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촌에서
[기고] 산촌에서
  • 옥탄 박수재
  • 승인 2013.09.10 11:20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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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서

 
망울진 모란을 닮은 누이여
너의 뽀오얀 목덜미를 떠올려도
이 산촌의 가을은 우울하다

정다운 순이, 철이
모두 떠나간 호남선 간이역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하다

빈 집, 버려진 꽃밭을 서성이다가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유년의 추억을
탱자 울타리에 늘어놓는다

교정의 느티나무에는
유지매미 울음 가득한데
철봉대 아래 모래밭
나른한 바둑이 낮잠이 느긋하다

벙그는 모란을 닮은 누이여
너의 고운 눈매를 떠올려도

이 산촌의 가을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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