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이석기’가 와도 걱정 없는 이유
‘원조 이석기’가 와도 걱정 없는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09.13 11:24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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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이석기 해프닝’은 끝난 듯하다. 어느 모임에서도, 부부간에도 이석기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신문 칼럼 제목에서 이석기란 이름을 보면 ‘또야’ 할 정도다. 최근 조선일보에 실린 한 칼럼은 금강산을 두 번이나 다녀온 이석기가 북한의 실정을 살갗으로 느끼지 못했다고 꾸중하는 식의 개인적인 단상을 폈을 뿐이다. 이석기 사태는 퇴색되고 더 이상 시선을 끌지 못한다. 시간이 흘렀고, 나올 만큼 다 나왔다고 본다. 이석기의 정신병적 ‘종북놀이’의 수준이 너무 유치한 반면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은 훨씬 성숙됐고 탄탄하다.
이석기 사태를 보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석기는 그가 저지른 엄청난 ‘대역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자유로웠는가. 그는 바로 체포되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버젓이 국회를 드나들었다. 국민은 그가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는, 구토를 일으킬 정도의 메스꺼운 말을 내뱉었을 때도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가 RO 모임에 참석조차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거짓말하는 것도 들어주었다. 공권력은 이석기류가 국회 앞에서 연일 데모하고, 국정원 직원에게 욕설을 해대고 옷을 찢고 할퀴어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태 발발 후 8일 만에 여야는 국회에 모여 투표를 통해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가 더 이상 야릇한 미소를 짓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인내와 끈기를 견지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그의 신체를 포박지은 것이다. 만약 북한에서 북한을 비방하고 남한을 찬양하는 ‘북한식 이석기’가 나왔다고 하자. 처리 과정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자리에서 재갈을 물린 채 공산당에 끌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북한은 빵을 훔쳐 먹은 인민조차도 김일성 광장에서 공공연하게 사형시키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가.
대한민국은 한술 더 떠 이석기에 대해 배려하고 소양의 기회마저 주었다. 이정희가 그를 변호할 수 있도록 자리까지 마련해준 것이다. 이번 이석기 사태 중 가장 역겨운 장면은 이정희와 이석기가 두 손을 꼭 잡고 마치 연인이 서로를 하염없는 애정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듯 쳐다보는 순간이었다. 이를 본 국민들 대다수가 당장 달려가 두 남녀를 어떻게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사적인 감정과 분노를 냉철한 판단과 엄정한 법으로 판결하고 처벌하는 지적인 시스템이다. 이석기는 그런 우수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을 인터넷을 통해 만든 장난감 총으로 무너뜨리고 전복하려고 했으니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국회에서 이석기가 제명되더라도 ‘원조 이석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석기류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 2만명, 3만명이 숨어 있다고도 말한다. 그런 말을 들어도 걱정이 안 된다. 대한민국은 불량스러운 정신발달장애자들의 난동과 수작을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는 유능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적나라한 ‘종북세력’의 ‘쌩얼’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는 점도 이석기 사태에서 덤으로 얻은 양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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