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어르신들 기부 물결 ‘훈훈’
연말연시 어르신들 기부 물결 ‘훈훈’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1.03 10:10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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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영 기자의 뉴스브리핑

지난해 12월 30일 전북 전주의 한 주민센터는 수천만원이 든 종이상자를 받았다.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980장과 동전이 가득 담긴 저금통 두 개가 들어있었는데, 무려 4924만여원이나 된다. 현금의 원래 주인은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를 함께 남겼다.
해당 주민센터는 벌써 14년째 현금 상자를 받고 있다. 자신의 이름도, 얼굴도 숨긴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3억4000만원이 넘는 돈을 이같은 방법으로 기부했다.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는 그간 이 익명의 기부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고, 대신 ‘얼굴 없는 천사’ 비석을 세워 고마움을 기리고 있다.
앞서 23일에는 전남 진도군인재육성장학회 계좌에 1029만원이 들어왔다. 진도군 군내면 만금마을 한추향(74)·김광연(65) 어르신 부부가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보낸 돈이다. 한 어르신 부부는 지난 1년 동안 진도대교 휴게소 등 공중화장실 4곳을 청소하고 받은 전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연초 물가인상 소식에 따른 불안심리를 극복하고 전국을 훈훈하게 물들였다. 특히 60~ 80대 어르신들의 선행이 두드러졌다.
70대 약사 부부는 20억원대 부동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기안(75)·노신희(72) 어르신 부부는 19일 모교를 방문해 어려운 학생들의 학자금으로 써 달라며 20억7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전주에 이어 대구에서도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30일 익명의 60대 남성이 1억2400만원을 기부했다. 신분을 밝히지 않아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이 남성은 2011년부터 3년째 매년 1억원대를 기부했다.
부산지하철 2호선 부암역 8번 출구 앞 골목길에서 담배가게를 운영하는 이우호(82)·김복순(75) 어르신 부부는 당감2동 주민센터에 성금 100만원을 보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종이상자와 폐지를 수집해 판 돈이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익명의 기부자는 생활형편 역시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들 기부자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처지보다 어려운 남의 처지를 눈여겨보았다는 것이다. 특히 여의치 않은 형편에서 불우이웃 돕기를 솔선수범한 어르신들은 후세에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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