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자기 브랜드 만들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죠”
“임기 내 자기 브랜드 만들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죠”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4.04 17:01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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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후보로 서울시장 연임에 도전하는 박원순 시장

시민운동가로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 재산은 빚만 8억원
서울시장 해보니… 힘들지만 보람 느껴 적성에 맞는 듯
종묘공원을 노인문화의 메카로, 치매노인 종합대책 곧 발표


1년에 국가 예산의 7%인 24조5042억원(2014년 기준)을 주무르고, 1만5000명의 직원과 함께 3000여개의 사업을 꾸려나가며,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막강한 자리….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2년6개월째 전임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를 채우고 있는 박원순(58) 서울시장. 박 시장은 4월2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서울시장 후보에 단독 등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 경쟁자들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박 시장을 백세시대이 인터뷰했다.

-서울시장…‘소통령’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에 앞서 1000만 시민의 민생과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기도 하지요.”

-7선 의원, 전 국무총리도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할만 한가.
“그런 분들이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는 것도 이 자리가 가진 엄중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해요. 물론 과거 서울시장 자리를 대선의 교두보로 여기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그분들이 이 자리를 대통령으로 가는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고 출마하셨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박 시장도 대선 욕심이 있는지.
“그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저는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서울시정에 집중해 시민의 행복, 어르신들의 보람찬 인생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겁니다.”

-서울시장 해보니 어떤가.
“방대한 시정을 챙기다보면 지치고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의 보람과 행복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서울시장이 적성에 잘 맞는 듯합니다.”

-정몽준 의원은‘박 시장이 아무 일도 안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원순의 사업은 없다’는 취지를 오해한 겁니다. 시민을 위한 사업, 서울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청계천 복원도 꼼꼼히 살펴보니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었어요. 청계천은 조선시대 토목기술의 결정판이었는데 충분히 연구하지 않고 다 긁어내 버렸어요. 제가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어 2050년까지 생태의 자연 흐름을 존중하며 복원하도록 했어요. 이명박· 오세훈 전임 시장은 자기 임기 내에 뭔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무리한 욕심을 냈어요.”

-힘든 일이라면.
“현재 서울시에 65세 이상 어르신만 116만명이에요. 거기에 베이비부머(49~57세) 149만명, 예비노인(55~64세) 120만명입니다. 이분들의 제2의 인생 설계를 도와드리고, 맞춤형 일자리와 활기찬 노후를 위한 건강관리, 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서울시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쉽지 않은 일들이지요.”

-보람을 느낀 일이라면.
“서울시장 되기 전 찬반 갈등으로 혼란에 빠진 뉴타운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난 할머니 한분이 제 손을 꼭 잡고 쫓겨나지 않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호소를 하셨어요. 결국 뉴타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최선의 대안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그날 만난 할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박원순 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 출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했다. 서울대 사회계열 1학년 때 민주화 시위로 복역 및 제적을 당했다.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됐지만 1년 후 법복을 벗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고 고 조영래 변호사를 만난 계기로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국민연금 노령수당 청구소송을 승소로 이끌며 ‘생활 최저선’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1994년 귀국, 참여연대를 설립해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2002년부터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 기부문화 확산 및 사회적 기업설립에 앞장섰다. 2006년 ‘희망제작소’를 만들어 시민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작업에 주력했다. 2011년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승복하고 중도 사퇴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말로만 서민을 위하는, 서민을 이용하는 시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명색이 KS(경기고, 서울대)에 검사, 변호사 출신인데 서민이라고 말하면 남들이 안 믿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은 늘 서민과 함께 살았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재래시장입니다. 시장선거 첫 유세장도 시장이었고, 취임 후 처음 찾은 곳도, 새해 첫날 찾아가는 곳도 재래시장입니다. 고생한다고 하면서 주시는 음식을 받아먹다보면 배가 불러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열심히 하라는 시민 여러분의 배려가 아닌가 합니다.”
가진 게 별로 없는 층이 서민이라면 박원순 시장은 서민임이 틀림없다. 최근 박 시장의 재산이 빚만 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박 시장의 재산은 2011년 –3억1056만원에서 2012년 –5억9474만원이었고, 지난해에도 9127만원이 감소했다. 박 시장의 신고액은 차관급 이상 정무직과 1급 공무원 광역자치단체장 등 주요공직자 가운데 가장 적고, 1868명의 전체 공직자 중에서는 둘째로 적다. 박 시장의 채무액은 7억9403만원이었다. 박 시장은 “배우자가 사업을 정리하고 자녀교육과 결혼 등으로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고독사가 종종 발생하는데.
“어르신 돌보미 824명이 27만명의 저소득 독거 어르신들의 생활을 돌봐드리고 있어요. 식사를 거르시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식사, 밑반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장기 질병을 앓고 있는 독거 어르신들의 경우는 화상모바일 ‘사랑의 안심 폰 서비스’를 통해 위기 상황 시 즉각 연락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어르신 돌봄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복지 사각지대의 독거 어르신을 찾아 보호해 나가고 있습니다.”

-노인 일자리 정책을 소개해 달라.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5.1%)은 OECD 국가 중 최고에요. 지난 해 공공일자리 4만개를 제공했고 매년 1만개씩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어르신 참여 일자리가 단순 직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어르신 일자리 적합 직종 76개를 선정 발표하고 가이드북을 제작해 전국 16개 시·도 및 유관 기관 등에 제공했어요. 또 7개 시니어클럽 88개 사업단을 운영, 지원해 적극적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해 나가고 있습니다. 5개 권역에서 운영 중인 고령자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취업 상담, 알선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노인을 배려하는 정책이라면.
“서울시내 3255개의 경로당에 매년 운영비, 난방비는 물론 경로당 특화프로그램까지 지원하고 있어요. 508개의 요양시설, 210개의 데이케어센터가 운영 중이며, 치매 어르신을 위한 종합대책도 조만간 발표할 겁니다.”

-기초연금에 대한 의견은.
“여야는 대승적 차원에서 기초연금법 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7월1일부터 어르신들에게 연금이 지급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시도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겁니다.”

-지하철 적자가 노인무임승차 때문인가.
“어르신 무임승차는 어르신들의 당연한 권리이자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 복지입니다. 법률에 따라 국가가 수행하는 복지 정책이므로 이에 따른 비용은 원인 제공자인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실제로 한국철도공사는 정부로부터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액을 일부 지원받고 있지만 서울메트로 및 도시철도공사는 서울시 산하기관이라는 이유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서울시 노인 인구가 116만명(2013년)으로 전체 시민의 11.5%에 이르고 있고 지금의 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된다면 지하철 운영기관의 재정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빠른 시일에 현행법을 개정해 국고보조금 지급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압니다.”
-종묘시민공원에 대한 구상은.
“어르신들에게 이 지역은 서울의 어느 곳보다 친숙한 공간이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알고 있어요. 이곳을 문화와 예술이 넘치는 어르신의 거리, 나아가 노인문화의 메카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환경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주변 현황 파악과 연구에 들어갔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거리 개선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인생의 후반부를 새롭게 여는데 도움을 주는 ‘인생이모작센터’ 설치 등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부인과 휴일을 어떻게 보내나.
“시민운동을 할 때도 그랬지만 서울시장이 되고나선 좀처럼 시간을 낼 수 없어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그래도 가끔 TV 드라마도 보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공관 근처 북한산 자락을 같이 산책하기도 합니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을 ‘원순씨’로 불러달라고 했다. 홈페이지 주소도 ‘원순닷컴’이며 배너도 ‘원순씨의 일상다반사’, ‘원순씨와 10m 더’ 라고 돼 있다. 그만큼 소탈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원한다는 뜻일 게다. 그에게는 서울을 어떻게 꾸미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했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로 반듯하게 세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준비한 비전만도 수십 개에 이르고 직접 발표한 것만도 50여개에 이른다고 했다. ‘인생이모작 도시 서울’, ‘2030 서울플랜’, ‘100년 도시 서울선언’, ‘한양도성프로젝트’, ‘여성안심특별시’ 등이 그것이다.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에게 향하는 주문을 잊지 않았다. 박 시장은 “억만금을 주고도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온몸으로 체득한 어르신들이 경험과 경륜과 지혜를 빌려주시기를 바란다”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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