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복지행정의 작은 기적
[독자기고] 복지행정의 작은 기적
  • 김용식
  • 승인 2013.04.05 11:55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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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의 추위는 너무나 매서웠다. 한강이 꽁꽁 얼어붙은 영하 20도의 날씨는 무척이나 어려운 우리 서민경제에 더한 고통을 안겨줬다. 이런 겨울 추위에 가장 난감한 사람은 전국 거리의 400여명의 노숙자다.
서울역에서 100여명이 넘는 노숙자를 돌보는 공무원과 민간단체 직원들은 퇴근 시간도 반납하고 한 사람이라도 노숙자쉼터에서 안전하게 밤을 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노숙자들은 밤 10시 취침해야 하는 쉼터의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자유롭게 사는 지하도 방바닥을 택하겠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시는 중구청 관할 구석진 지하도 바닥에 온돌을 깔고 6개의 공기청정기를 달아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이조차 상담요원이나 의료진들이 새벽까지 노숙인들을 설득하고 데리고 오면서 가능했다. 이러한 수고로 올해 겨울에는 거리의 노숙자들이 동사(凍死)했다는 기사가 거의 없었다.
노숙자들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 그늘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2011년 KTX가 개통되면서 그들은 지하도로 밀리는 신세가 됐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러나 사회복지 행정공무원과 민간단체 직원들의 열정적인 책임감으로, 그들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현장에서 그 답을 찾아 귀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이처럼 탁상공론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복지가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숙자 문제는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88년 일본 출장 시 동경도청이 있는 신주쿠 지하도에서 박스로 대로를 차지한 노숙자의 모습을 보면서 잘사는 나라도 양극화는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그 결실의 분배는 균등하지 못하다.
그 중 생계가 극히 어려운 150만명의 기초수급자, 사업도산 등 신용불량자 300만명, 차상위자 250만명, 독거노인 117만명과 직장이 없는 실직자 406만명이 모두 새로운 돌파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지만, 공약한 보편적 복지를 다 해결하려면 134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니 증세 없이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OECD 평균 22%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9.8%로, 더 많은 재원이 복지에 투입돼야 한다. 북한과 대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노인인구의 급증에 비례하는 복지수준의 향상은 필연적이다.
이번 서울특별시의 복지행정은 작은 기적을 이룬 실천사례로, 정성과 관심이 복지의 근본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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