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지하철 적자가 노인 때문이라니
[금요칼럼] 지하철 적자가 노인 때문이라니
  • 황진수
  • 승인 2013.06.14 13:35
  • 호수 3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10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지하철 무임운송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주최: 신계륜 의원)가 있었다.
이 토론회의 핵심은 서울 지하철 1년 적자가 3000억원 정도인데 그 중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때문에 1500억원이 적자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시 입장에서 이들이 자기 차표를 사든지 아니면 중앙정부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6070세대와 2030세대의 대립각을 유발할까 염려되기도 했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노인을 대신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지하철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현재의 노인들이다. 지하철을 설계하고 땅을 파고 땀 흘려 철로를 묻은 주인공이 현재의 노인인 것이다.
둘째, 지하철공사 경영의 합리화가 우선이다. 지하철 공사의 수입구조, 지출구조, 운영구조, 조직구조, CEO의 열정과 의지, 경영기법의 개선 등을 통합적으로 검토해야지 지하철 적자가 노인, 장애인 때문이라는 시각은 접근방법이 합리적이지 못하다.
셋째, 장기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호주는 노인들이 1주에 4일 이상 운동을 하면 주급으로 호주달러 30불을 준다. 우리 돈으로 3만원이 약간 넘는 액수다. 그리고 운동을 올 때마다 아침에 빵 하나와 커피 등 음료수를 준다. 왜 그렇게 하는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리고 결국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노인들에게 표를 사라고 하면 노인들이 1050원이 아까워 출입을 안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운동부족이 돼 심각한 질병에 걸린다. 국가가 질병치료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넷째, 내부 경영 합리화가 필요하다. 한국전력 직원은 전기를 공짜로 쓰는가? 우체국 직원은 자기 마음대로 우표를 쓸 수 있는가? 그런데 지하철 직원은 지하철을 공짜로 탄다. 그 가족도 공짜다. 2009년부터 가족은 돈을 낸다. 그런데 가족교통수당 명분으로 별도의 돈을 주고 있다. 또 지하철공사 직원가족은 중고등학교 수업료와 대학등록금을 보조해 주고 있다. 지하철공사 입사 후 7년이 지나면 연봉 5000만원이 된다. 그리고 정년 60세가 보장된다. 그야말로 신(神)도 부러워할 직장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불행한 세대가 현재의 노인이다. 국가건설과 가족부양을 위해 자기 자신을 바쳐 돈을 모으지 못한 세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 140만명 중 33%가 노인이며 노인 중 70%가 기초노령연금 대상자다.
돈이 있는 노인은 표를 사야 한다는 일부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노인들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세계 10대강국을 만든 공에 대해 젊은 세대가 베푸는 최소한의 예우로 생각한다. 그래서 고맙게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하철 적자의 원인을 무임운송제도로 지목해 노인들과 장애인을 궁지로 몰고 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만약 어떤 정치인이 이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다면 노인과 장애인이 가만히 있겠는가. 지하철 적자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문제로 돌려 마녀사냥하듯 궁색한 논리를 펼쳐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