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정도전이 새삼 그리운 이유
이 시대 정도전이 새삼 그리운 이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2.07 14:24
  • 호수 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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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박근혜 대통령이 오랜만에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을 해임한 것을 말한다. 박 대통령은 6일,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전화로 윤 장관의 해임 건의를 받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해임을 결정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있어 유감이라며 재발할 시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경고를 했고, 실제로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윤 장관 해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잘릴 만한 행동을 했다’이다.
윤 장관은 5일 전남 여수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열린 당정협의에서 “(정유사인)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고 주민이 2차 피해자”라고 4차원적 답변을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왜 GS가 가해자이지 피해자인가”라고 질책하며 어민들의 피해실태 파악과 선 보상을 촉구하자 윤 장관은 “우리가 하고 있다”면서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강석호 제4조정위원장으로부터 “우리는 하고 있는데 자꾸…” 이런 식의 답변은 장관으로서 지양해달라는 지적을 들었다. 윤 장관은 억울하다는 듯 웃음을 보였고, 그런 윤 장관의 모습에 의원들은 “지금 웃음이 나오느냐, 자꾸 웃지 말고 이야기하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
윤 장관은 그 이전에 현장을 뒤늦게 찾아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윤 장관은 코를 막은 채로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고 했다. 코를 막은 행위에 대해 말들이 나오자 윤 장관은 “독감 때문에 기침이 나와 코를 막았다”고 변명했다. 기침을 참으려고 코를 막는다는 건 첨 듣는 얘기다. 윤 장관은 그 자리에서 “초동 대처는 빨리 이뤄졌다”고 상황을 전혀 모르는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윤 장관 해임은 이미 임명 때부터 예고돼 있었다. 그는 국회 청문회 때 어업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아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고, 미숙한 행동을 반복하는 등 해양수산 분야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여야 의원들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반드시 해임시켜야 할 장관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바대로 공직자의 부적절한 말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준 장본인이다. 현 부총리는 1억명의 신상정보가 털린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터졌을 때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카드 사용자들이)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고 어리석은 국민을 탓했다. 현 부총리의 이 말은 그가 신용카드를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개인정보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카드 발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카드 한 장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카드조차 아랫사람이나 누군가를 시켜 만들었다는 말이 된다. 서민의 삶과 동떨어진 이가 어떻게 서민경제를 이해하고, 국가경제를 설계할 수 있을까.
현 부총리 역시 국회 청문회 때 개인적인 비리와 리더십 부족으로 자격 미달 판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당시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오석 후보자에 대해 “탈세, 위장전입, 이중국적, 투기 등 도덕적 문제는 물론 시대적 과제인 경제민주화에 대한 구상도 없고 재정대책도 없는 인물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인물을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계속 두는 건 국가 시스템의 손실이자 국민 생활의 불행이다.
최근 드라마 ‘정도전’(KBS-1TV)이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다. 고려 말 백성들은 죽지 못해 사는 삶을 살았다. 1년내내 뼈 빠지게 농사 지어 수확한 쌀 10가마 중 9가마를 가져가는 나라, 제대로 사람대접 못 받다가 왜가 침략하면 제일 먼저 죽게 되는 현실이었다. 정도전은 불행한 민초들의 편에 서서 항거하고 오열했다. 정도전은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백성은 복종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제2의 정도전 같은 이가 하루빨리 나타나 그 자리를 대신해 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어디 현 부총리 뿐이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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