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노년생활] 노후는 스스로 챙겨야 행복
[활기찬 노년생활] 노후는 스스로 챙겨야 행복
  • 박영선
  • 승인 2007.02.16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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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때 부지런히 저축
장수자 55.4%가 3세대 동거 효도가 명약

 

평택에서 텃밭을 일구며 혼자 사는 이모(68) 할머니는 아들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난다. 위로 딸 셋을 낳고 아들을 낳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듯 정말 기뻤다. 딸들이 뭐라 하던 금지옥엽으로 아들을 길렀다.

 

농촌이라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아들만은 고기반찬에 좋은 옷, 뜻을 다 받아주며 키웠다. 아들은 조상들의 제사를 지내주고 노후를 책임져줄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들이 기대를 져 버렸다. 서울서 기반을 잡은 아들은 연로한 부모를 서울로 모시겠다는 말도 안 했고, 3년 전 남편이 죽고 나서도 ‘죄송하다’는 말만 했을 뿐, 어머니를 서울로 모셔갈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은 전화도 뜸하다.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리 홀대를 하나’ 생각하면 자다가도 ‘울컥’ 울화가 치솟는다. 돈이 필요해 “어떻게 사니?” 전화를 하면, “아이들 학원비가 얼마 들어가고…” 살기 힘들다는 말만 하니 슬그머니 전화를 끊게 되고 돌아서면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삼성동에 사는 박모(67) 할아버지와 안모(65) 할머니 부부는 일찌감치 현실을 직시한 케이스. 남들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할 때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을 했다.

 

자식에게도 그냥 용돈을 준 적이 없었다. 대가가 따라야 용돈을 주었다. 자식에게 조차 ‘구두쇠 영감님’이란 소릴 들을 정도였지만, 부부는 나이가 들어 크루즈 여행까지 할 정도로 즐겁게 살고 있다.

 

한국노화학회 회장을 지냈던 최진호 박사는 상형문자인 한자에서 ‘효’(孝) 자를 보면 토요일(土)에 한 번(?)만이라도 자식(子)이 찾든지, 전화라도 하면 효자라는 뜻이라고 풀이를 한다.

 

사회가 분업화·전문화되며 가정에까지 그 바람이 불어 조상이나 부모는 관심조차 없고 오직 내 남편, 내 아내, 내 자식만 생각하는 풍조가 팽배해진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한다.

 

효는 인정의 산물로 적은 밥이라도 나누어 먹던 정이 부모를 존경하게 되고 자식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지만, 지금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정보다는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

 

장수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장수자의 55.4%가 3세대 동거였다. 화목한 가정생활과 함께 부모를 존경하고 효도하는 것이 정신적인 건강으로 연결되어 장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도도한 사회적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즉 지금의 부모들은 효도를 받겠다는 생각을 애 저녁에 버리는 것이 더욱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개념처럼.

 

한때 유행했던 며느리 시리즈 중에 ‘가장 좋은 시어머니 순위’가 있었다. ‘집에 자주 오지 않는 시어머니’가 우선이고, 다음은 ‘먹을 것을 가지고 오면 그것만 놓고 빨리 돌아가는 시어머니’다. 그 다음은 ‘아예 올라오지 않고 경비실에 음식을 맡기고 가는 시어머니’이고, 가장 바람직한 일 순위는 ‘택배비를 지불하고 먹을 것을 부치고 나타나지 않는 시어머니’였다.

 

이런 시리즈를 듣고 시어머니들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일부 시어머니들은 열을 펄펄 내기도 했다.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분노하며 시어머니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건 간에 이 ‘며느리 시리즈’에는 내 자식, 며느리를 포함해서 이 시대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들어있다.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유머가 있다. 딸 둘을 둔 엄마는 금메달 엄마,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둔 엄마는 은메달 엄마, 아들 둘을 둔 엄마는 목메달 엄마라는 이야기다. 현실은 이렇다. 특히 아들자식에게 기대거나, 효도를 받겠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워버릴 때 노인들의 마음과 남은 여생이 편한 것이 요즘의 돌아가는 세상이다.

 

장옥경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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