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보청기 ‘KAIST 공동개발’ 소비자 현혹
딜라이트보청기 ‘KAIST 공동개발’ 소비자 현혹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3.09.05 18:50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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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대 고품질 보청기 보급” 과장광고

무허가 판매에 ‘사회적 기업’ 무단도용도


카이스트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고품질 저가격의 보청기를 판매해 온 것으로 알려졌던 한 보청기업체가 허위과장광고로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벤처기업으로도 유명한 딜라이트보청기가 ‘카이스트 공동개발’ 홍보와 관련 2012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짓과장광고로 경고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게다가 이 업체는 중소기업청 로고를 무단 사용한데다 창업 초기 1년 동안 무허가 판매를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클 전망이다.
딜라이트는 지난 2010년 7월 ‘돈이 없어 듣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기업이념을 표방하며 2채널 34만원짜리 보청기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이 기업은 ‘200만원대 보청기를 품질은 그대로인 채 가격만 34만원으로 낮췄다’며 “비싸다고 더 잘 들리고 싸다고 덜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200만원대 품질의 보청기를 30만원대로 낮추는 것은 기술개발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 등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카이스트 공동개발로 고품질 저가격의 보청기 생산에 성공했다는 인식을 세간에 심어주어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저렴한 보청기를 판매하며 공익을 우선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도 알려진 이 기업은 실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6월 이 기업에 사회적 기업 무단사용에 대한 행정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가격을 낮춘 비결은?
현재 딜라이트는 ‘KAIST 공동개발’ 문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KAIST 공동개발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질문에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이 보청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그렇다면 34만원 보청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여타 보청기 판매업체들은 딜라이트가 시중에 나와 있는 저가 보청기에 귓속 크기에 따라 부품을 맞춰 끼운 것을 기술개발로 과장 광고해 판매했다고 주장한다. 딜라이트는 기존 업체에서 생산한 저가품을 판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보청기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외국 청각기업에서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접 공급한다. 기존에 국내에서 보청기를 제조하던 회사들도 대부분 주요 부품들은 외국에서 수입해 고객들의 청력과 귓속 형태에 따라 조립을 달리할 뿐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귓속형 보청기의 경우 조립 전에는 음향기기로 분류가 되고, 귓본을 떠 그 안에 부품을 넣어 조립했을 때 비로소 보청기가 된다. 때문에 부품 수입국과 관계없이 제조국가가 ‘대한민국’으로 표기가 되는 것이다.

별 다를 게 없는 유통구조
딜라이트는 창업 당시 인터넷으로 34만원짜리 보청기 한 제품만을 판매해 오다가 2012년 42억원 매출을 찍고 8월 오픈한 일산점을 포함, 전국에 14개 직영매장을 냈다. 이 회사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돈 없는 사람도 보청기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표방했다. 유통비가 덜 들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온라인 판매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창업이념과 일치한다.
2013년 현재 딜라이트의 판매방식은 달라졌다. 전국 14곳에 직영매장을 오픈하고 제품 구성도 34만원 2채널부터 250만원 16채널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기존 국내 보청기 업체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 딜라이트는 여전히 “중간 유통 마진을 빼 가격이 타사에 비해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외국 기업이 국내 에이전시를 두고 총판이나 대리점을 통해 보청기를 공급하던 예전 유통 구조에서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보청기 유통은 외국 청각기업들이 현지법인을 운영하며 제조사에서 바로 전문점에 공급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딜라이트보청기와 여타 보청기 업체들의 유통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국내 한 보청기 매장 점주는 “국내 보청기 유통구조가 표준화된 상태에서는 유통 구조 개선만으로 타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다”며 “보청기 최종가격은 단순한 기기 값만이 아니라 얼마나 우수한 핵심부품을 쓰느냐와 전문가의 정확한 청력검사와 조절, 또 환자 상태에 얼마나 적합한 보청기를 맞춰주고 지속적으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1년간 무허가 판매로 식약청 고발
식약처는 지난 2011년 무허가 보청기 제조 판매로 딜라이트와 딜라이트에 물건을 납품한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당시 딜라이트는 “창업 초기라 생산 여력이 안 돼 제조업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무허가 제품을 판매해 온 것은 기업의 윤리의식을 저버린 처사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처분을 받기 전까지 식약청 제조허가를 2010년 9월에 받았다고 거짓광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재정이 없는 창업 초기에 무허가 제품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하다가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마련되자 기존 업체들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해 매장을 늘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15년 동안 청능사로 일해 온 A씨는 “보청기는 환자가 일상에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계속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판매는 매장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원가절감이 되지만, 이는 가장 중요한 청각재활을 무시하고 오로지 마케팅 측면으로만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대광고와 무허가 판매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지만 딜라이트는 여러 차례의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한 해 중소기업청 기술창업 청년창업부분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같은 해 고용노동부 주관 청년소셜벤처대회 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초청강연’을 다녀왔다.
하지만 정작 이 업체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은 사실도, 카이스트 공동개발 끝에 혁신적인 보청기 개발에 성공한 것도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행방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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