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범국가적인 경로우대 시행까지 10년 걸려
(25) 범국가적인 경로우대 시행까지 10년 걸려
  • 박재간
  • 승인 2013.08.02 11:15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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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간 선생의 한국노인복지 반세기

대전서 이발료·버스요금 50% 할인… 1980년 전국 실시
대통령 참석 노인정책 간담회서 효·윤리교육 강화키로


현재 노인들이 경로우대 차원에서 전철을 무료로 타고 있지만 어떤 경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경로우대제도 실시를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1970년 당시 대한노인회 충청남도연합회 이창주 회장이다. 그는 1970년 3월 어느 날 대전시장에게 노인회 회원들에게는 이발료와 목욕료, 시내버스 요금을 50%씩 할인해주도록 관련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이발료나 목욕료, 시내버스 요금은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관허요금제였기 때문에 시장이 결심만 하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계속 시장실을 드나들며 끈질기게 요구하자 대전시는 해당업계의 양해를 얻어 그 해 5월 8일 어버이날을 기해 관내 노인회 회원들에게 이들 요금을 50%씩 할인해 주는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노인회 회원들은 그러한 혜택을 받는 대가로 청소년선도, 가정의례준칙계도, 길거리 조기청소 등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각종 봉사활동에 앞장서기로 했다.
당시 대한노인회중앙회 사무총장직을 겸임하고 있던 필자는 대전 이창주 회장이 하는 일을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었다. 그가 노인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일들을 전국적인 제도로 정착시켜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충남연합회장이 시장과 교섭한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전국 각 시도와 시군구 노인회에 발송했다. 각자 해당지역 노인들을 위해 충남도와 같은 교섭을 해 보라는 의미였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으나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행정조치여서 지역에 따라 혜택의 폭이 차이가 있었다.
경로우대증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보건사회부 또는 교통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1978년 어버이날을 앞둔 어느 날, 경로우대증제도 정착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건사회부장관과 교통부장관에게 보냈다. 회장단 일행을 모시고 직접 두 부처를 방문해 장관에게 선처를 요구하는 등 계속 노력했다. 드디어 1980년에 이르러 5월 8일 어버이날을 기해 전국적으로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내버스, 지하철, 목욕, 이발 등의 이용요금을 각기 50%씩 할인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이후 1982년 대한노인회 신년교례회를 끝내고 필자는 이규동 회장과 단둘이서 신년 사업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필자와 이 회장은 미국의 노인 정책 간담회를 모방한 국가원로들의 모임을 주최하기로 협의했다. 모임의 명칭은 ‘국가원로 초청 노인문제 간담회’로 정하고 행사 주최는 대한노인회, 소집일시는 1982년 1월 29일 오전 11시, 장소는 필동에 있는 한국의집으로 했다. 청와대와의 조율도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다.
간담회에 정부 측에서는 전두환 대통령과 보건사회부의 천명기 장관이 참석했고, 국가원로급인사로는 이응준, 이희승, 이용설, 백낙준, 안호상, 정기문, 최규남, 박순천, 김신실, 윤치영, 윤일선, 한경직, 이관구, 박인천, 노기남, 김현철, 이매리, 이숙종, 유진오, 이규동 등이 참석했다. 현대그룹의 정주영과 삼성의 이병철 회장도 초청하고자 했으나, 모두들 사업하는 사람은 빼는 것이 좋겠다고 해 제외시켰다.
이날 간담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노인문제가 사회문제화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 경로헌장을 제정하려는 것도 경로사상 부활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서구제도의 무비판적인 모방보다는 우리의 토양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새로운 복지모델을 창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추구할 노인 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희승 박사는 최근 우리의 전통적 사회규범인 경로사상 해체가 예상 외로 심화되고 있음을 감안, 우리 원로급 인사들이 도덕과 윤리운동에 앞장 설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유진오 박사와 이숙종 총장은 문교당국이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더욱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낙준, 안호상, 최규남 박사 등은 효자효부 또는 노인복지 기여자에 대한 포상 제도를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며 과거 조선왕조시대의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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