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전 세계에서 1초에 6개씩 팔려 화이자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다 준 첫 발기부전 치료제‘비아그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1998년 탄생 15년만의 위기일까. 지난해 5월 17일 비아그라 물질 특허가 만료되면서 3월 현재 국내 제약사 38곳이 72종의 복제약을 출시했다. 앞서 국내 시장은 비아그라(화이자), 시알리스(릴리)에 토종약 자이데나(동아제약)가 1000억원대 국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비아그라 물질특허 만료에 맞추어 누리그라, 헤라그라, 세지그라 등 이름마저 비슷한 복제약들이 가세하면서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은 흡사 춘추전국시대를 이룬다. 이들 복제약들은 비아그라와 동일 성분에 초기 개발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데에서 얻은 가격경쟁력을 강력한 무기로 앞다퉈 시장석권을 노리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팔팔정’은 지난해 12월 한달간 8억2000만원의 처방액을 보이며 같은 달 처방액 9억7000만원대의 비아그라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38개업체 72종 출시… ‘팔팔정’ 선두
같은 성분 가격은 반값 환자부담 줄어
“20대에 발기부전이라니…. 친구들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고…. 너무 어린 나이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신혼인데 발기부전이라 신부한테 여간 미안한 게 아니에요. 몸에 좋다는 거 먹고 있기는 한데 정력제를 더 먹어야 할까요?”
“나이는 먹었지만 욕구는 그대로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네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서울시내 유명 비뇨기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고민글들은 20대 청년부터 70~80대 노년에 이르기까지 공통의 관심사가 한 군데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예나 지금이나 남성다움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연 정력이기 때문이다. 또 흔히 경험하는 증상 때문이기도 하다. 발기부전은 국내 40대 남성의 35.7%, 50대 남성의 71.1%가 경험한다는 대한남성과학회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세계 최초 발기부전 치료제의 탄생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1992년 화이자사는 협심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이 약 성분은 ‘실데나필’로 심혈관 확장효과가 기존 약보다 약해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남성환자들의 항의가 잇따랐고 남은 약의 반납도 거부했다.
심장병 치료제로는 기대이하인 실데나필의 또 다른 부작용인 ‘발기현상’ 때문이었다.
1994년 화이자는 심장병 환자 대신 발기부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데나필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임상시험 참가자 12명에게 하루 한 차례 실데나필을 투여한 결과 10명에게서 효과를 확인하고 1998년 신약허가를 얻어 세상에 나온 비아그라는 2012년 화이자에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주기도 했다.
▲필름·츄잉·세립형으로 편리성 강조
15년 동안 독점적인 아성을 구축해 온 비아그라가 최근 시장 주도권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 지난해 5월 물질특허권이 만료되면서다. 국내 제약사들이 비아그라와 동일한 성분에 가격은 최고 4배까지 저렴한 복제약들을 일제히 출시하면서 독주체제가 흔들린 것이다. 비아그라 공급 제약사 한국화이자는 지난해 10월 한미약품을 상대로 디자인권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위기의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미약품의 비아그라 복제약 ‘팔팔정’은 실데나필 성분으로 복용 후 1시간 만에 약효가 나타나 4~6시간 지속되며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에 비해 발기 강직도가 뛰어나고 환자군에서도 우수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 이런 한미약품측 주장을 증명하듯 출시 10개월 동안 월평균 7억원 정도 판매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억7000만원대가 처방된 비아그라와 불과 1억~2억원 차이다.
지난해 1~4월 월평균 21억3000만원어치가 처방된 비아그라는 복제약 출시 이후인 11월에는 10억3000만원에서 12월 9억7000만원대로 처방액이 반토막났다.(의약품시장조사기관 IMS) 올해 1월 10억3000만원대로 다시 올라섰지만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팔팔정의 공세에 불안했던지 2월부터 공급가격을 1만원대에서 6000원대로 40%가량 인하했다.
반면 팔팔정은 11월 8억원에서 12월 8억2000만원, 올 1월에는 8억8000만원대 처방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팔팔정’가격인하 공신
복제약 시장은 한미약품 팔팔정을 선두로 누리그라(대웅제약), 헤라그라(CJ제일제당), 세지그라(하나제약) 등이 주목받고 있다. 복제약들은 저렴한 가격과 휴대성, 복용의 편리성을 강조한 다양한 제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입에서 녹여먹는 필름형, 씹어먹는 츄잉형, 털어먹는 세립형 등 제형이 다양하다.
1만원이 넘는 비아그라 가격을 낮춰 놓은 것은 ‘팔팔정’이다. 시알리스(릴리), 레비트라(바이엘) 등 수입약도 모두 1만원이 넘었다. 토종 제품 중 SK케미칼의 엠빅스와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6000~8000원 수준이었다. 복제약 중 가장 먼저 출시해 지금껏 판매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팔팔정은 가격을 비아그라 절반 이하로 책정했다. 필름형은 4000원대, 알약과 츄정은 2000원대 초반이다. 박하향으로 달콤한 맛이 나는 팔팔츄정은 물 없이 간편하게 씹어서 복용할 수 있고 약값도 1정당 2500원으로 알약과 동일하다. 대웅제약은 누리그라 제형에 이어 시트르산염을 제거해 쓴맛을 없앤 ‘누리그라츄정’을 내놓아 팔팔츄정 뒤를 쫓고 있다. 가격도 1정당 2400원으로 팔팔츄잉과 비슷하다. CJ제일제당의 ‘헤라그라’는 정제와 세립제 두 가지 형태로 시장에 나와 있다. 세립제는 비타민처럼 먹는 가루형태로 1케이스당 100mg 용량씩 총 5포가 들어 있으며 3만원이다.
나머지 복제약들 가운데 H-U(안국약품), 데나그라(동광제약), 이디포스(유한양행), 이그니스(일화제약), 컨피던스(유유제약), 보그라(한국프라임), 네오비아(코오롱제약) 등은 한 달 판매액이 1000만원 이내다.
복제약 공세에 밀렸던 탓일까. 비아그라의 지난해 매출액은 25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5% 하락했다. 그 1위 자리는 아직 동일성분 복제약이 없는 시알리스가 차지했다.
흔히들 정력쇠퇴쯤으로 여기지만 발기부전은 심장질환의 예고다. 중국 쑤저우 대학 연구진이 미국심장학회 온라인판에 게재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발기부전 남성은 그렇지 않는 남성에 비해 심장혈관질환 위험이 48%, 심장질환 위험이 46% 증가했다. 발기부전이 처음 나타나고 평균 3년이 지난 후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온다는 연구보고도 나온 바 있다.
남성질환 전문한의원 후후한의원 이정택 원장은 “발기문제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 만큼 단순히 발기를 강제로 유발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