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광화문광장에 나가보세요”
“일요일엔 광화문광장에 나가보세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04.05 11:27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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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장터’ 큰 인기

▲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치는 광화문광장에 장터가 들어섰다. 서울시는 재활용과 광장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장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 딸과 함께 동물도예를 판매한 박정자씨(사진 오른쪽)는 3시간여 동안 15만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시중서 1만5천원짜리 강아지장난감 단돈 1천원

“꼭 세탁하신 후 사용하세요.”
지난 3월 셋째 주 일요일(17일) 오후 2시 경, 광화문광장 장터에서 장난감을 사가는 주부에게 판매자가 당부하는 말이다. 사용했던 물건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위엄이 서린 광화문광장에 ‘벼룩시장’이 들어섰다. 잔디 양옆으로 텐트가 200여m 들어섰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좌판을 앞에 두고 있는 상인은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평범한 이웃사람들이다. 땅바닥에 반듯하게 진열해놓은 물건은 생활의 이끼가 느껴지는 중고품. 찬바람이 매섭지만 쪼그리고 앉아 물건을 흥정하는 이들과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뜨겁다.
크기가 다양한 달마그림 20여점을 펼쳐놓은 화가 최병선(67·서울 녹번동)씨는 “중국여류화가가 5점을 사갔고, 즉석에서 2점을 그려주었다”면서 “3시간 동안 21만원어치를 팔았다”고 했다. 최씨는 다음 주에도 장터에 나가기 위해 인터넷으로 판매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남편과 함께 장터에 나온 주부 정미숙 씨(38·경기도 일산)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쓰던 아기용품을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들고 나왔다”면서 “바람이 불어 추웠지만 2시간만에 가지고 온 걸 다 팔아 4만원을 벌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 날부터 10월 27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4시에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물건을 팔고 사도록 하는 ‘광화문희망나눔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점포 계약’은 간단하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fleamarket.seoul.go. kr)에 들어가 판매신청을 하면 추첨해 당첨 결과를 알려준다. 당일 현장에서 장터본부로부터 자리표를 받아 지정된 자리에 팔 물건을 펴놓으면 ‘하루살이 사장’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공방 ‘해와 달’을 운영하는 박정자 씨는 동물도예 80여점을 가지고 나왔다. 박씨는 “딸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주어 운 좋게 당첨됐다”면서 “난생 처음 땅바닥에 앉아 물건도 팔고 사람 구경도 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15만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장터 개장 첫날 참가한 점포수는 총 300곳. 판매자의 연령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상품은 의류, 게임CD, 장난감, 그림, 모자·가방·신발 등 액세서리가 대부분. 특이하게 낚시떡밥도 보였다. 가로, 세로 2×2m 넓이의 공간이 비좁을 정도로 물건이 가득한 가게가 있는가 하면 빈 공간이 더 많은 가게도 있다. 탁자를 놓지 못한다는 제약으로 땅바닥에 돗자리를 깔았다.
장터의 특징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강아지장난감의 경우 시중에서 1만5000원 하는 것을 단돈 1000원에 판다. 모자는 무조건 2개에 5000원, 신발도 몇 천 원대이다.
박정자씨는 “여기서는 1만원만 넘으면 고개를 돌려요. 제 작품 중 3000원이 제일 저렴한 건데도 깎아달라고 해 500원을 깎아주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사람 당 판매 수량을 80점 이하로 정해 놓았고, 가격은 판매자 임의로 책정한다. 10인 이상, 200점 이상의 단체 지원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복지관에서 동양화와 붓글씨를 가르치는 유인수(87·서울 신내동) 어르신은 ‘점포’를 구하지 못해 광장 건너편 인도에 화선지를 깔아놓고 구부린 채 글씨를 써 시선을 끌었다. 유 어르신은 “종이가 바람에 날려 글씨 쓰기가 힘들었지만 잠깐 사이에 3점을 팔아 그 돈으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할 생각”이라며 “인터넷을 못해 다음 주에는 직접 시청을 찾아가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장터 한쪽에는 재활용과 재사용을 경험하는 체험 코너도 있다. 젊은 여성들과 나란히 앉아 면 생리대 제작 무료체험을 한 장정자(69·경기도 부천)씨는 “중학교 1학년 손녀에게 줄 생리대를 만들어보았다”면서 “사람 구경도 할 겸 나왔는데 볼거리도 많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장터는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물건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나타났다. 판매자들 사이에 서울시가 지정해준 주차시설의 주차비가 비싸다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판매자들의 호응이 높아 개선할 부분을 고쳐나가면서 장터를 활성화시키겠다”며 “뒷청소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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