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어르신의 헌신적인 사랑
[기고] 한 어르신의 헌신적인 사랑
  • 이청자 기자/인천
  • 승인 2013.09.10 11:18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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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도가 넘어가는, 이처럼 무더운 날씨에 개미허리 같이 배가 등짝에 붙은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고추밭에서 줄을 매고 있었다. 어쩌면 저렇게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팔다리로 70이 넘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안쓰럽게 보였다.
“할아버지 땡볕에서 뭘 하세요? 해지면 하시지….”
“네, 4시가 지났는데도 덥네요. 조금 있다가는 저녁상을 차려야죠. 아내가 입맛이 없어선지 뭘 해줘도 잘 먹질 않네요.”
어르신의 부인은 5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져 화장실조차 혼자 가지 못한다고 했다.
젊은 시절, 어르신의 부인은 억척을 떨며 김치를 이고 인천 월미도 항구까지 걸어가 장사를 했다. 산에 지게를 지고 가 땔감을 해오기도 했다. 그 돈으로 자식들 학교도 보내고, 생계를 꾸려왔다. 그러나 어르신의 자식들은 그때 고생한 어머니보다 현재 아픈 어머니를 돌보는 아버지가 더 불쌍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은 하루가 천 년이라는데, 여자도 아닌 남자가 5년 동안 병간호를 하며, 화장실을 데려가 용변을 보게 하고, 씻기고, 밥과 반찬을 차려 먹이고…. 마음까지 약해진 아내는 반찬이 입에 안 맞으면 “옛날에 나는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것 가지고 짜증을 내냐”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은 어르신이 병간호를 하면서도 한결같이 집을 깨끗이 정리한 걸 보면 정성이 눈물겹다고 입을 모은다. 돈도 있고, 건강하고, 자식을 낳고도 성격이 마음에 안 든다며 이혼하는 세상이다. 필자는 여자들을 대표해서 어르신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숭운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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