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민의 애국심 멀어지지 않도록 해주길…
세월호 참사, 국민의 애국심 멀어지지 않도록 해주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4.04.25 13:37
  • 호수 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현주 기자의 세상 읽기

10여년 전 인천에서 제주 가는 카페리를 탄 적이 있다. 세월호와 같은 코스를 다니는 여객선이었다. 동료 6명과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오후 6시경 인천항에 도착했다. 제주에서 오토바이 투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화물칸에 오토바이를 실었다. 널찍한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화물을 고정시키는 동그란 쇠고리들이 바닥에 듬성듬성 솟아있었다. 그런데 정작 오토바이를 쇠고리에 묶는 끈이 보이지 않았다. 마침 지나가는 여객선 직원에게 물었더니 직원은 “끈은 승객이 준비해 와야 한다”며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가만 생각해보면 오토바이를 카페리로 운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고정시켜주는 끈이었다. 어두컴컴한 화물칸 구석에서 겨우 이전의 승객이 썼던 것으로 보이는 낡은 끈들을 발견하곤 그것으로 대충 묶었다. 그렇지만 400kg의 대배기량 오토바이가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세워두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개의 줄이라도 끊어지면 줄줄이 세워둔 오토바이들이 도미노 현상으로 한꺼번에 쓰러질 것이 뻔했다. 결국 제주에 도착하기까지 동료들이 교대로 화물칸에 잠깐씩 들러 지켜보기로 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 중 하나가 묶지 않은 화물 때문이라는 보도를 접하는 순간 당시 일이 생생히 떠올랐다.
세월호 참사는 재난방지부터 구조까지 우리나라의 위기관리시스템이 후진국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세계15위 경제대국에 걸맞지 않은 구조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사고 발생 초기 “전시가 아닌 평시에 발행한 사고 가운데 최악의 참사가 될 수 있다”며 사안의 심각성과 함께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건 선장의 초기 대응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선장이 승객들은 버려둔 채 가장 먼저, 그것도 일반인으로 신분을 감춘 채 배를 빠져나온 것이다. 그의 상의는 물 한 방물 묻어있지 않았다. 그의 탈출과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자랑스런 전통을 깼다”고 비판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기업 총수들과 같이 비겁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사고 충격으로 입원했다는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거나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타나는 한국 기업 총수들을 지칭하는 ‘휠체어맨’에 빗댄 것이다.
정부의 위기관리는 더욱 한심했다. 외신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의 더딘 구조작업에 항의하는 상황 등을 전하면서 이를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부족으로 진단했다. 사고 자체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처까지 후진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슈피겔은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침몰한 세월호 선장을 비판하지만 세월호 승객 가족들은 정부의 위기관리를 훨씬 문제 삼고 있다”며 “정부의 고장 난 위기관리는 감출 수 없다”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또 하나는 후진적 안전관리이다. 기상천외한 재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그에 대한 대처 역시 대표적인 후진국임을 보여주는 중국조차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중국 환시보는 “한국의 이번 재난은 후발 현대화의 한계와 취약성을 보여준 거울”이라며 “현대화는 인간 특히 인간의 생명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재난 발생 시 일사불란하고 완벽한 대처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에선 너무나 혼란스럽고, 비상식적이며, 무책임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기념촬영하자는 정부고위관리, 유가족의 오열 속에서 태연히 라면을 먹는 장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희생자 가족의 속을 뒤집어놓는 발언을 하는 정치인과 정치인의 가족…. 우리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국민은 정부가 최선을 다해 희생자를 구조하고, 헌신적으로 희생자 가족을 보살피며, 사고 관련자 엄벌과 함께 사고 재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볼 때 애국심을 갖게 된다. 국민의 애국심이 멀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