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진짜 할아버지’에 눈뜨다
당신이 몰랐던 ‘진짜 할아버지’에 눈뜨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4.02.14 10:59
  • 호수 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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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간다’의 연극 ‘나와 할아버지’

민준호 연출 경험담… ‘실화의 힘’
혜화 아트원씨어터서 4월 20일까지
“모사에 그치지 않고 노인 ‘이해’”

 

▲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진선규 분)와 준희(오의식 분)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사진=‘STORY P’ 제공

누군가 ‘당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하고 묻는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 연인, 친구처럼 늘 곁에 있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그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그들을 정말로 잘 알고 있을까.
지난해 평균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 올해 다시 공연되는 극단 ‘간다’의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손자 ‘준희’가 늘 봐왔고 그래서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할아버지’를 다시 보고,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준희의 할아버지는 아내의 병이 위독해진 상태에서 가족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옛 사랑으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준희는 할아버지의 부탁에 마지못해 동행하게 된다.
준희는 여행을 하며 어느 때보다 할아버지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처음부터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정말 듣고 싶은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다. 작가인 준희는 스승의 조언에 따라 할아버지의 음성을 녹음해 살아있는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그래서 몰래 녹음기를 켜고 할아버지에게 이것저것을 묻는다.
준희는 이 여행을 계기로 자신이 한 번도 할아버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할아버지가 걸어온 시대가 얼마나 척박했는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알려고 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테면, 할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 한 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차게 된 사연부터 그 이후 겪어야 했던 삶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 것.
여행이 끝날 무렵의 준희는 20여년 만에 ‘진짜 할아버지’의 모습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된다.
이 연극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민준호가 실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던 일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때문에 화려한 볼거리나 자극적인 소재는 없지만, 진솔함의 힘이 큰 작품이다.
특히 실제 녹음된 민준호 할아버지의 음성을 바탕으로 써진 할아버지의 대사는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여기에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젊은 배우 김승욱, 오 영, 진선규의 재능이 더해져 극 중 할아버지는 실제 노인보다 더 노인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모사를 하는 것 같은 작위적인 느낌이나 과장됨이 없어 극의 몰입을 높인다.
이 외에도 준희, 미래의 준희인 작가와 할머니로 분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자연스러운데, “민준호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 완벽함을 추구한다”는 한 배우의 말을 통해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민 연출은 2월 12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배우들이 할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이 단순히 재주를 부리는 것이 되지 않도록 주의했다”며 “배우들이 대본의 활자 하나 하나를 완벽히 소화하는 것보다는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해 연기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승욱은 “모두가 그런 것처럼 어르신들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마음에 품고 있는데, 이를 언제, 어떤 식으로 내놓고 표현하시는지 많이 생각해봤다”며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작품을 쓴 민준호 연출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직장의 신’(2013)에 출연해 주목받은 배우 이희준의 연극 복귀작이기도 한 이 연극은 4월 20일까지 서울 혜화동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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