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더 이상 뉴스거리가 못 된다
채동욱, 더 이상 뉴스거리가 못 된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0.04 10:52
  • 호수 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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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더 이상 공인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언론의 집요함은 끝날 줄 모른다. 한 종편채널은 그의 퇴임식 날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 여인 집에서 일했다는 가정부를 인터뷰해 채 전 총장과 임모 여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채 전 총장이 퇴임식장에 아내와 딸을 대동하고 나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바로 혼외자 의혹을 처음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한 소 취하까지 한 시점에 터져 나온 이 방송을 접하고 일부에선 “떠나는 사람의 등에 비수를 꽂는 온당치 못한 행위”라고 씁쓸해 하기도 했다. 심지어 4대 일간지 중 한 신문 기자는 임모 여인이 은신하고 있다는 가평의 한 아파트 문에 귀를 바싹 대고 안에서 두 여인이 주고받는 말들을 그대로 옮겨 기사화하기도 했다.
지난 1개월여 동안 한국의 모든 신문 방송이 이 문제로 유난법석을 떨었지만 백세시대은 그의 혼외자 의혹 건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사안이 정치적이고, 모호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황으로 볼 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그건 채 전 총장이 알고 있는 것,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알고 있는 것, 임모 여인이 알고 있는 것을 신문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과 관련한 신문 칼럼 중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도 많았다. 태생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난해온 한겨례신문은 임모 여인이 보냈다는 편지를 받은 직후 임모 여인을 ‘무고한 여인’이라 단정 짓고 그녀의 입장에서 조선일보의 보도가 허위라고 몰아 부치는 경솔함을 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한 논설위원은 시의적절하지 않은 상상력을 발휘해 아들이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형식을 빌어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컬럼의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 그래서 그러는데 저한테 피 검사 하자는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만에 하나 피 검사가 잘못돼 가지고 저하고 아버지하고 다르게 나오면 그 땐 어떡해요? 하루아침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돼 버리잖아요. 여태껏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아버지라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라고 써 미성년자를 못된 어른들의 부끄러운 싸움박질에 끌어들인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채 전 총장 혼외자 의혹 건은 그가 우리나라 검찰 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만 문제가 된다.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나 소문은 청렴함을 요구하는 고위 공직자 자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은 이제 공직자가 아니다. 우리나라 검사와 검찰 수사관 7300명을 지휘하는 검찰총수가 아니고 우리처럼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 중 한 명일 뿐이다. 혼외자를 두었든, 성실한 남편이었든 그런 걸 알 필요도 없고, 간섭할 일도 아니다. 혼외자식이 있을 것이라는 정황만 보고 ‘정말 당신 아이 맞느냐’고 캐묻고 따지며 고통을 줄 권리가 우리에겐 없다. 개인의 사생활, 특히 부부, 부모 자식 간 문제는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공개 돼서는 안 된다. 개인 채동욱을 보도하는 것은 지면과 전파 낭비이자 남의 집 안방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선정적 호기심에 불과하다.
국회에서도 더 이상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문제를 정치 쟁점화 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채 전 총장이 국정원 대선사건을 의욕적으로 수사한 나머지 청와대의 심기를 거슬려 ‘찍어내기’를 당했다거나, 채 전 총장 사퇴는 청와대와 법무부,조선일보의 합작이라는 견강부회 식 주장도 더 이상 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문제를 자꾸 물고 늘어지는 건 국민에게나 국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인(私人)으로 돌아온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 유전자 검사를 하라 마라 할 이유도 없고, 더 이상 관심 가질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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