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전 필자가 미국으로 유학하여 사회복지 공부를 할 때 사회복지 실습을 했던 기관은 Housing Bureau for Seniors였다. 이 기관은 노인주거상담 전문기관으로서, 원래는 대학병원에 소속된 노인병원(Geriatric Hospital)의 한 부서로 있던 것이 기능이 확대되어 독립된 비영리기관이다.
노인병원에 입원해 있던 노인환자가 퇴원하면 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퇴원은 하였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거나, 더 이상은 혼자 살거나 가족이 돌볼 수 없어서 요양원에 가야한다거나, 아니면 상황이 호전되어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맞추어 퇴원노인들에게 가장 적절한 주택을 소개하고 필요한 행정절차를 도와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회복지 전문용어로는 정보제공 및 의뢰 서비스(information & referral service)인 것이다.
퇴원 후 가서 살아야 할 적절한 곳을 정해야 하는데 정확한 정보도 없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 기력도 없는 노인들에게 이 기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노인병원의 사회복지사는 퇴원 훨씬 전부터 노인의 건강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개인 신상을 파악한 뒤 주거에 관한 상담이 필요한 경우 노인을 이 기관과 연결시켜 준다.
이 기관에는 전일제로 일하는 소장과 시간제로 일하는 총무만이 유급직원이고 나머지 모든 일은 무급 자원봉사자에 의해 처리된다. 여기에서 봉사하는 분들은 주로 비교적 건강한 남녀 은퇴자들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내방 노인의 건강과 질병 상태, 경제상태, 가족관계, 기타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충분한 상담을 한 뒤 3~4개의 주거후보지를 제시하고 같이 다녀본다.
자원봉사자가 자기 승용차로 안내하고, 유류비는 나중에 주행거리를 계산해 환불 받는다. 자원봉사자는 결국 시간으로만 봉사하는 셈인데, 이 제도 때문에 자원봉사자는 경제적 부담 없이 오랫동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소위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노노케어인 셈이다.
이 기관은 지역의 노인주택을 포함하여 노인주거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에 관한 최신 정보를 항상 보유하고 있다.
노인아파트, 공동생활가정, 요양원, 회복기환자요양원 등 노인의 욕구에 맞추어 설치되어 있는 다양한 노인주택에 관한 정보는 물론, 법에 의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역모기지 등 금융서비스, 주택수리비 신청 등)에 관한 정보를 갖추어 놓고 있다.
또한 필요한 행정서식을 갖추고 언제라도 신청해서 입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위 노인주거에 관한 원스톱(one-stop) 서비스 센터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회복기환자요양소(convalescent home)이었다. 이곳은 퇴원 후 요양서비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요양원(nursing home)에 가야 할 만큼 중증이 아닌 환자들이 일정 기간 건강을 회복하는 곳이다. 요양원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재활에 중점을 더 두는 곳으로서, 병원과 요양원 간 중간시설인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병원에서 급성질환을 치료해서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상태가 좀 호전되었다고 가정으로 곧 모시거나, 혹은 상태가 더 악화되었다고 중풍과 치매 환자를 돌보는 요양원에 입원시키기는 어려운 환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일정기간 머물면서 섭생과 재활을 통해 충분한 회복기를 거친다면 비교적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일반주택이나 노인아파트 같은 곳으로 옮겨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시설은 자기가 비용을 부담할만한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엔 아직 이런 시설이 없다. 법 규정도 없고, 어느 정도의 욕구가 있는지도 조사된 바 없다. 그러나 분명 이런 시설의 필요성을 느끼는 많은 노인환자와 가족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집, 병원, 요양원이 아니고 질병 치료와 회복, 섭생과 요양에 대한 노인의 댜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는 데에 따른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러한 형태의 시설도 중요한 고려사항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할 때나 병들었을 때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지의 문제는 향후 노인복지의 주요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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