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일상서 탈출해야 ‘초대박 상품’ 나온다
직원들 일상서 탈출해야 ‘초대박 상품’ 나온다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3.10.25 10:12
  • 호수 39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우연을 성공으로 만드는 힘’ 보고서
▲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제2 연구동 ‘미지움’(美智um) 전경. 이 건물은 세렌디피티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로비오가 히트시킨 게임 ‘앵그리 버드’의 시작화면(사진 왼쪽)과 픽사가 디자인한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사진 오른쪽).

비아그라·X선·페니실린 등 ‘뜻밖의 발견’ 통해 성공
자포스·픽사 등 미 기업, 사내 소통 잘 되게 건물 설계
“10번 중 1번 성공하면 돼” 유니클로 ‘1승 9패’ 경영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가 본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는 것은 꽤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 제약업체 파이저(Pfizer)가 협심증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하던 중 발기촉진이라는 부작용이 생겼다. 파이저는 이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초대박 의약품을 출시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이처럼 ‘뜻밖의 발견이나 발명’을 가리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역사를 보면 세렌디피티를 통해 수많은 발견과 발명품이 탄생했다. 만유인력, 다이너마이트, X선, 페니실린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우연을 성공으로 만드는 힘: 세렌디피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창조경영과 혁신형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세렌디피티’의 활용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Google)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이 어떻게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은 행운”이라고 답변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에는 뜻밖의 행운인 세렌디피티의 개념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누구나 세렌디피티를 활용할 수 있을까?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발생하지만, 준비된 기업만이 성공으로 연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이 끊임없는 시도와 실행을 할 때 세렌디피티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뜻밖의 발견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세렌디피티가 발생하기 쉬운 조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렌디피티가 발생하기 유리한 환경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라=일상 업무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새로운 것이 나오기 어렵다. 세렌디피티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직원들이 규칙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일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업무에서 벗어나 외딴 별장에서 ‘생각 주간’을 보내며 아이디어 발굴에 몰두했다고 한다.
업무 이외의 소그룹 모임이나 취미활동을 권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기업 고어(GORE)는 ‘장난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장난 시간’은 직원들이 업무시간의 10% 범위 내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회사는 ‘장난 시간’을 통해 ‘음색을 세 배나 유지하는 기타 줄’을 제품화 할 수 있었다.

우연한 소통을 늘려라=직원들이 이야기하다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미시간대학교 오웬 스미스 교수는 “직장에서 동료와 동선이 30cm 겹칠 때마다 협업이 최대 2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미 온라인 쇼핑몰 자포스(Zappos)는 1층 로비를 벽과 기둥 없이 넓게 만들어 직원들이 자유롭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의 사옥에 개방형 휴게실을 만들어 개발자들의 자연스런 만남을 유도했다.
미 그래픽 전문기업 픽사(PIXAR) 역시 회의실, 식당, 카페, 선물가게 등 편의시설을 중앙홀에 배치하는 방법을 활용해 소통의 효과를 보고 있다.
소통의 결과물을 전 직원이 공유하는 시스템도 유용하다. P&G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개발자 7500명의 전문지식과 일상생활 아이디어를 내부 웹사이트에서 공유하는 아이디어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2010년 준공된 경기도 용인의 제2연구동 ‘미지움(美智um)’을 세렌디피티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미지움에 대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연구원들이 창의력을 가장 잘 발현할 수 있도록 중점을 두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발견을 실행으로 연결하라=마지막 조건은 실행력이다. 먼저 직원들의 시행착오나 실패조차 격려함으로써 무수한 시도를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
일본 의류기업 유니클로는 ‘1승9패’의 경영철학(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한 번 승리하면 된다)으로 직원들에게 도전정신과 벤처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중독성 강한 게임으로 대박을 친 ‘앵그리 버드’ 프로그램은 게임 회사 로비오(ROVIO)가 8년간 52번의 도전 끝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연히 접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도 필수적이다. 유튜브는 처음에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청혼 사이트로 시작했으나, 재미있는 동영상을 찾느라 고생하는 고객들을 발견한 순간, 이를 놓치지 않고 사업화 해 성공시켰다.
또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레이저프린터 기술은 제록스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지만 상품개발엔 휴렛패커드에게 밀리고 말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동철 수석연구원은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직원들과 끊임없이 격려하는 리더가 만날 때 세렌디피티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세렌디피티를 신규 시장 개척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되, 기존의 시장과 제품을 견실하게 유지하는 균형감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이 말은 18세기 영국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1717 ~1797)이 처음 사용했다. 월폴은 페르시아 동화인『세렌디프(Serendip)의 세 왕자들』을 읽고 이 단어를 만들었다. 동화 속에서 세 왕자는 여행을 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우연의 연속을 통해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