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노인 이미지는 당당하고 적극적이죠”
“현재의 노인 이미지는 당당하고 적극적이죠”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05.31 11:20
  • 호수 37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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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시대가 만난 사람] 방송가 누비는 노인전문가 이호선 교수
▲ 사진=조준우 기자

“노인이 겪는 어려움은 대부분 사회 구조적 문제
행복한 나라 아니라 살만한 세상이기만 해도 성공”

요즘 싸이나 조용필만큼 바쁜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 노인상담센터장이자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이호선(43)씨다. 청소년·여성전문가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타이틀은 노인전문가다. ‘노인상담’ 등 여러 권의 노인 관련 저서를 썼고, EBS ‘달라졌어요’에서 고부갈등을 조율하는 전문가로 맹활약 중인 그는 KBS ‘아침마당’ ‘여풍당당’, EBS ‘부모’, KBS W ‘여고식당’ 등에도 출연, 진행자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노인전문가인 그의 활약은 단순히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노인들의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 이씨를 만나 노인전문가로서 그가 가진 견해와 꿈에 대해 들었다.

-최근 활발한 방송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TV만 틀면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요즘에는 재방송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몇 개 프로그램에만 나와도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웃음) 아무래도 노인·여성·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여러 곳에서 불러주는 것 같습니다.”

-노인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나.
“제 머릿속에 있는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키가 크고, 등이 휘지 않은 채 꼿꼿한 모습입니다. 또, 저를 정면으로 주시하고 무언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떠올라요. 약하거나 궁색해보이지 않고, 당당한 느낌입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 노력하고, 갖고 있는 것을 기꺼이 나누려고 합니다.”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이들도 있는데.
“1999년부터 노인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고집 세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호령하는, 부정적이고 불편한 느낌을 주는 노인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노인들에게도 인터넷이 열리게 되면서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인터넷이 노인에게 미친 영향은, 제게도 노인세대에 대한 일종의 희망을 보게 했습니다. ‘아, 어르신들도 이렇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올 수 있는 분들이구나’하고 말이죠. 이 때문일까요. 현재의 어르신들은 대단히 적극적입니다. 강연회도 참여하고,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처럼 노인 이미지는 점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높은 학력 수준과 경제력까지 갖춘 베이비부머까지 노인으로 합세하면, 노인의 이미지는 정말 판이하게 달라질 거예요. 자기 자신을 관리할 줄 알고, 혼자이기보단 짝을 찾는 등 소통하려는 모습이 더욱 많이 보일 겁니다.”

-수많은 어르신들과 상담했을 텐데, 노인들의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나.
“어르신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경제적인 부분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이 두 가지는 비단 노인 세대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젊을 때는 버는 돈이 내 돈이고, 늙어서는 쓰는 돈이 내 돈’이라는 말처럼, 노년기에는 경제활동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집니다. 노인이 되면 젊을 때처럼 돈을 벌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신이 모아 놓은 돈과 자식들의 용돈, 국가에서 지급되는 돈을 아껴서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노인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르신과 젊은 세대는 각각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인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결책은 사회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노인을 도울 것인지 고민하고, 안을 내놓아야 할 문제입니다. 실례로, 고령화 대책으로 쓰이는 예산 대부분이 장기요양보험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건강한 노인들은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노년층이 갖고 있는 어려움은 사회의 구조, 즉 상황의 문제인 것이죠. 어르신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가 개인의 것인지, 사회의 것인지 생각해보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젊은 세대는 취업난 등으로 힘들다고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어르신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이 세계는 모든 세대가 함께 공존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어르신들의 상황을 살필 수 있어야 하겠죠. 그러므로 청년층, 중장년층은 어르신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적극 수용하고, 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는 정책을 입안, 집행해야 합니다.”

-EBS‘달라졌어요’에서 고부갈등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실제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떤가.
“실제로도 시댁과 사이가 좋습니다. 저는 결코 ‘잘하는’ 며느리는 아닙니다. 일을 하면서 집안 살림까지 잘할 자신이 없거든요. 심지어 제가 한 반찬은 저조차도 먹기 싫을 정도에요. 저희 시어머니는 무척 엄격한 분이세요. 아들 손에 걸레 한 번 쥐어줘 보지 않은 분이죠. 그렇지만, 어머니는 저를 미워하지 않으세요. 그건 아마도 제 넉살 때문일 겁니다. 저는 어머니께 늘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꼭 호강시켜 드릴게요”하고 말하거든요. 그러면 어머니는 황당해 하시면서도 웃으며, “아이구, 그래유, 박사님. 언제 호강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기대가 되네요”하고 말씀하세요. 어머니께서 넉살을 기쁘게 받아주시는 거죠. 이건 제가 잘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저를 받아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요즘 제가 출연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모니터링해주실 정도로 든든한 지원군이세요. 물론 종종 갈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가족과의 관계는 거의 평생 가지고 가야하기에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해요. 그래서 ‘10년 프로젝트’라고 이름 짓고 길게 보며 시댁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조율해가고 있어요.”

-노인전문가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제가 노인전문가가 된 이유이기도 해요. 사실 행복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살만한 세상이기만 해도 성공이에요. 헌데 지금 제가 노인이라면 어떨까 상상해보면, 살기가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면, 저 자신이 노인이 됐을 때는 분명 살만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요. 노인이 살만한 나라라면,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일 겁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보편적 설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노인에게만 편리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아이 등 모두에게 편한 설계를 뜻해요. 세상도 마찬가질 겁니다. 노인이 살만한 국가라면 누구나 살기 편한, 진정한 복지국가겠죠. 이런 나라를 만드는 데 노인전문가로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장 큰 행복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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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2013-06-14 23:56:40
사실 기사에 관심이 있어 안되는 컴으로 의견을 겨우달아놓으면 의견에 대한 반응이 없다
소통을 통하여 독자의견을 알고져한다면 최소한의 답글이라도 달아주어야할것이아닌가 여기이다솜기자에게 묻자. 노인의 기사에 대한 의견을 읽고 충실히 답한적이 있는가? 내가 몇번의견을 올렸으나 아무런반응이없다.그럴거면 왜 묻는가? 의견을 써봐야 읽지도않는휴지와같이 취급되는것을 독자는 원치않는다. 양방향소통이 진정한 소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