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아이에겐 상상을, 어른에겐 추억 선사”
“만화… 아이에겐 상상을, 어른에겐 추억 선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05.24 10:15
  • 호수 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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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만화다-행복한 우리 가족전’
▲ 원로만화가들이 전시회 개관식에서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문수·사이로·윤승운·이정문·조관제·조항리·권영섭 한국원로만화가협회장·노석규·신동헌·허어·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한 사람 건너 김성환씨.
▲ 권영섭 원로만화가협회장이 관람객들에게 만화 그리기 체험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6월23일까지 양평군립미술관서, 토·일 ‘만화체험교실’ 인기
원로만화가·현대미술작가 60명, 250여 작품 한 자리에 전시

양평에 가면 만화를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긴다. 경기도 양평읍 양근리 양평군립미술관에서 6월 23일까지 열리는 ‘세상은 만화다-행복한 우리 가족전’ 전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술관 전면유리벽에 대형 ‘로봇찌빠’(신문수)가 즐거운 만화전시를 알리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 캐릭터-고바우영감(김성환)·꺼벙이(길창덕)·고인돌(박수동)·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들이 환영한다. 로비에선 어린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1, 2층 600평 공간에 60여명의 원로만화가와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 250여점을 다섯 개의 테마로 펼쳐놓았다. 애니메이션 & 매체미술, 시대별 만화 캐릭터, 추억의 만화경, 상상 속 만화, 미술 속 만화 등이다.
가장 만화다운 장소는 1층 ‘추억의 만화경’. 60~70년대 동네골목의 만화방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옛날 만화책들이 벽면에 일렬로 꽂혀 있고, 긴 의자에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만화책을 보고 있다. 만화표지만 봐도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손동현(34·서울 중곡동)씨는 “태권브이 만화를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면서 “1시간 가까이 옛날만화를 보고 있다”고 했다. 손씨의 두 딸은 지하 1층에서 진행하는 어린이예술학교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어린이예술학교는 토·일요일에만 열리며, 만화의 개념부터 4칸 만화그리기까지 만화의 전반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다. 백세시대에 만화를 게재하고 있는 윤승운·사이로·장은주·최홍재·이정문 등 한국원로만화가협회(회장 권영섭) 회원들이 맡았다. 권영섭 회장은 “현재의 모습과 희망하는 모습을 그려 꿈을 갖게 하거나, 내가 미워하는 아이, 나를 미워하는 아이를 그려 화해하는 동기를 부여한다”며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도 같이 만화를 그림으로써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고 말했다.
장은주 화백은 “만화 기초를 가르쳐보면 소질 있는 아이를 금방 알 수 있다”며 “후에 만화가가 되기를 원하는 아이도 여럿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오후, 어린이예술학교에서 아들 주헌(서울 신석초 5년)군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던 이웅원(서울 마포)씨는 “필리핀인 다문화가정과 같이 전시장을 찾았다”며 “아이들이 서로 말로는 이야기를 잘 못해도 그림으로는 쉽게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신동헌 화백의 수채화. 정명훈·아이작 스턴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공연 모습을 스케치한 것이다. 신 화백은 ‘예술의 전당’ 측의 배려로 객석에 앉아 연주가들의 공연을 보면서 그렸다고 한다.
회화와 만화가 융합해 새롭고 신선한 예술적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인형 얼굴과 일상용품을 자유롭게 조합해 로봇으로 그려낸 ‘암킬러’(낸시 랭), 마이클 잭슨·앤디 워홀을 소재로 한류가 세계 문화를 리드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류에 가두다’ 시리즈(배진현), 마릴린 먼로의 누드 그림 배경에 먼로의 일생을 빼곡히 적어놓은 ‘7년만의 외출’(주경숙)이 그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만화도 인기다. 중국 인민일보가 펴내는 잡지 ‘유머 풍자’의 주필 서붕비 등 유명 만화가들의 재치 있는 만화 30점을 전시해놓았다. 이들 작품은 연길에서 개최한 한중만화교류전(1994년) 당시 소개됐던 작품들로 권 회장의 소장품이다.
인디만화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외국의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한국슈가협회에서 만든 다양한 케이크도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다.
전시장은 인근 초·중·고등학교의 야외학습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서종중학교 성재봉 미술교사는 “아이들의 미술적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많이 보고 느끼게 한다”며 “전시장은 가장 좋은 미술학습장”이라고 말했다.
이형옥 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은 “만화는 사물의 특징을 단순화 혹은 정밀하게 풍자·비평하는 회화나 영상으로 미술의 한 형식을 띈다”며 “그런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 그리고 만화적인 요소를 가진 미술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은 “어린이에겐 상상을, 어른에겐 추억을 선사하는 만화를 통해 세대 간 대화가 가능해진다”며 “전국에서 매일 450여명이 방문하고, 주말에는 1000명 이상 찾는다”고 밝혔다.
양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양평군청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개관전(마법의 나라)에 관람객 7000여명이 다녀가 출발부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매주 금요일 ‘행복한 가족’을 주제로 클래식 공연을 갖기도 한다. 031-775-8515

▲ 우리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준 만화 캐릭터들이 전시장 입구부터 반긴다.

▲ 원로만화가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내세워 새로 작품을 그리는 등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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