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KT&G 담배 많이 팔았으니 국민건강에 기여하라”
[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KT&G 담배 많이 팔았으니 국민건강에 기여하라”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8.30 10:14
  • 호수 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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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이 KT&G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에게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악화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건보공단은 8월 28일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는 결국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되므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흡연 유발 질병 치료비로 1조6914억원의 건보재정이 지출됐다. 1년 건보 지출액의 3.7%에 해당한다.
공단은 이미 4월 담배소송 절차에 관한 검토를 끝냈고 지난달에는 미국으로 가 담배소송 실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배상액은 결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민사소송 시효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강 청구액수가 17조원에 달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개인이 소송을 하는 것보다 건보공단이 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전에도 개인이 KT&G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패소했다. 1999년 농부와 외항선원 등 폐암환자 6명이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우리나라 첫 담배소송이라는 점에서 이슈가 됐지만 7년이 넘는 재판 끝에 원고 패소로 판결났다. 당시 재판부는 특정 개인에게 발생한 폐암의 원인이 흡연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이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국민건강보험법 58조는 건보공단의 구상권을 규정하고 있다. 제3자의 행위로 건강보험료가 지급된 경우 지급된 보험료에 대해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쟁점은 담배 제조자에게 담배의 결함 등 제조물 책임이 있는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소비자보호법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이다. 건보공단은 폐암 발생의 원인이 흡연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앞서 개인 소송은 흡연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지 못해 패소했지만 증거자료를 구축할 뒷심을 가진 대형 국가기관이 원고가 되는 이번 소송은 첫 승소 판례를 남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때맞춰 공단은 2001년부터 12년 동안 진행해 온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과 공동연구를 진행한 연세대 지선하 교수팀은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위험이 4.6배나 높다고 밝혔다. 건강검진을 받은 공무원, 사립학교 직원 130만명의 19년간 질병 발생을 추적한 결과다. 남성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후두암 위험이 6.5배, 식도암 3.6배, 허혈성심장병이 2.2배 높았다. 여성 흡연자는 후두암 위험이 5.5배로 가장 높았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정부가 중심이 돼 과다한 의료비용의 지출을 이유로 여러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받아냈다. 담배회사는 25년간 230조원을 배상했다.
일반인들은 건보공단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반기고 있다. 비흡연자가 내는 보험료를 가지고 흡연자의 질병 치료비로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등 건보공단 급여혜택 강화를 위해 필요한 건보재정 안정성을 보험료 인상이 아닌 구상권 청구로 메운다는 아이디어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흡연과 질병간의 인과관계 입증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둔 건보공단은 늦어도 올해 안에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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