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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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여성 환자, 5년간 연평균 8.2% 늘어
▲ 어르신 등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따뜻한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 마포대교 중간 전망대에 설치돼 있는 동상의 뒷모습. 사진=연합뉴스

10만명당 환자수, 70대 여성에 가장 많아
계절변화와 관계 깊어… 야외활동 늘려야


아침, 저녁으로 아직 날씨가 차갑지만 낮에 비치는 햇살은 벌써 강렬해져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그러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같지 않음)’이다. 오히려 봄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위험한 계절이다. 1년 중 자살인구가 가장 많은 계절이 봄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우내 추운 날씨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던 어르신들은 우울증에 따른 돌발 행위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보호시설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201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우울증 진료환자는 70대 여성이 4178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60대 여성 3217명, 80세 이상 여성 2990명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월 3일 발표한 최근 5년간(2007~2011년) 우울증 진료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가 2007년 47만6000명에서 2011년 53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80세 이상 여성은 5년간 인구 10만명당 연평균 8.2% 늘었으며, 그 뒤를 이어 80세 이상 남성이 6.8%, 70대 여성이 5.2%, 20대 남성이 5.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여성 환자는 37만여명인데 비해 남성은 16만여명으로 매년 여성이 남성보다 약 2.3배 많았다.
노인층에서 우울증 증가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는 “경제력 상실과 신체기능 저하, 각종 질환, 사별 등이 노인 우울증의 원인”이라며 “최근 독거노인의 증가와 가족 내 갈등,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이 많은 이유에 대해 “월경, 출산, 폐경 등에 따른 호르몬의 영향을 들 수 있다”며 “특히 중년기 여성들의 폐경 전후 호르몬 변화는 자존심 손상, 무가치함, 자신감 부족 등과 같이 자신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돼 우울과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봄철, 자살위험성 높아져
우울증은 계절을 탄다. 겨울철을 전후로 많이 나타나며, 특히 겨울을 지나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른 봄까지가 위험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더라도 2011년의 경우 1월 18만4713건, 2월 17만5648건을 보이다가 3월 들어 환자수가 19만3308건으로 나타났다.
계절성이 뚜렷한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의 약 3분의 1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 가을과 봄에 심해지는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가을~겨울 우울증’과 ‘봄~여름 우울증’이 전체 우울증의 약 20~25%가 된다. 특히 자살의 위험성은 우울증의 증상이 절정을 넘어선 시기, 즉 봄철에 가까울수록 커진다.
계절성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세창 성균관대 의대·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은 뇌 안에 있는 ‘생물학적 시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며 “수면, 호르몬 변화 등 이상 현상이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을 앞뒤로 해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밝혔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우울증과 자살 위험성 여부를 평가하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 다 나은 것으로 생각해서 치료를 중단했던 경우라도 이 시기에 앞서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우울증의 재발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을 권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윤 교수는 “가을이나 봄을 타는 사람이라면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야외 활동을 늘려 햇빛을 많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 말벗과 자주 대화를
우울증은 우울감에 빠져 삶의 의욕이 저하되고 흥미를 상실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병으로, 일시적인 우울과는 다르고 개인적 의지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80% 정도에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식욕이 감퇴되거나 비정상적으로 식욕이 왕성해지기도 한다. 불안증상도 흔하게 동반이 되며,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우울증 환자 3명 중 2명이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로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내분비계, 신경과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으므로 환자로 의심되면 전문의에 의한 정밀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울증 치료를 조기에 종료하면 재발의 위험이 크므로 6개월 이상 유지치료를 해야 하며, 약물을 중단할 때에는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르신들은 가족과 경로당 친구 등 말벗과 대화를 자주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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