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박은태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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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8.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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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없는 평생직업 복지사회‘기틀’

노년기는 인생을 꽃피우는 황금기

 

70세 이상은 돼야 노인 … 65세 기준 바로 잡아야
노년층 2·3차 산업 종사 위한 교육시스템 마련해야

 

지난 2002년 ‘50대 창업시대’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서점가의 주목을 받으며 출간됐다. 제목으로 보아서는 당시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온 창업 관련서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전혀 딴판이었다. 이른바 ‘사오정’과 ‘오륙도’로 폄하되던 조기 명예퇴직자는 물론 6, 70대 노년층은 ‘50대 창업시대’를 읽고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재기를 다짐할 수 있었다.

 

‘50대 창업시대’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50대가 넘은 사람은 전문성과 경험·인맥·자금력이 풍부하므로 결단력과 용기만 있으면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요지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저자의 ‘라이프 사이클’ 이론이다.

 

0~25세의 ‘성장기’는 배우고 익히며 사회적 존재로 자라는 때이고, 25~55세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한편 성장기를 통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기반을 구축하는 ‘활동 1기.’ 성장기와 활동 1기를 겪은 뒤 인생의 꽃을 피우는 시기가 바로 55~75세인 ‘활동 2기’다.

 

인생의 목표는 활동 2기에 이루어지고, 사회를 윤택하게 발전시키는 동력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명예퇴직과 함께 ‘결단력과 용기만 있으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노년을 바라보는 50대는 물론, 6, 70대에도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들의 현재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활동 2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특한 이론을 주장한 ‘50대 창업시대’의 저자가 박은태(朴恩台·68) 박사다.

 

1938년 경남 진주에서 출생한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의 일이었다.

 

귀국 후인 1976년 (주)미주산업을 창업하는 한편 단국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미국 하버드대 개원교수를 거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이사, 14대 국회의원, 대한석유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박은태 박사의 이력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다.

 

현재 그는 ‘도서출판 경연사(경제연구사) 대표’ 그리고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직함이 새겨진 두 장의 명함을 지니고 다닌다. 인구문제연구소는 정부의 인구정책을 돕고, 인구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964년 국회 발의로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

 

노인문제를 인구문제의 한축으로 바라보는 박은태 박사는 경제학적 해법으로 다양한 대안과 해결방안들을 쏟아냈다.

 

박은태 이사장은 “노인인구가 급속히 확대되고 수명이 크게 늘어 노인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현재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이는 평균수명이 60세에 머물던 1960년대의 기준이므로 이제 70세 이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9.1%인 446만명. 그러나 박 이사장의 지적대로 70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하면 노인인구는 전체의 6.6%인 269만명으로 줄어든다.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깊이 있는 노인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정년철폐, 평생 직업구조로 재편해야

 

그렇다면 65~69세 노인 117만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은태 이사장은 전반적인 취업제도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박 이사장은 “정년제를 없애고 능력이 있는 한 평생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핀란드와 일본처럼 노인들의 직업에 대한 숙련도와 그에 따른 생산성을 인정해 보너스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 50대의 조기 퇴직도 능력이 아니라 단순히 나이만 따지는 경직된 노동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년층의 값진 경험과 지식을 생산성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정년퇴직을 없애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매우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농어업 및 축산업 등 노인들이 주로 종사하던 1차 산업이 2, 3차 산업으로 대체됐다”며 “노인들이 2, 3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2, 3차 산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재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박은태 이사장은 노인을 재교육시키는 가장 좋은 모델로 미국의 직업교육기관인 ‘OTC(Organization for Training Center)’를 예로 들었다.

 

박 이사장은 “미국 OTC처럼 노인들의 건강, 지식, 전공분야 등 개인자질과 능력에 맞는 개별맞춤식 인력지원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전문교육기관을 세워 노인들의 직업 재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6개월을 주기로 10만명씩 재교육시키면 1년에 20만명, 10년이면 200만명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또 “최근 제조업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노인들도 교육만 받으면 충분히 생산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종교단체도 복지재정 보태야

 

일자리와 함께 노인복지 실현을 위한 선결과제로 재정이 꼽힌다. 지금까지 정부예산만 탓했던 현실을 감안할 때 박 이사장의 제안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듯하다.

 

박은태 이사장은 “정부 예산만으로는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기업과 종교단체 그리고 각종 연금 등을 동원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영역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유도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민관(民官)이 공동협조, 복지예산을 마련하고 있는 프랑스를 예로 들어 “기업은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각 종교단체도 사회봉사 및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노인복지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과거 민간영역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종교단체가 지금은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 등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노인복지정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지적이다. 

 

박은태 이사장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경제학적으로 접근해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나아가며 겪어야 하는 당연한 과제”라고 단언했다.

 

농경사회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녀를 최대한 많이 낳았지만 산업사회에서는 여성이 직장을 갖는 등 노동구조가 변해 출산율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

 

박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가 걷고 있는 첨단·정보산업사회에서는 산업사회보다 더 낮은 출산율과 함께 의학 발달로 인한 고령화가 뚜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서구에서는 100여년에 걸쳐 형성된 고령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30여년 만에 이루어져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족에서 찾을 수 있는 만큼 가족구성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부양 가족에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등 더욱 적극적인 유도정책을 펴는 한편 이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가족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제도정비를 통해 앞으로 20년 뒤에 들이닥칠 초고령화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노인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은태 이사장은 “2017년에는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노인의 사회적·직업적 경륜과 지식을 생산성과 연결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이 같은 산업구조가 발전의 기틀을 제공한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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