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불치병 포기는 안돼… 조기 대응땐 호전된다
치매, 불치병 포기는 안돼… 조기 대응땐 호전된다
  • 유은영 기자
  • 승인 2014.04.11 16:30
  • 호수 4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 100세 위협하는 치매 대처법
▲ 불치병으로 알려진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증세 악화를 상당부분 늦출 수 있다. 서울시 광역정신보건센터 캠페인에 한 어르신이 참여하여 정신건강문진표를 받아들고있다.

치매환자 58만명, 노인인구 증가율보다 10% 앞서
가족들도 24시 간병 고통…노인장기요양제도 활용을

 

단란한 가정이 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건강 100세’를 누리리라고 장담하던 최 어르신도 그랬다. 여섯 남매들의 효도를 받으며 젊을 적 고생을 돌아보는 여유도 잠시, 최 어르신의 가족들은 뿔뿔이 해체됐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자식들의 얼굴도 몰라보고 시도때도 없이 ‘밥 안 주냐’며 고함지르는 최 어르신. 가족들은 점차 감당하기 힘들어졌고, 그렇게 가정은 파괴돼 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 때문이었다.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적 흐름 속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다름아닌 건강수명의 연장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느냐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술과 정책은 노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자 막대한 국가 의료비 지출을 초래하는 5대 노인성 질환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5대 노인성 질환(고혈압·당뇨·뇌졸중·퇴행성관절염·치매)의 하나인 치매는 노인인구 증가율보다 10%나 앞선 가파른 증가율로, 단순한 개인 건강의 문제를 떠나 가족해체와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세상에 이런 질병이 있다는 사실조차 부정하고 싶을 만큼 두려운 병, 치매 대처법을 알아본다.

3년 후 뇌지도로 치매 예측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58만명(전체 노인인구의 약 9.3%)이 치매 환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인 치매 인구는 2020년 84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 유병률은 계속 상승해 2030년에는 약 127만명, 2050년에는 약 271만명으로 매 20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치매노인 급증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에 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3월 치매 조기진단지표 개발 국가전략 토론회를 열고 치매 발병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치매 바이오마커 개발과 조기진단 기술개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 2017년부터 정상인도 자신의 혈액, 유전체, 뇌영상을 토대로 치매 발병 가능성과 그 시기를 미리 알아 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70%가 알츠하이머 퇴행성 치매
치매는 정상적인 사람이 외상이나 질병 등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지적능력을 잃게 되는 만성・진행성・퇴행성 신경정신계 질환이다. 60세 이후 노년기 최대의 질병이며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망원인 질환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질환의 종류는 70가지가 넘는다. 그 중 혈관성 치매와 퇴행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뇌 혈관이 막혀 뇌 손상이 생기면서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혈관성 치매다. 뇌가 퇴화하면서 손상이 생기면 퇴행성 치매다. 국내 치매 유형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가 이 퇴행성 치매에 속한다. 알츠하이머는 언어기능, 판단력 등 여러 인지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변화, 우울증, 망상, 수면장애, 공격성 등 정신이상 증세를 동반한다. 말기에 이르면 근육경직, 보행 이상 등 신경학적 장애와 대소변 실금, 감염 등 합병증까지 생긴다.

증상 느끼면 신경외과 검사
불치병으로 알려진 치매는 조기에 치료만 하면 병의 악화를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치매와 건망증을 구분하지 못해 치매를 빨리 알아채지 못한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물건을 둔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들이나 사물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할 때, 이전에 좋아했던 것들에 흥미를 잃고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렸다면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럴 땐 즉시 병원 신경외과를 찾아가 치매 검사를 받는다. 의사의 문진과 함께 기억력 검사와 뇌파 검사, MRI 촬영을 거쳐 치매 여부를 판단한다.

뇌 영양 고려한 식단 중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두뇌활동, 즐거운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경증 환자도 이런 뇌 건강증진 활동들을 통해 병세 악화를 늦출 수 있다. 규칙적인 식생활도 아주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나 흡연, 카페인 섭취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자제해야 한다. 영양소가 결핍되면 뇌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균형잡힌 영양 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칼슘, 철분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합성과 대사에 필수적이다. 또 뇌가 회복에 들어가는 밤 9시 이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 주도록 한다.

간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
자기 자신을 잊게 되는 치매는 다른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해 가족들은 일터를 떠나 24시간 환자 곁을 지킨다. 지난해 제6회 ‘치매극복의 날’ 기념식에서 치매예방 사진공모전 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유현주씨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과 같다”며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고통을 압축해 표현했다.
치매환자 증가에 발맞춰 관련 제도도 점차 보완, 확대돼 가고 있는 추세다. 제도를 활용하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치매환자를 돌볼 수 있다. 6년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장기요양인정등급 한 달이면 받아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장기요양인정 등급을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해 장기요양인정 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의사 소견서를 제출한다. 그러면 공단에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조사팀이 실사를 나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이들은 환자의 거동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간호 처치 ▲재활 등 5가지 영역 52개 항목을 조사한다. 이후 등급판정위원회는 방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정도와 의사 소견서, 특기 사항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등급 판정까지 약 30일이 걸린다.

3등급을 받은 환자는 재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이때 이용한도액의 85%를 지원받고 나머지 15%는 본인이 내야 한다. 부득이 시설 입소를 원한다면 가족의 수발부담이 크고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임을 의사 소견서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1, 2등급자는 재가 서비스와 시설 입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설 입소시 24시간 수발은 물론 심신기능유지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20%의 본인 부담금외에 따로 생필품이나 식비 등 추가 비용을 내야한다. 통상 월 40~60만원 정도가 본인부담으로 들어간다.
재가 서비스는 방문 요양, 방문 목욕, 방문 간호, 주야간 보호, 단기보호 등이 있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해 목욕, 옷 갈아입기, 화장실 이용, 가사일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다. 방문 목욕은 목욕설비를 갖춘 차량이 방문해 목욕을 시켜 준다.
방문 간호는 간호사가 찾아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간호, 요양 상담, 구강위생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야간보호는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시설에서 보호해주는 서비스이며 단기보호는 부득이한 사유로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수급자를 일정기간 시설에서 보호해 주는 서비스다.
이밖에 복지용구를 구입 또는 대여하는 것도 재가 서비스에 속한다. 휠체어, 이동욕조, 목욕의자 등 16개 복지용구 품목을 연간 한도액 160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구입 또는 빌릴 수 있다.
공단 지원금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 지급된다. 다만 도서, 벽지 등 서비스 시설이 없는 지역은 수급자에게 매월 15만원의 현금을 가족요양비로 준다.

경증 치매환자도 돌봄 서비스
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 치매 환자에 대해서도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오는 7월부터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할 예정으로 현재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중이다. 등급외 A 판정자에 한해 공단으로부터 대상자 적격이 확인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원금 한도액은 월 70만원대로 3등급의 80% 수준이다. 이 경우에도 15%의 본인 부담금이 있다.

궁금한 모든 것 1899-9988 로
복지부는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를 운영하고 있다. 치매환자 간병에 따른 가족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와 환자 간병 관련 정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한다. 의료와 복지 현장에서 전문지식을 쌓은 36명의 상담사가 치매예방을 위한 생활방식, 치매 진단 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정부 지원 서비스 등을 알려준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중앙치매센터장)는 “치매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치매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