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실버세대를 경제성장 동력원으로’
일본 ‘실버세대를 경제성장 동력원으로’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3.22 11:27
  • 호수 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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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조엔 실버시장‘품질’로 승부

65세 이상 노인 3000만명(2010), 100세 이상 장수노인도 4만4449명(2010년 후생성)에 달하는 ‘늙은 일본’이 실버층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일본재생전략’에 고령인구를 적극 이용하기로 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건강산업을 집중 육성해 이 기간 동안 50조엔(약 582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건강산업 시장을 키워 일자리를 늘리고, 특히 손자 유학비 등 교육지출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에서 실버층이 보유한 부(富)를 청년층에 이전시켜 중산층으로 육성하겠다는 일본의 복안이 엿보인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현 추세대로라면 2026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국민소득 4만달러 수준에서 고령화를 맞았지만 우리는 겨우 2만달러에서 초고령 사회를 앞두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고용악화와 청장년층 생활기반 악화, 저출산 심화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면 우리보다 앞서간 일본 실버산업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OTRA 조사 결과 2012년 현재 총액 70조엔의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실버산업은 가격보다 품질 중시, 타사와 차별성 전략으로 나가는 기업들의 판매전략에 힘입어 올해도 성장이 예상된다.

지갑 두터운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고령층 진입으로 시장 확대
신체지지 로봇산업도 2025년 72조엔까지 성장 전망
고령자 타깃, 단맛 등 강조한 요양식 비즈니스 활발


일본 실버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2005년을 정점으로 확대폭이 약간 줄어드나 1990년 33조엔에서 2030년 약 77조엔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日 닛세이기초연구소)
이렇듯 일본 실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것은 인구·세대구조 변화에 따른 수요층 확대와 막대한 부(富)를 가진 고령층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데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2년 현재 2975만명으로 총 인구의 23.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대주가 65세 이상인 세대 중 4000만엔 이상의 저축액을 보유한 비율은 16.8%로 전체 평균(1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른바 돈 많은 노년층이 는 데다 2011년을 기점으로 60세 이상 고령자의 연간 소비 지출액이 100조엔을 돌파하면서 실버산업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단카이 세대 고령층 진입
2013년에도 실버산업 규모는 소폭확대가 예상된다. 단카이 세대가 은퇴를 넘어 본격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에 진입함으로써 구매력이 높고 활동적인 소비층이 증가해 수요를 이끌어 갈 전망이다.
제도적으로는 공적 개호보험제도 확대로 기존 정부주도형에서 민간기업, NPO(비영리 민간단체) 등 다양한 사업자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퍼스널 케어’ ‘커뮤니케이션기기’를 중심으로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일 것으로 분석된다.

 

▲ 생활 전반에 걸쳐 유니버셜 디자인이 유행하고 있지만 특히 가전업계에서는 안전성과 편이성을 부각시킨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파나소닉의 뽑기 쉽게 디자인된 콘센트와 코드를 없앤 스팀다리미.

유니버셜 디자인 선호
시장별 주요 트렌드를 보면, 의류 및 생활용품에서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확대가 예상된다.
유니버셜 디자인이란 어린이, 노인,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디자인으로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쉬운 조작 방법, 쉬운 사용설명 표시, 편안한 작동, 무엇보다 이동이 편해야 하며 제품을 사용하면서 환경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선도업체는 2003년부터 이 디자인을 자체 디자인 규정으로 제정한 파나소닉이다. 이 회사가 2005년 출시한 세탁기는 세탁물을 투입하는 앞면이 30도가 기울어져 있다. 어두운 드럼 안을 잘 볼 수 있도록 조명도 설치했다.
코드리스(Cordless) 스팀 다리미는 간단한 조작은 물론, 자동전원 차단기능에 정리 수납까지 편하다.
도시바는 근력이 약한 노인들을 위해 버튼만 누르면 문이 열리는 냉장고를 만들었다. 냉장고 내부에도 자석을 붙여 닫을 때에도 살짝 밀기만 하면 된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부상자가 많이 생기면서 이들을 위한 디자인을 찾다가 생겨났지만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를 맞은 최근에서야 부각되고 있다. 

 

▲ 무장애설계(배리어프리) 인증을 받은 문턱 없는 건물(왼쪽)과 장애인 고령자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손잡이를 설치한 모습. 우리나라는 2007년 제도가 도입돼 보건복지부·국토해양부에서 인증해 주고 있다.

잇몸으로 먹는 요양식 개발
정보통신 시장에서도 쉽고, 편리한 조작을 지향하는 성향은 이어진다.
휴대폰 글자를 크게 하거나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필요한 기능만 남겨둔 IT기기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소니의 전자서적 리더/PRS-T2는 조작이 간편하고 글자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으며 메모 삽입 및 삭제, 단어 검색 등 고령자를 위한 기능을 탑재했다.
식품시장에서는 고령자를 타깃으로 한 요양식 비즈니스 확대가 예상된다. 식품 각 메이커들은 고령화에 따라 시장확대가 예상되는 요양식 비즈니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고령자들이 선호하는 단맛과 부드러움을 강조한 PB제품(유통업체 자체 제작상품)을 출시해 고령자 이용객 수 증가를 노리고 있다.
요양식 분야 톱 브랜드인 모리나가 유업의 매출액은 2001년 88억엔에서 2008년 235억엔으로 약 400%가 증가했다. 2008년 군마에 유동식 전용공장을 건립한 메이지유업은 2009년부터 본격적적인 상품라인 다양화에 돌입했다. 마루하니치로는 씹는 힘이나 삼키는 힘이 약한 고령자들을 위해서 혀와 잇몸 만으로도 으깰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운 개호식 제품을 개발했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배리어프리) 시장은 본격적인 로봇활용이 예상되고 복지차량 비즈니스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들이 살기 좋도록 건축설계에서 문턱과 장벽을 없애자는 뜻으로 일본은 배리어프리 인증이 잘 돼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건물 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배리어프리 선언을 하고 있고 2006년 12월 연면적 2000㎡ 이상 건물에 무장애 설계를 의무화했다.

▲ 착용하면 몸의 힘을 10배로 늘려주는 사이버다인의 HAL.
병 들고 근력이 떨어진 고령자들에게는 이들 신체가 장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로봇의 힘을 빌려 신체의 힘을 되찾아주는 산업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로봇산업은 2025년 72조엔까지 성장이 예견된다. 사이버다인의 HAL은 몸에 장착해 신체기능을 확장하거나 힘을 증폭시켜 주는 로봇으로 신체 기능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최대 10배까지 늘려준다. 무게는 22kg,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3시간 가량 쓸 수 있다. 옷이 무겁기는 하지만 자신의 무게까지 지탱하기 때문에 노인이나 장애인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작동은 로봇을 착용한 사람이 뇌에서 근육의 운동신경으로 신호를 전달하면 로봇의 특별 센서가 감지해 작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장의 중작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

국내외 전시회 관심 가져야
일본 실버제품 수입 바이어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품질과 안전이다. 따라서 마케팅시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제품의 품질과 국제규격, 인증을 통한 보증을 우선적으로 어필하며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가격보다 소비자를 위해 어떤 점을 갖춘 제품인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건강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실버층의 두터운 지갑을 쉽게 열고 있다.
아직 한일 간 기술격차가 크고 실버산업에 대한 이해도 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보면 국내 실버산업의 발전 여지는 매우 높다. 따라서 꾸준히 일본의 선진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우리산업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KOTRA 조병구 무역관은 강조한다.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실버산업 전시회를 눈여겨 보는 것도 적당한 진출 기회를 노리는 한 방법이다. 국내 전시회로는 실버라이프페어가 6월 코엑스에서 열리며 실버산업 전반을 전시할 예정이다.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도 ‘2013 광주국제실버전시회’가 마련된다.
일본에서는 2월, 4월, 7~9월에 걸쳐 ‘메디케어푸즈전’ ‘배리어프리’ ‘국제모던호스피털쇼’ ‘국제복지기기전’ 등이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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