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반 건강보조식품 반… 5일장 같아”
“의료기기 반 건강보조식품 반… 5일장 같아”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7.11 19:27
  • 호수 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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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국제건강산업박람회 ‘소문난 잔치’로 막 내려
▲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2013 국제건강산업박람회’는 국내외 건강산업 동향에 관한 정보보다 출품업체들의 호객행위만이 과도해 국제전시회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사진=조준우 기자

국내 최대 건강 종합 축제의 장이라고 홍보해 온 국제건강산업박람회가 선전과 달리 동네 5일장과 흡사한 규모로 열려 방문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박람회장 한 쪽에 마련된 건강강좌 부스에서는 전문의료인의 강좌가 아닌 출품 업체 관계자들의 제품 홍보만이 이어졌다.
지난 7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2013 국제건강산업박람회’가 27번째로 열렸다. 행사 전 주최측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에서 97개사가 참가해 최근 건강시장의 환경변화를 반영하고 20여회의 건강강좌 및 세미나가 열린다고 줄곧 홍보해 왔다. 사전등록 바이어 숫자만도 3500명으로 알려져 우리 기업 판로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말만 들으면 국내외 건강시장 변화와 규모를 한눈에 조망하고 한층 진보한 건강 제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 여느 전시회가 그렇듯 판로를 찾는 기업과 뛰어난 제품을 찾는 기업간의 구매상담도 활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 행사는 국내외 건강 산업 동향은커녕 동네 홍보관, 5일장을 연상시킬 만큼 조악했다는 지적이다.

▲협소한 내부, 해외 바이어 상담 어떻게…?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97개사가 참여했다고 했지만 전시장 내부는 국제 상담을 진행할 장소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협소했다. 해외 97개사가 아니라 국내외를 통틀어 전체 참가업체 수가 97개로 보이는 행사장에서는 반은 의료기기, 반은 건강보조식품으로 꾸며놓고 지나가는 관람객을 상대로 연신 판매 목적의 시연과 시음을 권했다.
국제적인 규모는 이름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전시장 구성만 △바이오·헬스푸드 △헬스케어 △웰니스 △뷰티·스포츠 등 4개 관으로 나눠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기, 피부관리기 및 헬스용품 등을 조그만 부스가 다닥다닥 붙은 각각의 관에서 물건을 판매해 쇼핑몰과 다름없었다는 지적이다.
제품 구성도 마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신기술품이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은 수입총판에서 나와 판매하고 있었고 신개발품이라고 소개하는 제품들도 TV홈쇼핑 등 방송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물건들이었다.

20개 건강강좌도 부실
전시장 내부 한켠에는 강연장이 조그맣게 꾸려졌다. 주최측은 당초 행사기간 동안 ‘건강한 노화’를 주제로 총 20여회의 건강세미나와 건강강좌가 열려 참관객에게 건강한 생활 영위를 위한 정보와 방법들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수준 높은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고 건강강좌의 이름을 빌린 출품업체들의 홍보경쟁만 치열했다. 자사 건강보조식품의 효능을 설명하고 행사기간 특별 할인이벤트를 벌여 판매촉진의 장이 된 강연장은 건강의료 전문가들의 중립적인 건강지침을 듣고자 했던 참관객들의 기대를 뒤엎었다.

규모 축소 거래실적도 축소
국제건강산업박람회는 올해로 27년째 개최돼 왔다. 국내 건강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유독 올해 행사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년 행사와 확연히 비교되는 것은 기업과 기업간 계약실적이다. 일반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하는 출품업체들은 일반 관람객 대상 판매보다는 기업 대상 판매를 노리고 전시회에 참여한다. 개인 판매와 기업간 거래는 매출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2년 전까지는 이같은 B2B 거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건강침대 출품업체 관계자는 “재작년까지는 전시장도 이보다 훨씬 넓고 병원에서도 많이들 참여해서 억대 판매계약을 몇 건이나 했다”며 “구멍가게들만 모인 올해같은 전시회는 처음이다. 내년에도 이러면 우리는 참가하지 않을 거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관계자는 청국장, 유산균 등 다이어트 식품과 지압신발, 핸드폰 액정 코팅액, 찜질기 등이 죽 늘어선 다른 부스들을 가리켰다.
한 참관객은 “작년에는 행사장의 60%밖에 못 채우더니 올해는 아예 전시장 규모를 축소했다”며 “우리나라 건강 산업이 침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당뇨협회가 혈당 무료 검진행사를 진행하며 건강전시회의 위신을 세워주었다.
전시회가 끝난 후인 7월 10일 주최측은 참가기업간 체결한 계약금액이 총 22억원이라며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실제 행사장에서 느낀 체감효과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사람들은 국내외 산업동향과 진보한 기술정보, 신제품 등을 보러 국제전시회에 온다. 전시회 출품업체들은 자사 제품 홍보효과와 판매계약을 기대하고 출품을 결정한다. 이 두 가지 기대 중 하나만 충족해도 그 전시회는 성공했다고 말한다.
주최측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시회 개최 목적을 일반인 대상보다 기업간 거래 규모 확대 쪽으로 돌렸다”며 “따라서 규모가 작아지긴 했다. 그러나 코엑스 1층 전관을 모두 빌려 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와 동시진행하는 내년을 기점으로 위상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28회 국제건강산업박람회는 제21회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와 함께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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