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내전 국가들… 가보지 않고는 천국을 논하지 말라
치열한 내전 국가들… 가보지 않고는 천국을 논하지 말라
  • 차기문 평택대 교수·예비역 육군중장
  • 승인 2013.08.14 20:49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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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문 교수 발칸반도 여행기
▲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성벽. 두께가 6m, 길이가 1925m이다. 성벽 주변에는 16개의 방어탑이 건설돼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한편으로는 구시가지가 다른 한편으로는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두브로브니크, 주홍색 지붕과 파란 지중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1차 세계대전 도화선 사라예보 ‘라틴다리’… 우리나라 NLL 같은 곳


지난 7월 4~13일 9박10일 동안 지중해의 바람 향기가 넘치는 발칸반도를 찾아갔다. 인천공항에서 11시간 비행 후 오스트리아 비엔나공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13:20에 출발했는데 비엔나에 도착하니 17:20분밖에 되지 않았다. 비행기와 지구가 같은 방향으로 돌았기 때문에 시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지구자전 속도가 비행기보다 빨랐다. 지구가 비행기보다 4시간 빨랐던 것이다. 같은 일행인 이경환 예비역 공군 장군이 앞으로 기술이 발전되면 지구 자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여객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구 수에서 부산 크기의 나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발칸반도이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을 탐방했다. 일반적으로 유럽은 물이 나쁘다고 하지만 특히 발칸지역은 물에 석회석이 많이 섞여 있어 항상 생수를 들고 다녀야 했다. 발칸반도는 게르만, 슬라브, 아랍민족들이 함께 살면서 민족 간 및 종교 간 분쟁이 잦은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은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 간의 갈등에서 시작되었다. 1992년 보스니아 내전 시에는 종교 간의 갈등으로 인종청소가 자행되기도 했다. 지금도 건물에는 내전시의 처참했던 전투잔해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 반젤라치크 광장(사진 왼쪽)과 보스니아 내전 건물 잔해.

천년의 고도 자그레브
중세와 현재의 도시가 공존하는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를 둘러보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그라츠는 다양한 건축양식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그라츠의 인구는 20만인데 대학이 6개나 있다. 그라츠대학 학생만 4만이라고 한다. 함께 간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에게 물으니 서울대는 2만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라츠대학에서 배출된 노벨상 수상자가 6명이라고 했다. 그라츠는 이름 그대로 교육도시이다.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공부하기 위하여 온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일행의 가이드도 음악학도였다고 한다. 세계 콩쿠르대회가 있으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항상 1등을 한다고 한다. 클래식을 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드니까 오스트리아 현지인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음악유학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대학에서 교수자리 구하기가 어렵다. 세계 콩쿠르대회에서 명성을 날렸던 사람들도 시간강사 자리 하나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가 가득한 천년의 고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Zagreb)로 이동했다. 자그레브는 13세기 오스만투르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으로 쌓아진 도시이다. 크로아티아의 영웅 반 젤라치크의 동상이 있는 반 젤라치크 광장은 자그레브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궁전과 카페들로 둘러싸여 있고 민속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1848년까지는 지금같이 통치자의 이름을 딴 반 젤라치크 광장으로 불렸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주의 치하에서 공화국 광장으로 불렸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크로아티아가 독립한 후 반 젤라치크 광장으로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 두브로브니크의 지중해와 주홍색 지붕. 모든 크루즈는 두브로브니크에 정박해서 관광을 한다.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에서 지중해의 보석이라고 하는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고 천국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코발트 블루의 지중해와 붉은 지붕의 조화는 가히 절경이었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인해 매끄럽게 닳았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 상점과 노천카페가 늘어서 있고 항상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이다.
많은 유럽인들이 여름휴가를 즐기기 위하여 이곳으로 찾아온다. 유럽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위해 1년 동안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는 여름휴가철이 되면 텅 비어있다.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 후 도시공사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없을 때 도로공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두브로브니크 앞섬에는 나체해수욕장이 있다. 누구나 해수욕장에 들어가려면 나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도 한번 들어가 보자고 남자들이 제안했는데 여성들이 반대해서 나체해수욕장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지중해에서는 크루즈여행을 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모든 크루즈는 두브로브니크에 정박해서 관광을 한다. 바다는 물 아래 모래알까지 투명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하였다. 지중해는 파도가 심하지 않았다. 코발트빛의 아름답고 따뜻한 해변에는 부호들의 요트가 가득했다. 마침 우리 일행이 점심식사를 하는데 식당 아래로 7인승 요트경주가 장관을 이루었다. 항구를 둘러싸고 있는 성벽은 두께가 6m, 길이가 1925m이다. 성벽 주변에는 16개의 방어탑이 건설돼 있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한편으로는 구시가지가 다른 한편으로는 지중해가 끝없이 펼쳐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아드리아 연안의 ‘스플릿’
아름다운 지중해 달마시안 해안을 감상하며 아드리아 연안의 최대도시 스플릿(Split)으로 이동했다. 스플릿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디오클레시안 궁전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디오클레시아누스는 로마 황제 중에서 기독교를 가장 많이 탄압했다. 그는 은퇴 후에 자기 고향인 스플릿에 와서 노년을 보내기 위하여 동서 150m, 남북 200m의 규모로 된 거대한 궁전을 AD 295~303년에 걸쳐 대리석으로 건설했다. 궁전의 일부는 주민들이 생활터전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1층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줄지어있고, 2층부터는 가정집이었다. 집집마다 걸려있는 빨래와 TV안테나 등이 궁전의 외벽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었다.

디오클레시안 궁전
4세기에는 5000여명의 사람들이 궁 안에서 살았다고 한다. 13~14세기에 추가로 건축된 높이 60m의 종탑은 스플릿 어느 곳에나 볼 수 있을 만큼 구 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수천 년 전에 지어진 로마유적과 빨간 지붕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183개의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이르니 한눈에 도시의 규모와 궁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성곽내부에는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 대리석으로 지어진 아주 작은 호텔, 카페, 레스토랑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있었다. 아침이면 지중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이 시장에 가득했다. 로마시대 건축물 안에서 일상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여행의 흥미를 만끽했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북문 밖에는 그레고리우스 닌 주교의 동상이 서있다. 크로아티아의 존경 받는 종교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그레고리우스 닌은 10세기 경 크로아티아인들에게 라틴어가 아닌 자국어로 예배를 볼 수 있도록 투쟁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그의 동상 왼쪽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해서 동상 발가락은 항상 빛나고 있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인 사라예보로 이동했다. 1984년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진 도시이다. 1992~1995년에 걸쳐 종교적인 갈등으로 참혹한 내전이 일어나 다시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은 곳이 사라예보이다. 카톨릭, 모슬림, 정교회를 믿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지만 조그마한 도시에 종교별로 지역이 구분되어 있었다. 정교회는 AD313년 콘스탄티누스 로마황제가 그리스도교를 인정하기 이전부터 그리스, 러시아, 동유럽 등지로 보급되었으며 예배의식이 카톨릭과 다르다. 우리가 사라예보 정교회 교회에 갔을 때 예배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의자가 없이 모두 서서 예배를 보고 있었다. 대단히 엄격한 예배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카톨릭 지역과 모슬림 지역은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집들을 포함한 환경부터 다르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달랐다. 모슬림 지역은 거지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지가 주민보다 많은 것 같았다. 어린아이, 어른, 노인까지 돈 달라고 따라다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우리일행 중에 한 사람이 아기를 업고 있는 여인에게 5달러를 줬는데 또 다른 곳에서도 그 여인이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돈을 줬던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유고슬로비아 연방이 해체되면서 내전을 겪게 되었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거지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사라예보에 있는 라틴 다리를 둘러보았다. 라틴 다리는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그 당시에도 발칸반도는 여러 소수국가들이 민족적 대립을 보이고 있었다. 즉 범 게르만 민족과 범 슬라브 민족 간에 대립을 보이면서 서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하여 투쟁을 벌였다. 특히 게르만 민족의 종주국인 독일은 3B정책으로 발칸반도를 장악하려고 했고, 슬라브 민족의 종주국인 러시아는 지중해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남진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게르만 민족과 슬라브 민족 간의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불꽃만 튀기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와 같은 곳이 발칸반도였다. NLL이 한반도의 화약고와 같은 격이었다.

▲ 모스타르 다리 앞에 선 필자 차기문 교수. 에머랄드 빛의 네레트바 강 위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아치형의 보행자 전용다리이다.

모스타르 다리
이러한 민족 간의 갈등에 따라 유럽열강들은 3국 동맹과 3국 협상을 맺으면서 발칸반도에 대한 지원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가 3국 동맹을 맺었고, 영국·프랑스·러시아가 3국 협상을 맺었다. 드디어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 라틴 다리에서 세르비아의 한 청년이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처를 암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에서 불이 붙기 시작하면서 세계 제1차 대전이 시작되었다. 한반도에서도 북한·러시아·중국이 한 패가 되고, 한국·미국·일본이 한 팀이 된다면 긴장이 조성된다. 라틴 다리에서처럼 NLL에서 제2의 6·25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제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잘 음미해야 할 것이다.
보스니아에는 이슬람지역과 카톨릭 지역을 연결하는 모스타르 다리가 있다. 에머랄드 빛의 네레트바 강 위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아치형의 보행자 전용다리이다. 오스만터키 제국의 유명 건축가 미말 하이레틴이 1566년에 건축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1993년 이슬람교와 카톨릭교 간에 인종청소라고 하는 내전이 있을 때 이 다리는 카톨릭교를 지원하는 크로아티아군의 공습으로 폭파되었다. 이슬람지역 사람들이 건너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유엔의 중재로 내전은 종식되었고 2004년 세계 각국의 지원으로 이 다리가 재건되었다. 다리 한쪽 모퉁이에 적힌 “Don’t forget 93”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슬로베니아에 있는 포스토이나(Postojna)동굴을 찾아갔다. 길이가 20㎞나 되며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 홀도 있는 세계 최대의 석회석동굴 중의 하나이다. 밖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동굴 내부는 섭씨 10도였다. 반팔에 땀을 흘리다가 얇은 점퍼를 입어야 했다. 동굴열차를 타고 2㎞ 안으로 들어가니 오색찬란한 종유석이 다양한 모습으로 신비한 빛을 발하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45m의 거대한 그레이트 마운틴, 스파게티 홀, 다이아몬드 홀, 러시안 다리 등 안으로 들어갈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했다.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동굴
신비하고 감동적인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 동굴을 탐방하고 다시 오스트리아 비엔나공항을 거쳐서 귀국길에 올랐다. 국경을 지날 때마다 여권검사를 했다. 다른 나라사람들에게는 까다로웠지만 Korea라고 하니 비교적 쉽게 통과시켜주었다. 한국여권만 가지면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한다. 가이드가 한국여권이 인기라고 하면서 여권도둑이 많다고 각별히 주의를 주었다. 호텔마다 LG·삼성 TV가 있고, 공항마다 대합실에는 한국TV가 비치돼 있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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