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버스… 과연 허황된 공약에 불과할까
무상버스… 과연 허황된 공약에 불과할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3.28 15:44
  • 호수 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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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의 취재수첩

지하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는 이 역과 성모병원을 오가는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를 위한 무료셔틀버스다. 하지만 병원 근처 아파트 주민들도 이 버스를 이용한다. 버스기사는 승객들에게 행선지를 묻지 않는다. 병원은 대방동 노선도 운영한다. 병원 측은 버스 운영에 인건비와 유류값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는 물론 아파트 주민들은 병원 측의 나눔과 배려에 늘 고마워한다.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버스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은 반박한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버스공영제로 인한 손실금으로 2000억원을 버스회사에 매년 보전해준다며 정치인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자의 귀에는 솔깃하게 들린다. 발상을 달리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요즘처럼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을 널뛰며 갈아탈 수 있는 것도 처음엔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기자는 출퇴근 시 버스 안이 유난히 복잡하거나 술 취한 승객을 만났을 때 과감히 버스에서 내려 같은 방향의 다른 버스로 갈아탄다. 이처럼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만들어준 이명박 정부에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든다.
경기도의 버스 사정은 최악인 듯하다. 서울에 살면서 파주의 출판문화단지에 직장을 둔 경우 이용하는 버스는 세 종류이다. 영등포에서 출발하는 9000번 버스는 운 좋으면 타는 버스다. 배차 간격이 40분이나 된다. 합정역에서 출발하는 2200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15분가량이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40분을 서서 가야할 때가 많다. 출판단지입주기업협의회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편하고 자주 오지만 대신 비싸다. 승차요금이 1회 1500원이다. 더구나 지하철 환승이 안 된다.
김상곤 후보가 내놓은 무상버스 공약은 당장 실시하자는 게 아니다. 내년에 65세 노인과 장애인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뒤 점차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한다. 2016년에는 고교생, 2017년에는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무상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첫해 예산을 956억원, 2016년 1725억원, 2017년 2686억원으로 추산했다. 김 후보는 “경기도가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이 5000억원가량인데 여러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경기도 교육감으로 2009년 첫해 농어촌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예산 1371억원을 마련할 때도 그렇게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무상버스는 달리고 있다. 프랑스 중부 샤토후라는 도시는 2001년부터 대중교통이 무료다. 이 도시를 시작으로 현재 프랑스의 20여개 도시에서 무상 대중교통이 시행되고 있다. 무상교통의 재원은 기업에서 나온다. 9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는 교통세를 내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를 오가느라 타는 버스비를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다. 무상버스 덕분에 이 작은 도시들은 인구가 늘었고 대중교통 운영비가 크게 줄었다. 발트 해 동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도 지난해부터 모든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free public transport’(무료대중교통)라고 치고 들어가면 독일·체코·폴란드 등 여러 나라가 나온다.
서울도 65세 노인을 대상으로 무상버스를 시작해 점차 확대해갈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하루 출근 시 버스를 3번(마을버스 1회 포함)갈아타고, 지하철을 한차례 이용한다. 한 달 교통비는 8만원 선. 일년이면 100만원 조금 못되는 액수다. 노인은 이동량이 적어 기껏해야 한 달 3만원 선이다.
재정이 문제라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 볼 수 있다. 상상력을 무한대로 발휘해 무상버스가 실현됐을 때의 광경을 그려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가용을 보유하거나 운행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대중교통 이용률은 높아지고, 도로는 평온을 되찾는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현저히 줄어들자 대기오염도 완화된다. 교통 체증이 감소하면 그만큼 시간도 절약된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훨씬 줄어든다. 주차 문제도 상당히 해결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각종 유지·보수비가 감소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문제들은 처음 그 문제들을 만들어낸 사고 패턴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무상버스, 역발상으로 시작해볼만 한 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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