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성공적으로 늙으면 20~30년이 행복하다
[금요칼럼] 성공적으로 늙으면 20~30년이 행복하다
  • 우재룡
  • 승인 2013.07.12 11:36
  • 호수 3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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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걱정이 지나치게 많다. 노후자금이 떨어지면, 건강이 악화되면, 사회로부터 잊혀지면 어떻게 하나, 하며 공포심에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노후생활이 녹록지 않아서일 것이다. 현재 노인 10명중 4명은 빈곤상태로 노후빈곤도가 세계적으로 높다. 노인자살률 역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은퇴 후 생활을 잘 대비하지 못하고 있을까? 자녀와 함께 일생을 살아갔던 우리 역사에는 은퇴준비, 노후준비란 말 자체가 없었다. 많은 자녀들과 한 집안에서 살았고, 농사라는 은퇴가 없는 일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말부터 급속도로 수명이 증가하고,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핵가족화가 진행되었다. 정년퇴직 후 30~40년에 달하는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하므로 비로소 은퇴설계와 노후준비라는 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노후자금의 원천이 되는 연금제도가 허술하고, 자녀들에 대한 막대한 지출에 시달려온 중장년층들은 은퇴준비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우리 국민들처럼 은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없을 정도다. 은퇴, 하면 외롭고 가난하고 소외된 생활이 떠올라서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은퇴라는 말은 너무 부정적이어서 영어 발음 그대로 ‘리타이어먼트’ (retirement)로 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들에서는 잘 발달한 연금제도로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즐긴다. 은퇴 후의 여유로운 시기를 ‘황금시대’(gold age)라고 표현하며 ‘은퇴하기 위해 일한다’고 할 정도로 은퇴를 애타게 기다린다. 은퇴란 사회생활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은퇴자들이 대학으로 몰려들고 간호사, 심리상담사, 화가 등의 교육을 받고 자아성취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자격증을 따거나 재교육을 받아 20~30년을 다시 힘차게 살아간다. 여유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등산과 TV 시청으로 소일하는 우리나라 은퇴자들과 완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이제부터 우리도 은퇴라는 용어와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 활발하게 노후생활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가 되어서 자아성취라는 인생의 가장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노후자금이 아니라 삶을 즐길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먼저 은퇴생활에 대해 밝고 희망찬 생각을 해야 한다.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는 간병지옥, 노후빈곤, 고독사 등과 같이 부정적인 말에 공포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 직장생활에서 떠나 자아실현을 위해 멋진 은퇴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긍정적인 노년의 삶은 성공적인 노화에서 비롯된다. 성공적인 노화는 첫째, 질병과 장애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아무래도 고령화가 되면서 건강을 잃게 되면 삶의 질이 하락하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건강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는 높은 수준의 정신적,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령이 되면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기능을 활발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취미생활, 자기계발, 사회활동 등이 필요해진다.
셋째 요소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사회적 건강이다. 사회봉사, 학습, 기부, 친구관계, 가족관계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활발하게 왕래하는 삶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로부터 소외될수록 수명은 줄어들고 노후생활의 만족도는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퇴설계의 목표는 풍요로운 노후가 아니라 행복한 노후가 되어야 한다. 비록 노후자금이 부족할 지라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가 노후자금을 잘 마련하면 행복이 얻어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돈과 행복도가 완전하게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밝히고 있다. 이제부터 긍정적인 은퇴생활에 대한 비전, 성공적인 노화모형, 자아실현 목적 등을 먼저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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