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老紳士… 최완섭 마포구지회장
멋쟁이 老紳士… 최완섭 마포구지회장
  • 이미정
  • 승인 2007.03.23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려한 패션… 소탈한 삶 물씬

하얀색 정장, 검정색 와이셔츠, 빨간색 넥타이. 거기에 백구두까지…. 범상치 않은 패션이다.

 

마치 연예인을 방불케 하는 과감한 의상. 하지만 그가 입으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무대의상처럼 화려한 패션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어르신이 있다. 대한노인회 서울시 마포구지회 최완섭(79) 회장이 그 주인공.


최 회장은 여든을 바라보고 있지만 패션 감각은 전문가 못지않게 탁월하다. 수십, 수백명의 인파 속에 있어도 단연 눈에 띄는 ‘군계일학’이다.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최 회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멋쟁이 노신사였다.

검정색 줄무늬 양복을 갖춰 입고, 흰색 와이셔츠에 빨간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 10년이나 젊게 보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시계와 반지, 와이셔츠 소매 액세서리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모습이 패션모델이나 다름없었다.


최 회장이 패션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옛날 같지 않아서 나이 들면 괄시받는 세상이지. 나이가 들수록 옷을 깨끗하게 입어야 돼. 옷을 깔끔하게 입으면 대우가 다르거든. 그 뿐만이 아니야. 스스로 신경을 더 쓸 수 있고,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지.”


최 회장이 젊은이 못지않은 뛰어난 패션감각을 갖췄다 해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은 훌륭하게 장성한 7남매를 두고 있어 조언을 받을 수 있을 법 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혹시 따님들이 코디를 해주는 것 아니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딸 다섯을 두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딸들이 사들이는 옷은 비싸기만 하지 영 맘에 들지 않는다”며 “차라리 옷을 사오느니 용돈을 달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마음에 닿지 않는 옷은 입지도 않는다는 최 회장. “내 성격을 잘 아는데 어떻게 옷 참견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옷 고르는 일 만큼은 깐깐해도 딱히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정해 놓고 다니는 매장도 따로 없다. 길을 걷다, 대형할인 매장에서 장을 보다가 마음에 닿는 옷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구입한다.


명품과 유명 브랜드는 최 회장과 거리가 멀다. 명품이라서, 유명 브랜드라서 덥석 구입하는 일은 없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조화를 먼저 생각한다.

 

최 회장의 패션철학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 그리고 재킷과 바지, 액세서리 등의 전체적인 조화다.


최 회장은 스무 살 나던 해 교도관 일을 시작하면서 베스트 드레서가 됐다. 법무부 교도관 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구치소 교도관으로 배치 받은 뒤 멋쟁이의 길을 걷게 된 최 회장.

 

그는 “교도관이라면 죄수들을 대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하게 되지. 그런데 나는 소장 보좌관이었기 때문에 사복을 입었어. 말하자면 비서실장이나 경호실장 쯤 됐지. 소장을 모시자니 행동뿐만 아니라 옷차림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완섭 회장은 화려한 차림새와 다르게 검소하다. 그가 특별히 뽐내고 싶은 옷은 정장 10여벌과 와이셔츠 20여벌, 넥타이 50여개가 전부다. 사복을 빼고 정장만 그렇다.

 

하지만 그가 가진 액세서리는 집에 놀러온 사람들이 탤런트냐고 물을 정도로 많다. 최 회장의 패션은 평범한 의상 위에 액세서리로 완성한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최 회장의 별명은 ‘마포 멋쟁이’ ‘대한노인회 베스트 드레서’ 등이다. 옷을 잘 차려 입다보니 화재가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을까. 최완섭 회장은 “화려하게, 조금 튀는 옷을 입고 다니니까 여자 꽤나 울렸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 심할 때는 제비족이나 바람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라고 귀띔했다.


최 회장은 “참 당황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옷이 날개라고 했던가. 입고 있는 옷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과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내면세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갈하고 보기 좋은 옷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정중하게 표현하려는 최 회장에게는 억울한 평가가 아닐 수 없었으리라. 최완섭 회장은 진정한 멋쟁이 노신사였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