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속속 개발… 미국·유럽·중남미로 뻗어간다
국산 신약 속속 개발… 미국·유럽·중남미로 뻗어간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08.19 11:00
  • 호수 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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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맞이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현주소

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미 FDA 판매허가 획득
고혈압약 ‘카나브정’ 사상 첫 1억달러 수출 돌파

정부, 2017년까지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육성계획
약값 인하 영향 수익성 악화… 연구개발비 투자 ‘멈칫’

 

▲ 제약업은 ‘100세 시대’를 뒷받침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세계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른다. 이 황금시장을 겨냥해 국내 업체들이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가운데, 미국·남미·유럽과의 수출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100세 시대 국민건강을 보장하려면 의료기술과 함께 제약 산업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제약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으로 2011년 기준 세계시장 규모가 1000조원(자동차 600조원)에 이를 정도로 큰 기간산업이다. 고령화와 새로운 의료기술 출현으로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2017년에는 14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EU·일본 등 선진국은 국가차원에서 제약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도 내수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을 통한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해 왔다. 새 정부는 지난 7월 22일 2017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6일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해 미국 시장에 대한 진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루 전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녹십자가 공동 개발한 탄저백신 제조법이 미국 기술특허로 등록되는 개가를 올렸다. 또한 7월에는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 2600만불어치를 멕시코에 수출하는 계약이 성사됐다.

작년 제약수출 1조3675억

제약산업 어디까지 왔나=한국제약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산업 수출액은 총 1조3675억원으로, 전년도 수출액 9302억원보다 46.7%나 늘어났다. 제약 부문 수출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제약 수출의 급증은 내수에서 다소 부진을 보이자 제약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 미국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한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

이번에 미국 FDA 관문을 통과한 에소메졸은 국산 개량신약으로는 사상 최초다. 개량 신약은 복제약인 제네릭과 달리 오리지널 약의 물리·화학적 성분을 바꾼 것으로서 창의적이고 독자적인 기술력을 필요로 하며, 판매 수익을 높일 수 있다.
그동안 미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은 제품은 2003년 국산 5호 신약인 항생제 ‘팩티브’(LG생명과학)와 2007년 바이오시밀러(생물의약품 복제약) 성장호르몬 ‘밸트로핀’(LG생명과학) 정도였다. 그러나 팩티브는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밸트로핀은 이미 미국에 비슷한 제품들이 많아 허가를 받고도 시판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에소메졸의 매출 전망은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개량신약 에소메졸의 오리지널 제품인 ‘넥시움’(아스트라제네카)의 자체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넥시움은 미국 내 처방 1위의 제품으로, 지난 한해에만 미국에서 60억달러어치가 팔렸다. 이처럼 수요가 많은 약을 개량한 제품인데다 값이 오리지널에 비해 싼 만큼,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에소메졸이 제조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 2년여 특허침해 소송 끝에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내년 5월 넥시움의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이 대거 쏟아지기 전까지는 넥시움의 대체재로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보령제약이 개발한 국내 15번째 신약 ‘카나브정’은 중남미 신흥제약시장 중 대표적인 멕시코와 브라질에 진출에 성공했다. 중남미 시장은 세계 제약시장의 7% (63조원) 규모이나 연간 12.3%의 매출 신장이 이뤄지고 있어 제약기업들이 진출하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7월 23일 카나브정의 복합제인 ‘카나브플러스정’ 26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멕시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1년 멕시코에 카나브정 3000만달러 수출계약, 2012년 브라질에 4300만달러 수출에 이은 것으로 총 1억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카나브정은 멕시코에서 올해 9월에 정식으로 허가되어 판매될 예정이며, 이번에 추가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복합제 ‘카나브플러스정’은 내년 9월경 허가를 받아 판매될 계획이다.
JW중외그룹은 7월 31일 미국계 제약사인 박스터와 ‘3챔버 영양수액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국과 유럽 등에 영양수액을 수출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JW중외그룹이 받게 될 계약금은 2500만달러이며, 단계별 기술료 등 별도의 로열티가 1000만달러에 달한다. ‘3챔버 영양수액제’는 지질, 포도당, 아미노산 등 3개 성분을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지질 영양수액으로, 오메가 3와 오메가 6가 함유돼 있다.
또한 폴란드를 거점으로 한 유럽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진 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월 22~23일 이틀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한국 제약(K-Pharm) 시장개척단과 함께 한-폴 제약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양해각서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동아제약 계열사인 동아ST는 5월 22일 폴란드 세팜(CeFarm)과 항암제 모노탁셀 14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폴란드 아다메드(Adamed)와 항암제 제품공급 및 유통판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복지부는 진 장관 일행의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제약 산업의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 보건당국에 허가를 신청했거나 신청할 예정인 국내 의약품은 모두 5개다. LG생명과학이 지난 2010년 1주일에 한 번만 투여하는 성인용 서방형(입안에서 천천히 녹는 형태) 호르몬제로 FDA의 문을 두드렸고, 곧 소아용도 신청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 성인용 호르몬제가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15년께 승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W중외, 영양수액 수출

정부의 계획=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1일 발표한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총 20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총 10조원(누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또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글로벌제약산업 육성펀드를 2013년 100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5000억원 규모를 조성키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종합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제약부문 수출 11조원을 달성하고,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신약을 4개 이상 만드는 등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 계획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파마(Pharma) 2020 비전’(2020년까지 세계 7대 제약강국으로 도약) 달성을 위한 1단계 방안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제약사들이 복제품 위주의 내수시장 경쟁에서 벗어나 신약·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세제지원을 통해 제약산업에 대한 R&D 투자를 현재의 2배로 확대한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줄기세포치료제 등 유망분야의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제약산업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선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해 조언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대학 정규과정 개편 및 특성화 대학원을 설립해 제약 핵심 인재를 1만명 이상 길러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 전문인력 인증제, 약무기술사, 보건기술 경영 평가사, 의약품 인허가 업무 전문인력 자격제도 등 국가자격 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수출 확대를 위해 관련부처가 총력 지원체제를 형성하고, 선진국·신흥국·저개발국 등 국가별 특성에 맞춘 전략적 수출지원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제약인력 1만명 육성

향후 과제=정부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업계는 아직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것이 숙제다.
한국제약협회 통계에 의하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19조원으로 이중 수입약품이 5조4000억원(28%)을 차지한다. 국내 의약품 생산업체는 모두 638개로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상위 20대 기업이 전체 시장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2011년 현재 대기업은 11개사에 불과하며 업체당 평균 생산액은 241억원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맞서 경쟁하기엔 기업 규모가 영세한 약점이 있다. 또한 창업주의 오너십이 강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경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영의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신약 개발을 하려면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해야 하지만, 국내 주요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8.2%로 글로벌 제약사(15.6%)의 절반 수준이다. 아직 신약개발보다는 복제약 생산·판매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해 4월 일괄 약가인하 조치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도 R&D 투자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제약협회의 ‘약가인하 이후 제약산업의 변화’ 정책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제약업체의 약품비 청구실적이 지난해 최고 두자리 수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협회는 이 보고서에서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0년 5.8%에서 2011년 7.7%,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가 시행된 2012년에는 8.3%로 크게 증가했다”면서도 “올해 1분기에는 6.3%로 주춤하고 있어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R&D 투자 목표에 제약기업들이 부응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약기업 본연의 사업영역인 보험의약품 부문의 매출 악화는 연구개발 투자 및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 투입 등 글로벌화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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