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손녀 돌보다 보니 ‘관절염’ 통증만…
손자·손녀 돌보다 보니 ‘관절염’ 통증만…
  • 박영선
  • 승인 2007.03.0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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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인공관절센터소장, 계단 내릴때 통증 느끼면 의심해야

맞벌이 아들부부 도와 집안살림 맡아
세살짜리 손녀 등에 업고 힘든 일 계속

 

여섯 살과 세 살짜리 손녀 둘을 돌보고 있는 신모(68·봉천동) 할머니. 2년 전부터 아들 내외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손녀들을 맡겨와 돌보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관절 통증 때문에 부쩍 힘이 든다고.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았던 신 할머니는 아이들을 맡은 후 다리에 통증이 심해지는 것을 느꼈고, 최근 병원을 찾은 결과 관절염이라며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진단을 받았다. 칭얼거림이 심한 세 살짜리 손녀를 등에 업고 집안 살림을 하다보니 무리가 되었던 것.

 

신 할머니는 “아들네의 형편이 빠듯하다보니 (내가) 힘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맡아 기르고 있는데,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신 할머니의 며느리인 박모(37)씨는 “어머니의 건강을 생각하면 아이를 맡기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아이만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덩달아 고생을 하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이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여가를 즐기며 살아야 할 나이에 때늦은 육아를 맡은 할머니들의 경우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천에 있는 관절전문병원 힘찬병원이 최근 만 55세 이상의 말기 관절염 여성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손자·손녀를 보육하는 할머니들이 그렇지 않은 할머니들에 비해 통증이 더 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이를 돌본 할머니(40명)는 관절염 진단 후 평균 16개월 만에 수술을 선택했고, 그렇지 않은 할머니(60명)는 평균 24개월 만에 수술을 결정해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8개월 정도 빨리 수술을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환자는 밤에 심한 통증을 느껴 잠을 깨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들은 더 잠을 자주 깨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를 돌보지 않는 할머니의 경우 ‘1km를 통증 없이 걷는다’고 답한 비율이 20%인 반면,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절반인 10%에 그쳤다.

 

이처럼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들의 관절염 통증이 심한 이유는 아이를 안거나 들어올릴 때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kg의 아이를 안게 되면 무릎에는 3배에 달하는 10~15kg의 하중이 가해지게 된다. 여기에 아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기라도 할 때는 약 6배의 하중이 무릎에 쏠리게 된다는 것.

 

힘찬병원 인공관절센터 정재훈 소장은 “국내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중 90%가 할머니들”이라며 “자식들을 대신해 육아를 해주면서 가사일까지 부담하게 되면 무릎에 많은 무리가 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와 함께 좌식생활을 하는 우리나라의 생활방식도 관절에 많은 무리를 준다고 지적한다.

 

그는 “주부들이 쪼그려 앉아 바닥을 닦거나 손빨래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체중의 5배에서 최대 8배의 하중이 몰려 관절이 쉽게 손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까지 업고 가사일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이어 “많은 관절염 환자들이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다가 수술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단을 내려올 때 통증이 느껴지면 관절염을 의심하고,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꿇고 앉거나 바닥에 쪼그려 앉지 않는다 △바닥청소를 할 때는 대걸레 등 서서 닦을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한다 △바닥이 얇은 신발은 피한다 △아이를 직접 안아주기 보다는 유모차와 아기침대를 이용한다 △평소 가벼운 산책, 수영 등 꾸준한 운동을 통해 관절과 관절 주변의 인대를 튼튼하게 한다.

 

박영선 기자 dreamsun@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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