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의 만남 (1)] 이상희 前 건교부·내무부 장관 ③
[명사와의 만남 (1)] 이상희 前 건교부·내무부 장관 ③
  • 관리자
  • 승인 2007.02.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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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장관 3관왕… 아직도 관록 녹슬지 않았다

평생 내무관료생활을 하고 장관을 3번 역임한 사람의 노후 생활은 어떠할까. 이상희 전 장관의 경우는 동년배 노년세대와 별 차이가 없을 만큼 검소하게 생활하고 있다. 사치하지 않고 욕심 내지 않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육체적으로도 아직 특별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하다.

 

 아파트 생활을 해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부인과 이 전 장관.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도 검소하게 사는 생활 이상의 특별한 것이 없다. 이 장관 정도의 경력이나 지명도라면 흔히 즐길만한 골프도 그리 즐겨하지 않는다. 운동신경이 없어서 골프가 잘 안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많이 소비되고 회원권도 없고 그래서 자주 못 나가요”라고 한다. 친구들을 따라 가지만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다.


식사는 특별히 좋은 음식을 찾아 먹지 않지만, 보통 노인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과학적인 식생활을 하는 편이다. “난 채식을 주로 해요.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서 시골에서 먹었던 음식이 미각에 남아 있어서예요”라고 하지만 “식사를 할 때 혈당 안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가능하면 과식을 안 하려고 하고, 칼로리를 2000내외로 제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이런 식사를 하려면 고기를 안 먹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자녀들과 외식을 할 때도 채식 중심의 음식점을 찾는다고.

 

소식·채식으로 2천 칼로리 이내 섭취하며 건강관리

술은 즐기는 편이 아니다. “모임이 있어 주고받고 권하고 대화할 때 어울려서 먹는 정도지요. 골프나 등산을 하고 나서 딱 한 잔씩 마시고요.” 맥주는 한 컵, 정종은 두 잔 정도 마신다. 커피와 차 중에서는 커피를 주로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하지만 난 그런 거 없어요”라고 한다.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등 책을 펴내고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어 인터넷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눈도 나쁘고 해서 인터넷은 별로 안 합니다”며 “아직은 원고지에 원고를 쓰고 있어요”라고 했다. 물론 꼭 필요한 자료를 급히 찾아야 할 때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자료를 찾는다.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도 별로 없을까. 이 장관은 “왜 없겠어요”라며 독특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말해주었다.

 

  서민적 생활이 엿보이는 거실. 컴퓨터와 책, 잡동사니로 가득하다.


“의사는 아니지만 나는 나름대로 건강에 대한 원칙이 있습니다. 신체의 불균형이나 병의 원인이 여러 가지인데, 난 그게 스트레스성이라고 봅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혈압도 조금 올라가고 혈당도 조금 수치가 높을 때가 있어요. 별 문제 안 되지만 이게 내가 보기에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습니다. 명랑하고 기분이 좋을 때면 수치가 쫙 내려가고 골치 아프면 올라가는 것이에요. 그래서 컨디션이 안 좋고 하면 좋게 가지려고 합니다. 기분 좋게 이야기하고 떠들고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 명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성공한 삶을 살고 은퇴하여 유복한 노후생활을 하고 있어도 스트레스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특히 사적인 이권이나 관계 요로에 줄을 대려는 청탁은 이 장관을 속상하게 한다고 한다.

 

명랑하고 기쁘면 스트레스 말끔히 혈당·혈압 정상

전직 장관을 역임했으니 발이 넓고 얘기를 꺼낼 수 있지만 이제까지 쌓아온 명성과 신임, 그리고 자부심에 위배되는 일이어서 그런 청탁이 들어오면 속이 많이 상한다는 것. 거기다 삽으로 할 일을 포크레인으로 하라는 식의 격에 안 맞는 사소한 부탁도 있다고 한다.


이상희 장관의 공직 생활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내무관료 출신의 경우 근본적으로 그 행적을 속이거나 과장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이 장관의 경우 언론보도 자료에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에서 과장급 이상 정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역대 시·도지사·장관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상희 장관이 3관왕을 차지한 적이 있다.

 

건설교통부 장관 중에서 1위, 경상북도지사 1위, 대구시장 1위 등을 차지하고 내무부 장관 중에서는 2등을 했던 것. 당시 기준으로 역대 건설교통부 장관 중 이상희 장관의 업무 수행 능력이 그만큼 뛰어났다는 뜻이다. 이 장관의 얘기를 들어보자.


“건설부 직원에게 왜 (이상희 장관이)제일 낫다고 생각하냐 했더니 첫째, 국회에 다른 장관들과 가면 불안하다는 것이었어요. 어떤 질문이 나오는지 불안하고, 답변 자료를 죽어라고 써 장관한테 전해주어야 하니 그게 그렇게 불편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장관들은 그렇게 써준 자료를 보고 읽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는데, 이 장관은 직접 답변을 했다. 업무를 정확히 파악,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장관을 수행하는 실·국장들이 답변을 쓰거나 시간 내에 답변 자료를 써서 제출하지만 이 장관 시절 실·국장들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산더미 같이 쌓인 원고지 더미.


전 호에서 보았듯이 이 장관은 저녁식사 후에 한번은 홍익대 앞쪽으로 또 하루는 성산동 뒷산 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데, 홍대앞 쪽으로 산책을 나갈 때는 미술관련 서점들을 둘러보며 옛 자료를 찾아보고 최근의 도시건설과 건축미술 분야의 경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노후생활을 하지만 지금도 쉬지 않고 공부하고 관록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것이다.

 

“울릉도 8년 안에 세계적 명소로 개발” 농반진반 자신


그런 데 대한 보답이라고나 할까. 최근 신라시대 경주 시가지를 복원하고 같은 시대 세계의 주요 고도(古都)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반가운 뉴스가 있었다. 20여년 전 경상북도지사 시절 이 장관이 구상했던 아이디어가 새롭게 빛을 보았다고나 할까. 우연의 일치일까. 그때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라도 공원이 조성된다 하니 이 장관은 반가운 눈치다.


경북도지사 시절과 관련하여 요즘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나한테 울릉군수를 8년만 시켜준다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글쎄요. 통일 된 뒤 초대 평양직할시장을 한번 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웃음). 토지가 사유화되기 전의 일인데 그건 뭐 내 시대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겠지요. 울릉도라면 솔직히 해보겠다는 생각도 해요. 도(道)에서 과장 이상 출장 오지 않고 또 회의한다고 중앙에서 부르지 않고 8년만 맡긴다면 해볼 수 있다고 봐요.”


이 장관은 울릉도가 세계명소가 되는 비결로 3장(三場), 즉 비행장, 골프장, 해수욕장 건설을 꼽았다. 물론 지금의 울릉도 지형은 비행장과 해수욕장 건설은 거의 불가능하다. 바다에서 도동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촛대바위가 있어서 그것을 폭파하거나 다른 특별한 수를 내지 않고서는 비행장이 들어서기 어렵다. 인공 백사장도 난공사다.

 

수심이 깊고 태풍 영향권에 있어 인공해수욕장을 건설한다 해도 태풍에 쓸려갈 가능성이 많다. 이것은 이 장관이 경상북도지사 시절부터 고심했던 사항. 당시 그는 울릉도에 들어갈 때는 모래를 가져가고 나올때는 울릉도 생수를 가져와 시중에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포항의 한 재력가가 사업구상을 위해 헬기를 띄우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도 했으나, 첫날 헬기 추락사건이 나는 바람에 울릉도 개발구상은 한꺼번에 묻혀버렸다. 이 장관은 그 꿈을 아직 접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어려울 것입니다. 촛대바위를 폭파한다거나 인공 백사장을 조성하는 것이 쉬울 리 없지요. 생태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환경단체에서도 아마 극구 반대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만 눈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빛났다.


전직 장관으로 아직도 공부하면서 자신의 관록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는 이상희 장관. 그의 건강한 생활도 귀감이 되지만 남북통일 뒤 초대 평양시장을 꿈꾸며 노익장의 실력을 기르고 있는 모습도 아름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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