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대해 보는 ‘십시일반’
다시 기대해 보는 ‘십시일반’
  • 관리자
  • 승인 2007.01.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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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섣달이 되면 여기저기서 온정의 손길을 얘기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연말 서울의 S병원에 경기도에 사는 70대 여성 2명이 각각 1억원씩을 불우한 환자들을 위해 써 달라며 보내왔다고 한다.

 

또 강원도 경찰청 어떤 경찰관들은 동료 가족이 세상을 뜨게 되자 유자녀들을 돌보는 역할을 자임하며 성금을 모아 전달했다고도 한다. 돈 많고 명예가 훌륭한 사람들이 뭉칫돈을 내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이야기가 언론을 장식하는 가운데 들려오는 개미군단들의 아름다운 선행들이다.


코 묻은 돈을 아낀 어린이의 몇 천원이나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의 쌈짓돈 몇 만원도 결코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이름 없이 기부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십시일반 모이면 백만원이 되고 1천만원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늘 상처받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개미군단의 위력을 기대하는 이유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역사적으로 보통사람들에게 의지했다. 전쟁이나 기근 같은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희생하면서 지켜낸 것은 그들이었다.


경제가 어렵다. 노인관련 복지예산도 넉넉하지 않다. 고령화 추세에 비례하여 예산과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지만 그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과연 속도에 맞게 따라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십시일반으로 태산을 이루는 개미군단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지난해 노인의 날 효행상을 수상한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효도하고 있다. 대부분 단독주택에 살고 있으며, 중병이나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노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강오륜 미풍양속의 전통이 있는 나라이니 전국에 숨어 있는 효자·효부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면 그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효자·효부가 전국에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가 세금으로 지불해야 할 사회적 기회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인복지예산으로 얼마를 확보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효자·효부들에게 효행의 보람을 느끼게 하고 효심을 고취시키는 것도 예산마련 이상의 가치가 있다.

 

효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가 돌볼 수 있는 노인의 숫자가 줄고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만으로도 국가 재정적으로 큰 이익이 되는 것이다.

익명의 기부자가 많고, 이름 없이 십시일반 뜻을 모으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소설 제목에도 있듯이 보통 사람들이 ‘도둑맞는 가난’도 없다. 떵떵거리는 자들이 기부했다고 사진 찍고, 그것을 빌미로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면죄부를 받게 해서는 안 된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그래서 지금도 금과옥조다. 한 명의 1백만원보다 1백명이 100만원을 만들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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