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고 세련된 말 ‘노년시대’
힘 있고 세련된 말 ‘노년시대’
  • 관리자
  • 승인 2007.02.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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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노인을 공경한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지방 순시 중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60세 이상 노인들은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하여 자신과 같은 위치에 앉아 보고를 지켜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최고 실권자 후진타오 주석이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이 13억 중국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불문가지다. 노년세대를 우대함으로써 노년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크게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 염량이 있기에 후 주석이 중국의 최고 실권자의 지위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어떤가. 안타깝지만 노(老)자가 들어가는 말 자체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뭔가 구질구질하고, 낡고, 낙후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병약한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이다. 젊은이는 물론이고 나이가 든 세대까지도 老자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그것이 무엇이건 외면을 하는 무조건적 기피현상이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다.


늙을 老, 즉 ‘늙다’에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이르면 모든 생명있는 것들이 다 그렇게 된다. 그러니 낡다는 의미, 시든다는 의미가 분명 있다.

 

노년문화를 앞장서서 선도하는 ‘백세시대’은 그런 면에서 아주 불리한 처지에 있다. 노년세대조차도 신문 내용을 보지도 않고 집어던져버릴 소지가 아주 많은 것이다. ‘삼대가 함께 읽는 신문’을 표방하고 있지만 독자에게 다가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세태가 그렇다고 하여도 우리 신문까지 老자를 버릴 수 없다. 말은 변한다.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바뀌고 죽었던 말이 살아나기도 한다. 지금은 老자가 들어간 말이 부정적인 뜻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老가 들어간 세련되고 아름답고 또 힘이 있는 말들이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노련미’ ‘노련하다’ ‘노숙하다’ 같은 말은 지금도 듣기 좋은 말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진전되어 인구의 태반이 노년세대가 되고, 소비와 경제, 국가경영에 이르기까지 노년세대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老자가 들어가야만 세련되게 보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안습’(안구에 습기끼다) ‘완소’(완전 소중) 등 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처럼 노년세대도 老자를 넣어 무수히 많은 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시급한 문제는 노년세대 스스로 존경받는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퇴한 뒤에도 일생 열심히 살아온 노하우를 재활용하며 자기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컴퓨터나 자동차 운전 등과 같이 당대에 요구되는 생활필수기술도 익혀 세련되어져야 한다.

 

똑똑한 어르신이 넘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가 사회의 영원한 희망이듯이 노년, 즉 어르신 역시 영원한 존경의 대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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