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동강국제사진제를 보고
2013 동강국제사진제를 보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08.23 14:50
  • 호수 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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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사진 예술인들의 열정이 빚은 국제 축제

 

▲ 동강국제사진제 특별기획전에 소개된 영국 작가 작품. ‘From the series The Afronauts’ Cristina De Middel.

자원이 변변치 못한 지방의 소도시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 태어나는 길 중 하나가 예술제를 유치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아를, 일본의 히가시카와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홋카이도의 인구 1만명이 채 못 되는 히가시카와에서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국제사진축제는 3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사진축제는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사진가를 선정해 상도 주는데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녕만 ‘사진예술’ 대표도 2005년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사진축제는 우리나라 강원도 영월에서 매년 이맘 때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의 원조 격이다. 영월군은 지난 2001년 동강사진마을 선포식을 하고 2002년부터 해마다 사진축제를 열고 있다. 영월은 인구 4만의 소도시로 광산이 폐광한 이후 위축된 지방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대부분의 지방축제가 오래가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가운데 동강국제사진제만은 규모를 키우며 12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러오는 여름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예술적 행복감을 선사한다. 초창기 방문객이 4000명 수준이었다가 2012년에는 3만8000명이 다녀갔다. 동강사진상을 제정, 국내외에 활발한 사진 활동을 펴는 작가에게 상도 주고, 외국의 유명 사진작가의 오리지널 프린트도 전시하는 등 우리나라 사진 발전과 국내 사진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9년에는 일본 히가시카와 사진마을 대표단이 영월군을 방문해 행사장을 돌아보고 사진문화교류를 나누고 돌아가기도 했다.
김영수 동강사진마을위원장은 “전시내용은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참가자들이 묵을 숙소가 마땅치 않아 초청장을 보내지 못할 정도로 주변 환경이 열악했다”며 “올해는 다행히 동강시스타 같은 깨끗한 숙박시설이 들어서 하드웨어는 해결된 편이다”고 말했다.
동강국제사진제는 몇몇 사진가의 발상에 의해 비롯됐다. 2000년 다큐멘터리 사진가 윤주영 전 문공부장관은 히가시카와 사진축제를 다녀온 이야기를 사진잡지 ‘사진예술’에 게재했다. 이 잡지 편집장 윤세영 씨는 당시 김진선 강원도지사(현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다 ‘강원도에서도 이런 사진축제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썼다. 김 도지사는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사진전시회를 열 정도로 ‘사진 내공’이 깊다. 그 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김녕만 대표와 윤세영 씨, 윤주영 전 문공부장관 등이 김 도지사와 만났다. 그 자리에서 사진축제 제안이 나왔고, 김 도지사가 긍정적으로 추진해보자는 답을 했다. 김녕만 대표는 언젠가 윤 전 장관과의 인연에 대해 쓴 글에서 “발단은 사진예술 잡지였지만 윤주영 선생님의 후광이 없었다면 사진축제는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썼다.
올해도 9월 22일까지 동강사진박물관을 비롯해 학생체육관, 문화예술회관, 여성회관 등지에서 ‘수상작가전’ ‘신소장품전 2012’ ‘강원도사진가전’ ‘젊은 작가전’ ‘동계올림픽전’ 등 10여개의 사진전이 열린다.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올해 ‘동강사진상’ 수상자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정진 씨이다. 이씨는 한지에 감광유제를 도포하여 사진을 만드는 창작 방식이 독특하다. 숟가락·가위·문창틀 같은 일상의 사물을 클로즈업한 ‘사물’ 시리즈는 회화의 수공적 노동력과 은염 사진의 기계적 완성도가 담겨있어 느낌이 새롭다. 특별기획전으로 루이스 클레멘츠 등 영국의 현대사진가 13명의 작품 60점을 전시한다.
9월 22일까지 열리는 동강국제사진제, 사진 열정이 뜨거운 소수의 사진인들이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격조 높은 사진축제로 성장한 동강국제사진제를 보는 이들의 심경은 남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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