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21세기 키워드 ‘뇌’
[의학칼럼]21세기 키워드 ‘뇌’
  • 이미정
  • 승인 2007.02.16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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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떠오르고 있다. 21세기의 화두로서, 새로운 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비단 과학 분야에서 얘기하는 ‘뇌의 시대’(Century of the brain)만이 아니다.

 

과학과 의학 분야를 넘어 생활 전반 곳곳에 ‘뇌’가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 뇌 과학이 통합과학으로서 나아가고 있는 것은 21세기 과학의 독특한 흐름이지만, 재미난 것은 이 같은 ‘통합’과 ‘융합’의 흐름이 과학 분야만이 아닌 건강, 교육, 문화 분야에까지 서서히 그 흐름이 형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게임분야. 2006년 일본의 화두는 바로 ‘두뇌단련’이었다. 세계적 게임업체 닌텐도가 2005년 ‘뇌 단련 게임’을 출시한 후, 이 게임을 할 때 필요한 닌텐도DS가 600만개 이상 팔려나가고, 뇌 단련 게임의 바탕이 된 일본의 두뇌연구학자 가와시마 교수의 책도 200만부 이상 팔렸다.

 

독특한 것은 게임에서 시작된 이 흐름이 이후 사회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는 점이다. 공중파 방송들은 퍼즐, 퀴즈프로그램을 주요시간대에 배정했고, 외식산업에서는 ‘머리가 좋아지는 메뉴’가 선보이기도 했다. 뇌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가 게임을 통해 불씨를 당기고 이어 사회전반의 트렌드를 가져온 것이다.


출판시장에서의 뇌 바람은 거세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뇌’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책들이 앞 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6년 한해에만 70여종이 발행되었다.

 

2002년 출간되어 뇌 관련 서적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해마’(이케가야 유지, 은행나무)는 재출간되어 또다시 많은 호응을 끌었을 정도다. 주목할 것은 최근의 뇌 서적이 딱딱한 뇌 과학 서적이 아니라, 사랑, 건강, 심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의 탐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뇌를 과학과 의학의 대상으로 인식했던 전통의 틀이 깨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과 출판 분야에서의 이 같은 현상이 1990년대 들어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투자한 뇌 과학 연구의 결과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뇌 과학에서 밝혀내고 있는 뇌의 신비들이 대중들과 호흡할 만큼 가까워지면서, 사랑을 할 때 나오는 호르몬작용이니, 영재와 보통의 아이들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사용하는 두뇌영역이 틀리다는 등 더 이상 ‘뇌’가 저만치 동떨어진 미지의 대상이 아님을 일반대중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21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분명 ‘뇌’이며, 그 중요성과 가치가 커져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뇌가 과학과 의학적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온힘을 기울여 활용하고 개발해야 할 존재라는 점이다.

 

호흡을 하고 심장을 뛰게 하는 생명활동만이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위대한 창조성을 지닌 것이 바로 우리의 뇌라는 인식이 함께 커져가야 한다.

 

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자각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전 생애에 걸쳐 성장하고 도전하고 한계를 넘게 하는 그 열쇠가 바로 ‘뇌’에게 있음을 다시금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두뇌바람이, 이 같은 뇌가 가진 진정한 가치를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장래혁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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