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에너지 먹는 하마’ 백열등 내년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
[특별기고] ‘에너지 먹는 하마’ 백열등 내년 역사의 뒤안길로 퇴출
  • 나경수 전자정보인협회장
  • 승인 2013.10.11 11:17
  • 호수 3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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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130년이 넘는 세월을 줄곧 같이 해 온 백열전구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내년부터 국내시장에서 백열등의 생산 및 수입, 판매가 전면 중단되게 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유럽연합(EU)·호주·중국 등 외국에서도 순차적으로 수입 및 판매금지가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퇴출권고가 결의되면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백열등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의 불을 훔쳐 인류에게 준 이후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이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백열전구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것은 최근 고효율 조명기기가 등장하면서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백열등은 에너지의 95%를 열로 낭비하는 대표적 저효율 조명기기로 ‘에너지를 먹는 하마’로 비유된다. 이를 안정기 내장형 램프 혹은 발광다이오드(LED)램프로 대체하면 연간유지비용을 각각 66%와 82%씩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백열등은 인류와 긴 역사를 같이 해 왔기 때문에 영원한 향수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전구는 진공 또는 소량의 질소나 아르곤 가스를 넣은 유리구 안에서 가늘게 만든 저항선 또는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보내 2000℃ 이상의 고온의 상태로 발광시키는 것이다.

초기 대나무 필라멘트 제작

초기의 전구는 1879년에 미국의 발명가 에디슨에 의해서 발명된 것이지만, 1887년 영국인 스완(Swan)도 에디슨과 동일한 전구를 만들었다. 두 발명은 전혀 별개로 추진된 연구에 의한 것이다. 에디슨은 당시, 진공 속에서 높은 저항선에 전류를 흘려보냄으로써 광원을 만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으나, 그 높은 저항선 즉 필라멘트재료에 고심하였다. 그래서 탄소·종이·무명실·아마사(亞麻絲)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서 시도했으나, 대부분은 10분 정도의 단시간에 끊어졌다. 40시간 이상 점등할 수 있게 된 것은 1879년에 이르러서였다. 1880년에는 대나무가 필라멘트 재료에 쓰일 수 있음을 발견하고, 동양에 사람을 보내서 각지의 대를 채집했다. 일본 교토 부근의 대가 가장 좋다고 해서, 그 후 수년간은 대를 탄화(炭化)한 필라멘트가 사용됐다.
그러나 탄소필라멘트에서는 1800℃ 정도가 되면 탄소가 증발되고, 전구 내면이 검게 변하는 약점이 있었다. 1910년 미 물리학자 쿨리지가 텅스텐을 가는 선으로 만드는데 성공했으며, 이것이 텅스텐 전구의 발단이 됐다. 필라멘트에 텅스텐을 사용함으로써 탄소보다 온도를 높게 할 수 있었다. 빛은 자연광에 가깝고 수명도 매우 길어졌다.

현재 질소·아르곤 가스 주입

하지만 필라멘트를 텅스텐 선으로 하더라도 고온이 되면 역시 증발현상이 일어났다. 미 물리학자 랭뮤어는 1913년 질소가스를 봉입하여 증발을 억제하는 것을 발명했으며, 그 후 아르곤가스도 쓰이게 되었다. 지금의 전구 대부분은 질소와 아르곤의 혼합가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후 필라멘트의 열이 가스로 인해 낮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필라멘트를 코일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연구됐다.
일반 조명용 이외에 많은 특수 전구가 있다. 유리구를 담청색으로 해서 자연광에 가까운 색을 내게끔 한 주광(晝光)전구가 있고, 전광(全光)전구는 유리구를 유백색(乳白色)으로 하여 눈부심을 없이한 것이다. 그리고 장식용으로 착색전구, 빛줄기를 내게끔 한 투광기용 전구, 집어등용(集魚燈用) 전구, 적외선 전구 등이 있다.

1887년 경복궁 내 첫 점등

우리나라에서는 1887년(고종24년) 서울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백열전구가 최초로 점등된다. 이후 19세기 말 민간에서도 백열전구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1910년 종로에 가로등이 설치되면서 거리에서도 밤이 낮으로 극적으로 변하게 됐다. 그 후 임전구제작소 등 순수 국내제조업체가 생겨나 6·25 이후 상용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활필수품이었던 백열등이 2000년 들어오자 눈에 띄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8년 발표한 제4차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에서 백열전구 퇴출계획이 확정됐다. 이제 백열등은 조명박물관에서나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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