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투성이 공기업의 억대 연봉을 깎아라”
“적자투성이 공기업의 억대 연봉을 깎아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1.01 10:41
  • 호수 3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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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돼지 3부자의 나라’가 혐오스런 이유 중 하나가 부조리이다. 공산당만 잘 먹고 잘 살고 인민은 배를 곯는다. 그런데 자유 민주주의라는 한국에도 그런 ‘공산당’이 있다. 공기업이다. 공기업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은 지지리도 못한다. 우리나라 공기업 295개 가운데 한국전력에 억대 연봉자가 가장 많다. 2010년 기준으로 758명이나 된다. 그에 반해 경영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우리나라 공기업 한 곳당 평균 1조6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공기업은 춥다고 무료로 방한복을 돌리는데도 ‘돼지나라의 공산당’처럼 사리사욕은 그칠 줄 모른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은 밤에 원자력발전소 소방대에 들어가 소방차량에서 몰래 기름을 빼내 자기 승용차에 넣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 발전소 CCTV에 찍힌 이 장면을 TV를 통해 본 시청자들은 아연실색했다.
10월 30일 통계청은 우리나라 전체 1814만5000명의 임금근로자 가운데 반 이상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13.5%는 월급이 100만원도 못된다. 그에 반해 공기업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이다. 30대 대기업 직원의 그것보다 600만원이 높다. 공기업 직원들은 왜 그렇게 월급이 많을까. 원자탄 제조와 같은 고도의 기술력이나 특수 비법을 갖고 있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주식거래 수수료로 먹고사는 한국거래소의 경우 부부장급(직책 이름도 북한과 비슷하다) 이상 간부직원 117명 중 직책이 없는 사람이 56명이다. 간부의 절반이 마땅한 직책이 없어 일반 업무를 담당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서울 차량관리, 서울 사옥시설관리, 예비군·민방위 업무 등 고등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전문성이 전혀 필요 없는 일을 하는 이들의 평균 연봉은 성과급과 복지급여를 포함해 1억3000만원이 넘는다.(국회정무위원회 김영주 의원)
한국거래소의 실적을 한번 들여다보자. 라오스와의 거래소 합작 사업에 150억원이 투입됐지만 2개사만 상장됐고, 113억원이 들어간 캄보디아 거래소 합작 사업에도 상장사는 1개소뿐이었다. 김영주 의원은 “금융공기업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는 한국거래소의 방만한 인력관리와 허술한 사업관리로 예산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일을 못하면 그만큼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없다. 따라서 경영부실의 공기업도 당연히 임금을 주지 말든가 삭감해야 한다. ‘고통 분담’이란 의리에 호소할 필요도 없다. 법치국가에서 이걸 시정하지 않으면 법을 위배하는 행정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근절하라고 억대 연봉을 주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란 공공기관이 있다. 이곳도 국민 혈세만 받아 먹고 일은 게을리 한다.
동양그룹 사태가 단적인 예이다. 동양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1조원 대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돌려막기 식으로 연명해왔지만 금감원 등은 이를 방치했다. 그로 인해 전 재산을 날리게 될 선량한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신제윤 금융감독위원장은 “동양그룹 사태에서 금융위가 존재감을 보였어야 한다.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공기업의 부조리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국회가 민생 정치를 펴면 된다. 그런 일을 해결하라고 국회의원들에게 혈세로 거액의 연봉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한길의 야당’은 민주주의를 지킨답시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패거리 정치공세만 펴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는 마당에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치는 게 민주주의 실현의 전부인 양 헛발질만 해대고 있다. 국민은 눈 뜬 장님이 아니다. 이번 경기 화성 갑 보궐선거 결과가 ‘김한길의 뻘짓’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동학운동의 리더’ 전봉준이 공기업의 억대 연봉자들이 하는 일이 고작 주차장 지키는 일이라는 걸 안다면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나 전국의 농민들에게 다시 소집령을 내릴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여, 부디 각성하고 공산당 같은 작태를 보이는 공기업의 부조리부터 뜯어고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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