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조직은 조직원의 먹잇감일뿐…
주인 없는 조직은 조직원의 먹잇감일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3.12.27 10:57
  • 호수 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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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은 ‘신의 직장’이고 직원들은 ‘신의 자식들’이다. 그들의 연봉은 6800만원대이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 200만원의 3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4급 19호봉을 받는 코레일 노조원이 파업 첫날인 12월 9일부터 24일까지 파업에 참여하고 받은 월급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285만원(정상 월급 450만원)이다. 보름 넘게 일하지 않았는데도 일반 근로자가 한달 꼬박 일해서 받는 돈보다 많은 돈을 챙겼다.
해마다 연봉인상률도 경제성장률을 웃돈다. 인건비를 연평균 5.5%(경제성장률은 2~3%대) 올렸고 거기에 성과급 1000억~3000억원을 지급했다. 국민혈세로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2000억~7000억의 영업적자를 냈다. 코레일 부채는 17조원으로 연간 매출액 5조원의 3배가 넘는다. 민간기업 같았으면 벌써 거덜 났고 직원들은 거리로 나앉았을 것이다.
코레일의 적자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교해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1㎞당 직원이 75명, 영업비용이 86억원이다. 반면 서울메트로와 경쟁시키기 위해 설립한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1㎞당 직원이 45명, 영업비용이 52억원이다. 같은 근로조건에 비해 직원이 턱 없이 많으니 그만큼 인건비가 많이 차지하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방만 경영을 들여다보자. 서울발 진주행 KTX 열차는 3시간30분이면 종착역에 닿는다. 그러데 도중에 기관사가 바뀐다. 출발 2시간쯤 뒤 동대구역에서다. 서울에서 열차를 몰고 온 기관사가 내리고 대기하던 기관사가 올라탄다. 새 기관사는 1시간30분을 달려 진주역까지 간다. 철도노조가 KTX 기관사의 연속 운전시간을 3시간 이하로 규정해 놓아서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용산~여수 간 전라선 KTX의 운행시간은 3시간 2~5분이다. 하지만 기관사가 익산에서 교대된다. 불과 2~5분 때문에 기관사 한 명이 더 투입된다. 최근 불법파업에도 불구하고 철도가 아예 멈춰 서지 않는 것은 코레일이 그만큼 인력을 넉넉하게 운영하고 있어서이다.
코레일의 현재 출근 대상자 2만473명 가운데 37.3%에 달하는 7633명이 파업에 참가하고 있다. 정상적인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17일 째(12월 26일 현재) 일손을 놓고 있으면 진작 마비됐겠지만 코레일의 여객·화물열차 운행률은 평균 70%를 유지하고 있다.
코레일이 ‘수직적자’에서 벗어날 길은 민영화뿐이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에서도 추진하려했다가 노조의 반발로 못했던 그 민영화이다. 코레일은 철도노조의 생떼로 이번에도 민영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 코레일이 정부투자기업으로 남는 한 의도하는 목적은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적자가 체질화한 기업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주인이 없는 조직은 조직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뿐이다. 서울메트로도 민영화가 됐다고 해서 요금이 더 오른 것도 없고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없다. ‘신의 아들’인 철도노조여, 혼자만 잘 먹고 잘 살려다 천벌 받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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