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미 칼럼니스트의 쓴소리
한 재미 칼럼니스트의 쓴소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0.25 10:43
  • 호수 3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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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나라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지난 수개월 동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목과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새끼를 치며 내홍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종북세력 내란음모사건의 이석기부터 최근 검찰 내부의 하극상까지 나라 전체가 좌우로 갈라져 상대편의 흠집 내기와 국력소모전을 일삼고 있다. 국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으며, 한 해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공무원연금 개혁 같은 시급한 경제정책과 민생은 뒷전에 밀려난 지 오래다. 나라 전체가 한데 뒤엉켜 목적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표류하고 있다.
여야는 이석기 구속과 관련해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는 보기 좋은 모습을 보이더니만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건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기 싸움을 해대고 있다. 야당은 한술 더 떠 국회를 벗어나 천막을 치고 노숙자 행색으로 농성을 이어가 올여름을 한층 무덥게 만들었다. ‘촛불집회의 광기’에 재미 들린 좌파들과 일부 신부·수녀들은 야당의 ‘노숙 투쟁’에 부화뇌동, 시민들은 이들의 불법도로점거와 쓰레기 투기로 저녁 퇴근길 짜증을 감수해야 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공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라고 공권력을 부여 받은 경찰은 이들의 범법 행위를 방치하고 구경만 하고 있다. 미국의 80대 상원의원이 정부의 이민정책에 항의하다 시위 지정선을 넘었다는 이유로 미국 경찰이 수갑을 채운 채 연행해 가는 보도사진은 신선하게만 느껴진다.
채동욱의 호위무사가 나타나 조폭 수준의 정의감을 들먹거리는가 하면 야당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돼 임기 중 하차한 검찰총장을 청와대와 법무부가 수사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찍어내기를 했다고 억지주장을 펴기도 했다.
교학사가 발행한 역사교과서의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한 야당의 공세 역시 상식을 벗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면 될 문제를 마치 이 교과서 하나가 한국 역사 전체를 왜곡한 양 핏대를 올리며 교과서 폐지를 외치고 있다. 정작 그런 이들에게선 합리적이고 팩트(사실)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과 이성적인 문제해결 태도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
태생적으로 강성 노조인 전교조는 자신들의 욕구와 불만을 불법쟁의와 가두시위를 통해 해결해왔다. 이번 ‘법외(法外)노조’의 건도 다르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게 해직교사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는 조항을 수정하라고 통고했지만 전교조는 이를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가 하루종일 확성기를 울려댔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 절차까지 무시하는 이런 선생들에게 어떻게 아이들의 교육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하위 70%에 20만원 지급’이라는 기초노령연금 개정안 과정에서 주무 장관이 사표를 제출하고 잠수를 타고, 좌파 판사는 민노총 미신고 집회와 통합진보당의 대리투표에 무죄 판결을 내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재판도 만에 하나 무죄로 판결나면 이 나라의 앞날은 막장으로 치닫는 꼴이 될 것이다.
나라가 좌우 이념으로 나뉘어 불필요한 정쟁을 일삼는 동안 이웃나라는 하나로 뭉쳐 옆눈질 하지 않고 국가 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은 밖에서 더 잘 보인다. 6·25 남침을 최초 방송한 위진록 전 KBS 아나운서(재미 칼럼리스트)는 “미국에서 한국 뉴스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한국의 보수는 다 어디 갔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공산 치하에서 몇 번 죽을 고비를 넘겼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지금 너무 안일하게 공산주의와 북한을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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