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지급, 국민연금 개혁 선행돼야
기초노령연금지급, 국민연금 개혁 선행돼야
  • 관리자
  • 승인 2007.01.2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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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돈은 없고 줄 사람은 많고” 개혁 논의

지난 2003년부터 국민연금개혁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60세 이상으로, 가입 자체가 봉쇄됐던 어르신들에 대한 기초노령연금 지급이다. 이 어르신들에 대해 한나라당은 월 14만원을 지급하자고 했고, 정부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니 약 60%의 어르신들께 월 8만9000원을 지급하되 점차 늘려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진다. 노인수발보험법과 함께 노인복지의 분수령이 될 국민연금법에 대해 알아본다.

 


◈길어지는 노후와 국민연금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지난 35년 동안 무려 16년이나 길어졌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인한 영양상태의 개선, 전염병 등 공중보건사업 향상, 질병 치료기술과 의약품의 눈부신 발전, 국민 개개인의 높아진 건강의식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래 산다는 것은 행운과 축복임에 틀림없지만 준비 없는 장수는 노후를 힘들게 할 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아무런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 사람이 무려 35.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달리 자녀들에게 전적으로 의지,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노후준비는 전무하거나 불충분하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인구의 소득보장이 국가의 중요 과제로 부각된 배경이다. 또 기본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도입돼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국민연금은 도입 첫해 근로자에 한정, 첫걸음을 내디딘 후 1995년에는 농어민을 대상으로 확대 적용됐다. 1999년에는 도시 자영업자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출범 11년 만에 온 국민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연금제도로 발전하게 됐다.

 

국민연금법은 18세 이상 60세 미만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은 제외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현재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는 모두 845만여명, 지역가입자는 908만여명이다. 임의가입자 4만8000여명을 포함해 전체 가입자는 1758만여명에 달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개인소득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이 부과되고 있다.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는 60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노령연금으로 지급되고, 장애로 인해 근로능력을 잃었을 경우 장애연금으로 돌아온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연금급여는 평균소득이 있는 사람이 40년 가입했을 경우 퇴직 직전 소득의 60% 정도를 받도록 돼있다. 예를 들어 월 160만원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40년 동안 가입, 보험료를 납부하면 60%인 96만원을 퇴직 후 매월 받게 된다. 현재 연금을 받는 사람은 170만여명, 연간 지급액은 3조5000억원 규모다.


국민연금은 모든 국민이 가입해야하는 통합제도라는 점, 저소득층일수록 수익률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민에 대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소득이 없는 노후에 빈곤위험을 분산시키는 사회보험이다.

 

◈재정고갈로 개혁 도마에 올라
국민의 안전한 노후를 위해 설계된 국민연금이 최근 3~4년 동안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2년 국민연금 장기재정전망 조사를 벌인 결과 기금이 2047년 고갈되고, 그 이후에는 개인 소득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걷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충격적인 결과의 원인으로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꼽고 있다. 2006년 노인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9.5%지만, 2030년에는 24.1%까지 증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인구비율은 2005년 9.1%, 2010년 15.7%에 이어 2030년 24.1%, 2050년 37.3%에 이른다. 그러나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젊은층(생산가능) 인구수를 나타내는 노인인구 부양비는 2005년 1.3명, 2010년 1.5명, 2030년 3.7명, 2050년 6.9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미 낸 보험료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연금을 타도록 돼 있는 현 제도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부담 고급여 체계로 인해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반대로 연금을 받는 노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정 고갈이 예측되고, 장기적으로는 후세대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국민연금 시행 당시 60세가 넘은 노인들은 가입 자체가 봉쇄됐기 때문에 현재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현재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공적소득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인구비율은 30.8%에 불과한 실정이다.

 

혜택을 받는 어르신들도 급여가 충분치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에 대한 개혁논의가 일게 됐다.

 

◈쉽지 않은 개혁과정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지난 2003년 정부가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불안으로 인해 나중에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재정안정화를 위한 개정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국회의 논의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개정법안의 국회통과가 계속 미뤄졌고, 지금까지 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현재 노인들에 대한 소득보장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기초노령연금제 방안은 세금을 통해 모든 노인들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노인에게 1인당 매달 14만원을 지급하되, 점진적으로 인상해 30만원까지 지급하자는 대안이다.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경우 당장 10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되고, 2030년에는 그 규모가 1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시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확보 방안이 다시 논란이 됐다. 정부와 여당은 기초노령연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조세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들어 도입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세부담은 다름 아닌 근로자들의 부담으로 향후 노인인구가 증가할수록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기초노령연금제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입장차이로 국민연금 개혁은 3년을 끌어왔다. 그 사이에도 대립은 계속됐다.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 유시민 장관이 지난해 초 취임직후 국회가 타협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야당이 제안한 기초노령연금의 장점은 받아들이되, 현실적인 정부 재정을 고려해 모든 노인이 아닌 노인인구 절반에 대해 월 8만원씩 지급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경우 연간 2조5000억원의 정부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됐다.

 

◈2월에는 개정법안 통과시켜야
복지부의 새로운 대안은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활성화시켜 지난해 말 극적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계류된 법안은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이다. 국민연금법은 고령화로 인한 후세대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료는 조금만 올리는 대신 급여는 낮추자는 내용이다. 현재 보험료 징수비율은 소득의 9%지만 2009년부터 2018년까지 0.39%씩 인상해 12.9%로 인상된다.

 

국민이 돌려받는 급여율은 현재 소득의 60%에서 2008년부터는 50%로 낮추게 된다. 개정안이 실시될 경우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가 2047년에서 2065년으로 변경돼 장기적인 재정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법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로, 현재 어르신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법안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어르신의 60%(약300만명)에 대해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5%를 지급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에는 매달 8만9000원이 지급될 전망이고, 2010년에는 10만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연간 3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전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키로 했다.

 

◈개혁 지연, 하루 800억 손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지난 3년 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공방과 함께 논의가 지속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국민연금법과 기초노령연금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연말 대선과 내년에 실시될 총선 등 계속 이어지는 선거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논의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다.

 

또 국민연금 개혁안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고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하루 늦어지면 800억원, 연간 30조원의 미적립 연금지급부채가 쌓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돈은 없는데 국민에게 지급할 연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해석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연금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이와 연관돼 있는 기초노령연금 또한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법안은 2008년 1월부터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2월 임시국회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준비기간 부족으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초노령연금법을 비롯해 노인수발보험법 등 어르신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중요한 법안 두 개가 2월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2월 임시국회를 고비로 현재 어르신들의 노후는 물론 우리나라 노인복지에 커다란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어르신들이 2월 임시국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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