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트렌드코리아 2014’ 새해 전망
[책] ‘트렌드코리아 2014’ 새해 전망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3.12.06 10:32
  • 호수 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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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의 해 2014년 “다크호스들이여, 말처럼 달리자!”
▲ 서울시와 나이키가 공동주최한 마라톤 대회의 참가자들이 출발하기에 앞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트렌드 분석센터는 2014년에는 신체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보화·정신노동화에 맞서 육체의 본질적 가치 회복
12월 서점가 새해 전망·분석서에 독서인들 ‘시선 집중’


2014년에는 적극적인 신체 활동 및 육체노동을 통해 건강을 추구하고, 기존의 콘텐츠를 재해석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12월을 맞아 서점가에는 2014년의 트렌드를 총체적으로 예상‧분석한 서적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이하 ‘분석센터’)가 2007년부터 매해 펴내고 있는 ‘트렌드코리아 2014’(미래의 창 펴냄·사진)를 중심으로 김용섭의 ‘라이프트렌드 2014’(부키), KOTRA의 ‘2014년 한국을 사로잡을 12가지 트렌드’(알키), 한경BUSINESS의 ‘대전망 2014’(한국경제신문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트렌드코리아 2014’는 11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17위로 진입해 넷째 주에는 무려 열한 계단 상승, 6위를 기록했다. 동류의 책 중에서는 압도적인 인기다. 미래 경향 분석서를 펴낸 역사가 상대적으로 오래된 데다 분석센터에 소속돼 있는 김난도 교수의 인지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말 출판돼 2011년과 2012년을 강타했던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히트를 치고 저자인 김난도 교수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면서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도 덩달아 사랑받고 있는 것. 이번 책을 집필한 분석센터에는 김난도 교수 외에도 전미영‧이향은‧이준영 교수 등이 소속돼 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단순히 돈이나 물자를 쓴다는 의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에 돈과 재화가 쓰이는지를 살펴보면, 사회‧경제‧문화 전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소비트렌드뿐만 아니라 2013~ 2014년 한국사회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불안·불확실성의 2013년
홀로, 향유하며, 불태웠다

분석센터는 지난해 이맘 때 2013년에 대해 어떻게 예측했고 얼마나 적중시켰을까. 올해를 전망한 10개의 키워드 중 대표적으로 △소유냐 향유냐 △나홀로 라운징 △소진사회 등 세 가지 키워드가 눈길을 끈다.
‘소유냐 향유냐’ 부분에서는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는 대한민국 풍토 속에서도 향유적 소비를 지향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실제로 빌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렌탈리즘’, 공유를 추구하는 ‘셰어리즘’, 타인에 대한 기여를 생각하는 ‘도네이즘’의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굳이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한 것을 이용하고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전세가 폭등으로 인한 ‘전세대란’. 물론 주택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굳이 주택을 사서 소유하지 않더라도 들어가 살 수만 있다면 된다는 사고가 퍼진 것도 일조했다.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빌려 쓰는 서비스 ‘코럭스’부터 여러 사람이 한 주택에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등도 많은 사람들이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향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나홀로 라운징’이라는 표현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더 이상 홀로 쉬는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을 개척하며 자기만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도 1인 노래연습실이 생겨 성업 중이며, 여행사 하나투어의 경우 1인 여행객의 비중이 50%를 넘었다. 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도 올해 공연을 예매한 4명 중 1명이 ‘나홀로 관객’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소비의 개별화 현상도 가져왔다. ‘묶음상품’의 원조인 대형마트도 싱글족을 겨냥해 소포장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 당근·양파·마늘·고추 등 필수 채소 10여 가지를 각각 990원에 맞춰 작게 포장 판매한 한 마트의 기획 상품은 전년대비 35%의 매출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4분의 1 용량으로 대폭 줄인 미니와인과 16cm프라이팬과 14cm냄비 등 미니사이즈 주방용품도 인기를 끌었다.
‘소진사회’에서는 밤에도 잠들지 않고 과잉 상태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예견했다. 열정이라는 미명아래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학대하는 문화가 만연할 것이라는 진단은 적중했다. 올해 10~20대가 즐겨 사용했던 ‘불금’이라는 단어는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로 밤새워 놀 준비가 된 상태라는 의미다. 이처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끝장을 보고 방전상태에 이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소진사회’의 특징은 밤낮의 구분이 사라지는 24시간 사회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찜질방에 한정됐던 24시간 영업이 최근 커피전문점, 영화관, 헬스장, 미용실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덕분에 도시의 불빛은 새벽에도 꺼질 줄 모른다. 워낙 심야에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서울시는 올해 4월부터 새벽 5시까지 도심을 누비는 심야버스도 운행하기 시작했다.
분석센터는 이처럼 늘 깨어있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 분위기가 더욱 히스테릭하고 예민해질 것이라는 ‘날 선 자들의 도시’, 먹는 행위에 대한 관심이 커질 거라는 ‘미각의 제국’ 등이 2013년의 주요 키워드로 거론된 바 있다.

‘몸’에 몰입하는 2014년
재해석과 직구 화법이 뜬다

앞으로 다가올 새해의 트렌드는 무엇일까. 분석센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2014년을 전망하는 키워드 역시 총 10가지를 선정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 세 가지는 △몸이 답이다 △해석의 재해석 △직구로 말해요 등이다.
‘몸이 답이다’ 부분에서는 몸으로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이 사회 곳곳에서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기계화·정보화·정신노동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신체의 움직임을 통해 육체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하려는 시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스로 ‘브라운칼라’를 자처하는 신(新) 노동계층이 등장해 직업군의 경계를 흐리고, 건강한 노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브라운칼라는 블루칼라의 ‘노동’과 화이트칼라의 ‘전문성’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군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청년 가구점 ‘아이니드’가 있다. 이는 목수였던 형과 사업가였던 동생이 각자의 영역을 결합해 탄생한 비즈니스다.
마라톤 열풍도 거세다. 올해 10월에만 전국에서 80개의 마라톤 경기가 열렸고, 특히 나이키 마라톤 대회는 선착순 참가자 모집이 단 한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현대인이 여유롭게 운동할 수 있는 밤 시간대에 운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나포츠족도 이 같은 경향을 대변한다.
도심 속 텃밭을 가꾸는 일도 유행이 돼가고 있다. 서울시는 2000년부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도심 텃밭을 분양하기 시작했는데, 2011년을 기준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익숙한 것에 낯섦을 더하는 ‘해석의 재해석’이라는 키워드는 최첨단의 기술을 익숙하게 만들거나 익숙한 가치를 신선하게 만들며 크게 각광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재해석의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간의 재해석’, 익숙한 제품을 완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이 있다. 마지막으로,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역설적인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은 기업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왜 재해석하는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자원을 집중하려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지 않고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재해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 LG트윈스가 1994년 우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듯 당시의 ‘올드 유니폼’을 출시한 것도, 1990년대의 트렌드를 재해석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직구로 말해요’ 부분에서는 내년에도 에둘러 설명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누가 들어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 즉 변화구보다 직구를 선택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뒤 재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가리켜 ‘돌직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때로는 공격적이지만, 일방적 권력행사와 부당한 횡포를 허무는 수평적 사회로의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으스대며 멋지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 ‘스웨그’(Swag) 정신이 문화 전반에 퍼지고, 틈새시장이 더욱 정교하게 세분화될 전망이다.
저자 김난도 교수는 “갑은 푸른색을, 십이지의 하나인 오는 말을 뜻하므로 갑오년인 2014년은 ‘푸른 말’, 즉 청마의 해가 될 것”이라며 “내년을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의 한 해로 만들 수 있도록 힘차게 말 달리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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