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울리는‘공짜폰 사기’극성
어르신 울리는‘공짜폰 사기’극성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4.04.25 10:58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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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금 전혀 없다”해놓고 요금청구서엔 버젓이 부과
▲ 최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할부원금이 존재하는 스마트폰을 할부원금이 없는‘공짜폰’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한 대리점의 위약금·할부금 지원 조건을 내세운 홍보문구.

판매원이 계약서 임의 작성“요금 내용 알려줬다”발뺌
‘자정결의’말뿐… 전문가“공짜폰 운운하면 의심부터 해야”

 

A(80)어르신은 지난해 12월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단말기 대금 없는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하지만 다음 달 A어르신이 받은 요금청구서에는 단말기 할부금이 책정돼 있었고, 휴대전화 요금도 기존보다 높았다.
A어르신은 “분명 할부금이 없고 요금도 그대로라고 했는데 왜 이야기와 다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이와 같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할부원금이 존재하는 스마트폰을 할부원금이 없는 이른바 ‘공짜폰’으로 속여 파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대형 이동통신 3사는 약정(휴대전화 사용기간)계약을 체결한 고객에 한해 최대 27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가령 할부원금이 27만원인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보조금 27만원을 전부 받았다면 할부원금을 전액 가까이 상쇄 받을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받아야 할 마땅할 권리다. 하지만 일부 판매점은 이 보조금을 마치 자신들이 주는 특혜인양 둔갑시켜 소비자들에게 ‘공짜폰’이라고 현혹하고 있다.
또한 이에 더해 일부 판매점에서는 아예 할부원금 자체를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한 이통사의 장기 고객이었던 B(65)씨는 장기고객 혜택 차원에서 최신 스마트폰을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계약에 동의했다. 하지만 한 달 후 요금고지서를 확인해보니 단말기 대금이 44만원으로 책정돼있었다. 요금도 기존 보다 높았다. B씨는 계약 무효를 주장했지만, 해당 판매점은 계약 당시 충분한 설명과 고지를 했다며 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민정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 부장은 “‘공짜폰’ 텔레마케팅 등의 허위광고로 스마트폰을 개통한 어르신들이 이통사에 문제제기를 하면 ‘계약서류상에는 소비자가 충분한 고지를 받았다는 확인이 돼 있다’고 주장한다. 요금체계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르신들 대신 일부 판매점에서 임의로 서류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통사에 아무리 항의해도 구제를 받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간 ‘공짜폰’과 같은 허위과장 광고 관련 피해의 발생지는 대부분 대리점이었다. 일부 몰지각한 대리점이 ‘최신폰 공짜’ 등 문구로 고객을 불러들인 뒤 꼭 고지돼야 할 사항을 설명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하곤 했다.
지난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방송통신서비스 이용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중 91.1%가 최근 6개월 이내 길거리의 이동전화 판매점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접했고, 이를 통해 가입한 이용자의 61.5%가 피해를 경험했다고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각종 피해사례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더 이상 과장 광고로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졌다. 그 대안으로 노인이 새로운 타깃이 된 것이다.
전수희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강릉지회 상담부장은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노인 대상 ‘공짜폰’ 허위광고 판매 사례가 꾸준히 늘어 현재 총 13건이 접수됐다. 이렇게 단기간에 대량으로 피해 사례가 접수된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고령 소비자의 경우 정보기기 및 이용요금체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허위광고 피해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하소연 할 곳도 마땅찮다. 대부분 판매처와 요금청구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제조사, 이통사, 직영점, 대형대리점·대리점 순의 유통과정을 거친다.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단말기 가격, 통신요금 계약을 체결하는 ‘판매처’는 대리점이다. 이통사는 ‘요금청구처’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통사에 허위광고에 대해 항의를 해도 구제받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공짜폰’과 관련된 허위광고가 기승을 부려 피해자가 속출하자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이통 3사와 CJ헬로비전·SK텔링크·에넥스텔레콤 등은 지난 4월 10일 ‘이동전화 판매 허위과장 광고 공동대응 협약 체결 및 자정결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제재기준을 마련해 사업자 자율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자정결의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소비자가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고 주장한다. 특히 고령 소비자의 경우 ‘할부원금’과 매달 지불되는 실제 요금을 꼭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SK이매진 전웅수 SLC(스마트 라이프 컨설턴트)는 “공짜폰이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무료로 휴대전화를 변경해준다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이에 더해 할부원금과 요금할인제에 관한 사전 지식도 갖춰야 한다. 보조금에 따른 할인액을 확인하고 매달 실제 지불해야 할 통신요금을 알려달라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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