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파업철회… 이번엔 끝장을 봐야 했다
철도노조파업철회… 이번엔 끝장을 봐야 했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1.03 10:43
  • 호수 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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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아쉽기 짝이 없다. 이번에 본때를 보여줬어야 했다. 화농은 곪아 터져야 깨끗하게 낫는다. 벌겋게 부어올랐을 때 공연히 약을 쓰거나 해서 진행을 막으면 속에서 단단히 뭉치고 결국엔 칼을 대고 흉터가 남는 등 장시간 고생한다. 코레일의 철도노조파업철회가 딱 그 꼴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더 곪고 있다. 파업철회 소식을 듣는 순간 걱정부터 앞섰다. 대체인력으로 뽑은 217명을 어떻게 할 건가부터 노조간부들의 무조건적인 사면 요구 등 생떼쓰기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과 엄청난 적자… 등등.
차라리 노조의 불법파업이 계속 진행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한 달이 걸리든 두 달이 걸리든 끝장을 봤어야 했다. 미국 항공관제사노조파업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1만여명의 노조원을 해고함으로써 항공수송을 정상화시킨 것처럼 우리도 국민의 발을 묶고 물류산업을 마비시킨 파업노조원들을 해고하고 대체인력으로 새롭게 출발했어야 했다. 민노총·철도노조의 폭력과 저항에 굴복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하지 못한 공기업 민영화를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관철시켜야 했다.
국민들도 얼마든지 불편을 감수할 자세가 돼 있었다. 일출 보러 바닷가 한 번 안 간다고 해서 해가 뜨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고향의 부모님에게는 불법파업으로 인해 기차 편이 없어 찾아뵙지 못한다고 용서를 구하면 된다. 그렇게 했으면 코레일도 살고, 파업을 일삼은 노조의 고질적인 병폐도 근절하는 계기가 되고, 공기업 개혁의 돌파구도 마련할 수 있었다. 아깝게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22일 동안 국민들이 당한 고통과 혼란, 희생이 물거품이 됐고, 앞으로 더 큰 분란과 논쟁의 씨만 심은 꼴이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가로막은 건 야당과 노조의 야합 때문이다. 김명환 노조위원장은 약삭빠르게 행동했다. 명분도 없고 힘이 부치니 정치권을 끌어 들였다. 야당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민주당은 이번 철도파업을 빌미로 한 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터라 김한길 대표에게는 호재였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새누리당에게 밀사를 보냈다. 새누리당이 김 대표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누구도 김 대표의 ‘검은 협상’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런데 소영웅주의에 가득 찬 한 여당 의원이 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 순간, ‘신의 직장’ ‘신의 자식들’은 또 다시 철밥통을 지키는 행운을 얻었다.
17조원이 넘는 부채에 한 해 5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이를 메워주기 위해 매년 국민 세금 7000억원이 들어가는 공기업. 평균 임금 7000만원에 육박하고 인건비 비중은 웬만한 철도 선진국의 두 배가 넘는 부조리한 임금 체계, 회사에 해를 끼치고도 차장까지는 자동적으로 승진하고 비 연고 지역엔 발령조차 낼 수 없는 기이한 조직은 하나도 개선된 게 없다. 철도노조의 불법파업은 자리만 옮겼을 뿐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치권이 노사갈등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만 남겼다.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김명환 노조위원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민노총 본부에 몸을 숨긴 채 “파업은 철회하지만 현장 투쟁은 계속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두명의 노조 간부들도 조계사, 민주당사 등에 숨어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 ‘현대의 빨치산들’이다.
코레일과 정부는 앞으로 세 가지를 관철시켜야 한다.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조간부들에게 민·형사상 문책은 물론 손해배상 책임도 끝까지 지워야 한다. 어떤 타협이나 관용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끝까지 가야 한다.
둘째, 철도노조가 국민 혈세로 엄청나게 누리는 특혜를 박탈하고, 회사 사정과 부채, 다른 일반 샐러리맨과의 형평성에 맞춰 임금도 대폭 삭감해야 한다. 노조의 혜택이 모두 국민혈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감안해 단체협약도 손질해야 한다.
셋째, 코레일 등 해이해진 400여개의 부실 공기업을 개혁해야 한다. 도대체 적자투성이 공기업 수장의 연봉이 3억~4억원이나 되는 이유가 무언가. 차제에 하나가 더 있다. 추락한 공권력의 회복이다. 공권력이 제 구실을 다해 툭하면 거리를 점거하고 악마의 불꽃을 휘날리며 괴담과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좌파·종북 세력의 잘못된 시위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 지난 광우병 사태 때 공권력이 힘을 못 쓰자 나라 경제가 위태로워지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당해야 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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